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그거 절대로 믿지마!

샘터 표주박 2009. 3. 8. 15:54

 





 

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서거하시던 날, 새벽부터 온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어지러움증으로 단골 동네병원에서 아침 9시 병원 진료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첫 환자로.. 간호사 3명과 주치의사님의 도움으로 초음파실에서(온돌이므로) 집충치료를 받는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입원환자 회진과 외래환자 진료중간에도 여러차례 나의 상태를 점검하셨고..... 오후엔 입원실로 옮겨 안정을 취하라는 지시에 따라 휠체어를 타려고 머리를 움직이는 철라.. 머리속에 다시 헝크러 지면서 여러차례 울컥러리는 괴로움을 겪으며 간신히 입원실로 옮겼다. 입원실 담당 간호사가 정해준 병실로 들어가 병상에 누웠는데... 그 병실 가족들이 모여앉아 괴로운 환자가 들어오거나 말거나 수선스럽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고성으로 깔깔대는 수선스러움 보다는 내 머리속이 불랙홀로 빨려들어가는 괴로움이 더 큰 까닭에 그런 소음 따위는 귀에 걸려들지도 않았으나 담당 간호사는 나의 안정을 우려하여 다른 병실로 옮기느라 머리가 또 다시 흔들려 몇번의 울컥거림을 감내해야 했다. 나는 혈관도 약하고 혈관이 잘 나타나지 않아 제아무리 노련한 간호사라도 두세번 찔러야 혈관을 찾는데 아침에 손등에 꽂은 혈관주사는 내 귀의 세반고리판 평형을 위해 네번이나 머리를 뒤로 떨어뜨린채로 90도 각도로 서너차례 굴리는 통에 혈관벽을 뚫었고 이번에는 팔뚝에 서너차례 또 찔러대도 아무런 통증도 못느낄 정도의 고통을 겪었다. 입원실로 옮긴 후..... 몇명의 교우가 다녀갔고 바오로가 수없이 들락거려도 전혀 모른채 깊은 수렁을 헤맸다. 매달린 링거는 진정제와 영양제로 울렁거리른 속을 다스린다는 간호사의 설명을 들은게 오후 5시가 넘어서 였다. 눈을 뜨면 세상이 돌고 또 울렁거리니까 눈을 감은채로... "선생님이 6시에 퇴근을 하시는데요. 사모님은 오늘 밤 큰 병원 응급실로 가시는게 아무래도 안전할 것 같아요. 선생님께 지금의 상태를 보고 드리고 다시 지시를 알려드리 겠습니다" 관속에 누운것 같은 암흑 속에서도 응급실로 가는게 좋을 것 같다는 간호사의 소견에 여렴픗이나마 오래전 서울대 병원 응급실에서의 경험이 되살아 난다. 이제 정신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음인가?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도 간호사에게인지 내게인지... "그렇게 합시다. 너무 괴로워하는 거 정말 못보겠어요" 년 전, 비슷한 상황을 겪을때 너무 당황한 나머지 서울대 응급실에 119 앰블런스 싸이렌을 울리며 달려갔었다.. 일주일 간격으로 두번씩이나 실려갔어도 응급 환자가 넘쳐나 횔체어 마져도 내차지는 아니었다. 어쩔수 없이 간호사들이 차트와 주사약과 온갖 기구들을 늘어놓고 환자 처치를 준비하는 책상을 치우고 그 위에 간신히 눕도록 배려해 주었고, 수련의들의 똑같은 질문에 수차례 대답해야 했고 이런 저런 검사만 실컷하고, 검은색 비닐 봉투에 싸인 약을 일주일분 주면서 "여기는 병실도 없고 중환자들이 많은 관계로 응급실 침대도 모자르니.... 집에 가라'는 그마저도 나를 받아 응급 처지 해 주었던 것은 환자 상태가 좋지 않아서였지 대부분의 응급 환자는 응급차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기도 한다고 했다. 아들이 예약창구에서 저의 어머님이 몇월 며칠 어느 교수님 예약을 하셨는데 지금 상태가 무척 위급하여 두번씩이나 119로 응급실로 실려와 처치를 받았으니 예약 날자를 앞당기면 좋겠다고. 