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아들에게 쓰는 편지

푼수에미

샘터 표주박 2009. 5. 3. 14:24




 

안토니오 군....^^ 비가 추적추적내리는 5월 첫토요일 오전, 큰아들과 느린 걸음으로 명동성당 한바퀴 돌다가 범우관 앞 자판기에서 커피와 율무를 뽑아들고.. 비를 피해 비켜서서... 혼배미사에 참석하러온 하객을 바라보며 종이컵을 입에대고 홀짝홀짝 대는 우리들은 누가 보아도.. 우릴 연인으로 보아줄 사람은 없었을 테고.. 모자란 모자지간이었을 테지.. 게다가 닮은 꼴로 히죽히죽 웃기까지 하는.. 영락없이 좀 맛이간 모자지간이다..ㅋㅋ 그 비를 맞으며... 싸구려 종이커피 한잔에 만족해 하는... 그 능청스러움 까지도.. 하느님이 보시기에 틀림없이 이쁜모습이었을 거다.. 라고 착각? 하기도.. 하하하.. "어머니, 책한권 사 드릴게요" "그래..." 아들이 책을 사주겠다는데 사양할 엄마가 아니잖니. 빈 종이컵을 든채로 책을 골랐고 성물방을 나와 내리막길을 내려오는데도 종이컵을 버릴곳이 마땅지 않아 두리번 거리다가.. 아들.. "휴지통이 왜 없는 거양!..." 에미.. "비를 피해 몽땅 피신했나부징...ㅋㅋㅋ" 아들.. "그럼 자판기도 멈춰야징" 에미.. "휴지통엔 IT소재가 장착되어 스스로 작동하징..." 뚜엣.. "깔!깔!깔!........." 철없는 에미와 아들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빗소리 보다 더 크게 퍼져나갔을 테고... 근데 말이다.. 빗길을 에미와 같이 거닐으며 마시는 길거리 커피 맛.. 넌 어땠니? 엄마는 그렇게 맛난 율무 맛... 환상이었어.... ㅋㅋ ...아들아... 책선물 고맙다...^^ 성 토마스 모어의 '고난을 이기는 위안의 대화'는 책머리에 고난과 죽음, 그리고 위안에 대한 대화라 소개되었으니 무거운 깊이가 예견되어지는 구나. 정독할게.. 아들은 에미에게 책을, 에미는 아들에게 구두를 선물하고....하하하.... 아버지가 용마산에 올라간 사이.. 아들과 몰래한 두시간 반동안의 푼수 프로젝트, ..참 맛있었다... 가끔 요런 푼수 연출도 삶의 활력이 되겠다.... 그치? 09/05/03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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