'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아들에게 쓰는 편지

가문의 영광

샘터 표주박 2009. 3. 4. 16:16





 

작은 아들.... 스테파노야...^^ 한 며칠, 그야말로 눈코 뜰새없이, 정신없이 지내느라고... 에미의 장한 둘째 아들이 마라톤 대회에 참석하여 일등(?) 했다고 자랑했어도 그냥 흘려 버렸넹. 증말로... 미안하다 아들아....^^ 이렇게 늦게나마 축하 글 올리는 거... 이해해 줄 수 있지? 아니다... 용서해 줄 수 있지? 실은 말이다... 엄마의 어지러움증으로 여러날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쳐서(?) 면목이 없는데다 미카엘라자매님 병자성사에 참석하지도 못했고, 엄마가 오히려 병원에 드러누워 수액을 혈관에 꽂고.. 고 김수환 추기경님 추모대열에 참석하지도 못한게 너무나도 죄스럽고 마음이 아팠단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3월 1일, 아침나절에 2반 반장 '아네스 장부'가 새벽에 화장실에서 돌연사로 변을 당했다는 전갈을 받고는 털썩 주저앉아 넋나간 사람처럼 한참동안 멍하니 고상만 바라보고 있었단다. 미카엘라 심장 수술환자나.. 아네스 반장이나... 하나같이 생활이 어려우므로 금전적인 도움이 절실한 형편인데 구역을 맡고 있는 엄마로서는 나도 모르게 고상만을 바라보며 얼이 빠진 사람이 되어 '하느님 어찌합니까. 도와 주셔야 해요, 당신이 지혜를 주셔야 해요' 라고 중얼거리고 있더구다. 우리와 늘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어제 '아네스 장부님 장례'도 순리대로 잘 풀렸고. 치유자 이신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미카엘라 자매님도 수술 경과'가 좋아 오늘이나 내일 퇴원이 가능하다고 하는 구나... 이 모두 '좋으신 하느님 은혜'로다....!! 엄마가 며칠동안 이렇게 복잡하게 살다보니.... 오늘 아침에야 비로소... 우리 작은 아들 목에 걸었다던 마라톤 메달이 퍼뜩 떠오르지 않겠니. 곤히 자는 아들을 깨워 설랑 "마라톤 메달 탔다는 거... 어디있니?" 이 한심한 에미.... 아들아 증말로.... 다시한번.... 미안미안...하하하... 아버지가 운동에...아니 스포츠에 별 관심이 쏟지 않으시는 거... 너희들 이미 알고 있지? 심지어는 2002 월드컵 때... 축구 중계보다 동물의 세계를 더 탐닉하시는 거... 요런 건... 아버지 체면을 생각해서 너희들에게 비밀로 숨겨왔던 건데... 이젠 실토하넹...ㅋㅋ 하지만 말이다. 엄마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너희들에게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키워주려고 너희들 초등때, 국내 프로야구가 첫 선을 보일 때, MBC 청룡어린이 회원으로 가입시키고 유니폼이며 글로브, 방망이, 유명선수 싸인볼까지 챙겨주려 긴긴 줄서기 하던 거..기억나지? 그리고 너희들 먹을 것 한가득에 라디오까지 싸들고 지하철 타고 MBC청룡 경기를 관람하러 잠실 야구장에 갔던 일, 비록 입장료가 제일 싼 외야석이 단골이었지만 말이다... 너희들이 홈쪽을 가르키며 엄마 들으라고 "저기가 더 잘보이는데..." "외야는 홈런볼을 잡을 수 있어 더 좋아"........라고 엄마는 핑계아닌 핑계를 대었고....하하하... 아.... 그러고 보니까... 기억난다.. 아버지도 딱 한번.... 엄마의 꼬득임이 모처럼 성공하여 우리 가족들 태우고 야구장에 동행한 거... 그땐 한강고수부지가 개발되기 전이라 무료주차였기에 아버지가 주차료 핑계를 댈 수도 없었지....ㅋㅋㅋ 또 있다.. 어린이 대공원에서 한녀석은 투수. 한녀석은 타자. 아버지는 포수를 한 것도 떠오르고 아버지와 배드민턴도 여러번 쳤구나. 무뚝뚝하고 엄격하고 재미없는 아버지의 겉포장을 살곰살곰 뜯어 보니까... 요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추억도 담겨 있었구나....하하하... 그때만 해도 엄마의 소망은... 어쩌면 욕심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운동을 별로 즐기지 않는 아버지임에도... 너희들 사춘기땐... 아버지가 두 아들 앞세우고 등산 다녔으면 하는, 산을 오르며 부자간에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친구같은 아버지 아들 관계'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너희들 기억속에는 아직도 변함없이 엄격한 아버지상이 더 강하게 자리잡은 것 같아 때로는 안타까울 때가 더러 있단다. 하하하... 그러고 보니 또 생각나네... 아버지 회갑여행에 동행해 줬던 일, 아버지가 너에게 용마산에 가자고 하니까 등산화를 신었고. 마지못해 따라나서긴 했어도 시종일관 무표정하게 뒤로 처졌다 앞섰다 하며 가는 너를 보면서 아버지가 한마디 하시더구나 "다음엔 우리끼리만 다닙시다. 우리 아이들은 운동은 싫어 하나봐" 하시기에 엄마는 속으로 '자길 닮아서 운동하고는 담 쌓은 걸 모르나봐 ...' 했지....ㅋㅋ 형이 한동안 헬스크럽에 다녔던 것은 그때만해도 저 체중이라 체중을 올리는 프로그램이었고... 그것도 지금은 그만 두었지 싶구나... 집안 내력이 이러할 진대... 우리집안에..... 비록 단축 마라톤이긴 하지만.... 마라톤 완주 메달이라니.... 경사로다...^^ 네말대로라면 일등메달이고... 엄마로는 꼴찌 메달이라도 좋다... 완주했다는 사실 자체가... 가문을 빛낼 일이로고....하하하... 그럼에도 엄마가 했던 말... 기억나니? "평소에 운동하고는 담 쌓고 살다가 웬일이니? 준비 운동도 없이....다시는 뛰지마라..... 그러다가 심장마비 오면 어쩌려고...!!" 기쁨인지... 걱정인지... 대견인지... 암튼.....하하하.... 09/03/04 -표주박~

 

 

'아들에게 쓰는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고했다 아들,  (0) 2009.08.01
푼수에미  (0) 2009.05.03
Fusion 국악  (0) 2009.02.07
스테파노 축일  (0) 2008.12.26
엄마는 팔불출....^^  (0) 2008.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