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망측해라

샘터 표주박 2009. 3. 16. 18:01




 

작은녀석 친구 결혼식장이 우리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지하철 상봉역은 우리집에서 한정류장이고 버스로 두 정류장이므로 내 느린 걸음으로도 20분이면 족하겠지.. 이사간 교우들도 만나고 특히 아들녀석 친구들도 오랜만에 볼 겸..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 정확히 결혼식 한시간 15분전에 집에서 출발하였다. 상봉역 건널목에서 바라본 예식장 주차장에는 차도 별로 없고 다른 시간대의 들고 나는 하객들로 북적거릴 토요일임에도 이상하리만치 한산하다. 늘 무엇에 그리 쫓기는지 시간이 넉넉함에도 차와 차 사이를 가로 질러 빠져 나가려는 순간, 곁을 지나던 어떤 행인이 내 소매를 툭 친다. 우연히 그럴 수도 있겠거니 싶어 신경쓰지 않고 두세 걸음 옮기는데 또 다시 툭 친다. 반사적으로 그사람을 처다보니 깔끔하게 차려입은 나이 지긋한 신사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시간이 있으시면 차 한잔 대접해도 될까요?".........앵....뭣이라꼬???? "저는 결혼식장에 왔어요..." "저도 결혼식장에 온 걸요..." .........하며 로비까지 따라들어오려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식장 로비에 사람이 하나도 없고 종업원 몇명만 부산하게 짐을 나르며 움직인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려는데 그 늙은 신사가 또 한번 툭 치며 말을 건다 "저...이러는 사람 아닌데요...댁이 넘 고아서요... 대화를 나누고 싶어요..." 내...참... 평생에 곱다는 소릴 다 들어보니... 모욕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곱다니요?... 전 결혼식에 왔지 아저씨와는 일 없어요..아셨죠?" 냉정하게 손사래까지 치면서 민망하리만치.. 사람이 없기에.. 큰소리로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다행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혼자인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얼른 들어가 4층을 눌렀다.. 에그...아무도 못봤으니 망정이지.. 그 늙은 신사땜시 나까지 추해 보인다. 늙으막에 여자들과 사귀고 싶으면... 무슨 무슨 강좌...널려있지 않은가... 아님, 무슨무슨... 문화 유적지 답사하는 단체...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아... 매스콤을 통해서 안 일이지만 콜라텍이라는... 노년의 할배 할매들이 공공연히 모여 데이트 한다고 하지않던가?.. 그런데나 갈 일이지... 길가는 사람에게 느닷없이 이 무슨 짓이람... 엘리베이터는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금새 4층에다 내려 놓는데 어둑 컴컴 하다. 조명아래서 내부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 "이 부근에 웨딩홀이 또 있습니까?" 이곳에서 한참 더 올라가면 웨딩홀이 또 있단다......^^ 아침에 작은 녀석이 식장 위치를 확인해 주었음에도 건성으로 이 지역에 관해서는 내가 더 잘 아니까... "응~ 거기..알아.. 2시".....ㅋㅋ 내 사는 곳이 변두리지역이라 지인들은 대부분 시내쪽에서 결혼식을 하던지 아니면 성당에서 주로 혼배를 하기때문에 이곳 동네 가까운 곳에서 결혼식한다기에 청첩장은 펼쳐 보지도 않고 '3월 7일 2시'만 머리속에 입력했던 것이다. 청첩장도 지참하지 않았으니... 무슨 예식장인지도 모른채 손으로 가르킨 '저 위쪽' 을 향해 무작정 걸었다. 아무리 걸어도 주변에 예식장 비슷한 건물은 시야에 잡히지도 않는다. 망우역을 지나고 한달에 한번 5지구 구역반장 교육을 받는 신내동 성당 입구를 지나서도 한참을 걸어 건널목에서 어느 주부에게 또 물었다 "웨딩홀이 어디쯤 있습니까?" "어쩌지요.. 한참 걸으셔야 해요.. 2정류장 반쯤... 건널목 두개를 더 건너야 해요" 시계를 보니 예식 15분전이다. 그러고 보니 이미 한시간을 걸었다... 에고... 등줄기가 후줄근해 지기 시작하여 목에 둘렀던 목도리는 접어서 핸드백에 쑤셔 넣고 기침이 심해 입을 막았던 마스크도 벗어버리고 늦을세라 부지런히도 걸었다. 다행히 신랑입장 직전에 당도하였지만 혼주에게는 인사도 못하고.. 자리에 앉을 시간도 없이 간신히 신랑입장, 신부입장을 뒤에서 지켜보며 마음껏 박수로 축하해 주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 덕분에 신랑친구들 십여명에 둘러싸여 인사를 받으니.. "오늘은 어머님이 주인공 같습니다"......라는 소리도 듣고...^^ 집에 올때는 교우들과 이야기하면서도 걸었어도 지름길로 걸으니 25분 거리였다. ...에고...도대체 오늘 돌고 돌아...얼마를 걸은거야?
09/03/16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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