부탁을 하니까 예약창구 아가씨가 검색을 하더니 마침 미국에서 예약한 환자가 개인 사정으로 갑자기 취소하여 그 환자 예약일인 3일 후로 날자를 앞당겨 주었다. 3일 후.... 예약한 과장님 치료대위 앉았고.. 수련의의 여러 질문에 대답했고, 기록했고.... 드디어 그 유명한 명의께서 내게로 와....딱 한마디......증상이 어때요... 라는 물음에 "머리가 소용돌이 속으로..." 물어 본 말에 설명하려니까 느닷없이 "...그만!!.... " 제아무리 명의라지만 불쾌하다못해 구역질나는 비인간적인 언사를 접한 기억이 있던 터라.. 더구나 3일전 응급실에서 실행했던 검사 자료가 전달되지 않은 건지... 아니면 무시한 건지.. 모든 시스템이 전산화된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이 이지경이라니.. 수련의가 적어준 ①②③④⑤ 번방을 순례하며 다시 검사 받고... 그 유명하다는 특진 명의 진단 결과도 들어보지도 못한채.. 돌아서야 했던.. 도저히 이해할 수도, 하고 싶지도 않은 경험이 있던터라 '응급실 가봐야 링거나 꼽고 또 각종 검사를 하고 시간만 끌다가 집으로 가라 할 거야....' 속으로만 생각할 뿐... 목소리를 낼 기운조차 없었다.. 6시가 다 되어 또 휠체어를 타고 2층 진찰실 선생님 앞에 앉았다. 촛점이 흩어진 눈동자를 애써 한테 모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많이 진정된 것 같아요............." "집에가서 안정을 취하는 게 더 도움이 될겁니다. 오늘 진료 기록부를 갖고 응급실에 가 봐야 별 처방도 없을 테고... 내일 아침에 눈을 뜰 수 있으면 약을 복용하시고 하루 더 안정을 취하고 모래 오세요" 집에 와서 움직이지 않고 송장처럼 누워있으니 이틑날 아침에는 제법 머리를 들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오라고 하신 날... 미음 한컵 마시고 병실에서 대기 하고 있었다. 요즘은 노인성 질환이 많아 내과는 어림잡아 노인 환자가 90%는 되는 것 같다. 하긴 내 나이도 아무리 부정해봐야.... 생물학적 노인축에.... 끼어들려고 하지 않는가.. 앞서 진료 받는 할머니가 요기가 요렇게 아프고 저기가 저렇게 쑤시고...거의 오분정도도 넘게 긴 설명을 거듭 말한다. 그리고는 당신이 주머니에서 몇가지약을 꺼내 의사 앞에 내 놓고 일일이 설명을 한다. 선생님 처방약보다 이약이 더 잘 듣는 다는 둥, 이약을 먹으면 속이 편하 다는 둥, 내가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약에 대해 긴긴 설명을 하며 갖고 온 약으로 처방을 바꿔 달라고 한다. 마음씨 좋은 원장 선생님은 이약은 보험이 되니까 할머니 원대로 처방을 바꿔줄 수 있고 이약은 보험이 않되니까 약방에서 사서 드시라고 자세히 설명하면서... 성분이 같은 약은 처방전에서 빼 주겠다고 자상하게도 말씀 해 주신다.. 그것도 할머니가 알아들으실때까지 두번이고 세번이고 거듭거듭... 할머니가 알아들었다고 고개를 끄덕이니까 빙그레 웃으시며.. "집안 일은 할아버지에게 도와 달라고 하세요" "에구.... 영감 아무 소용 없어. 이놈의 영감은 밥달라 뭐달라 나를 귀찮게 하지만 약은 아픈 내 몸을 아프지않게 편안하게 해 주잖아. 늙으니까 약이 영감보다 더 좋아!" 이틀전만해도 다 죽어가던 나도 킥킥 웃으며 할머니 말에 끼어들었다. "할머니.. 제 영감은 제가 아파하니까 울던데요?...." 울긴?....하하하.... 옆에서 5분 지켜보다가 밖에 휙나가 나가버니는 남편인데도 할머니 반응이 재미있을 것 같아 한마디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믿기지 않는 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영감이 울었다고? 에그... 그건 할매가 죽으면 지 살아갈 일이 걱정스러워서 우는 거야. 그거 절대로 믿지마!!!!"
09/03/08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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