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지친 하루

샘터 표주박 2009. 4. 24. 01:41




지난 4월 22일 수요일 아침. 바오로와 나는 전날 저녁 9시부터 금식을 하고 예약된 시간에 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받기위해 청량리 모종합 병원에 갔다. 예약시간 보다 15분 빠른 8시 45분, 병원에 도착했으나 이미 여러명이 먼저 와 있었다. 접수처에서 주는 종이컵에 소변을 받아 제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건강검진. 우선 4층 치과에서 구강검사를 받은 후 2층으로 내려와 2차 접수처에서 검진 추가액을 수납하였다. 공신력있는 종합병원인지라 추가로 받을 수 있는 것은 다 받기로 했다. ②방에서 x레이, 유방촬영 ③방에서 청력검사, 키 체중, 혈압④방에서 시력첵크, 채혈, ⑤방에서 면담, ⑥방에서 산부인과 검사를 하고 맨 끝에 위내시경이다. 바오로와는 ②방에서 헤어졌다. 남성은 x레이만 찍으므로 유방촬영이 있는 여성보다 순서가 빨리 진행되고 여성은 옷 갈아 입고 벗고 대기하고... 여기에서만 이십여분이나 늦어지는 것 같다. 기다리고 접수를 거듭하는 사이 사람이 많이 몰려 검강검진장이 북새통이다. 2년전보다 순례 검진방 면적은 좁아지고 사람은 늘었다. 각방을 다 거치고 다른 접수대에 검진표를 제출해야 만 내시경 검사를 위한 하얀 액체를 마시게 하므로 서류를 들고 다니며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④방에서 채혈을 하는데 그토록 능숙한 간호사도 약한 내 혈관을 찾지를 못해 몇번씩 찌르기를 반복하기에 '손등에서 채혈해 주세요' 주문을 하니까 '손등은 아파요.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실인즉 여기저기 거듭 7~8회정도 찔러대는게 더 견딜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네. 저는 혈관이 약해서 늘 손등에 주사를 맞습니다'라고 화답을 했다. ⑤번방은 면담방이다. 칸막이로 분리된 방마다 대기하는 사람이 넘쳐나 소란스럽고 답답하다. 면담순서를 기다리는 대기의자에 앉았는데 ⑥방문이 반쯤 열려진 틈으로 내부를 살펴보니 담당의사가 없는 듯, 빈방이다. 을씨년스런 높다란 진찰대에 거부감이 든다. 동네 산부인과에서 매년 받는 암정기검진을 5월에 받기로 하였기에 이 북새통에 하나쯤 생략한다 해도 그리 서운하지 않을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잘 되었다 싶었다. 면담도 일사천리다. 부모님과 형제의 병력을 중점적으로 특히 암, 고혈압, 심장병, 당뇨를 앓았는지를 묻고, 나는 해당사항이 없다. 다만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담낭 절제 수술을 받았다 했고, '운동은 하루에 몇분? 일주일에 몇회? 무슨운동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산책정도 뿐이라고 솔찍히 말했다. '하루에 3~40분씩 주 5회정도'로 운동량을 늘리라는 권유에 공감하면서.. 체력관리에 게으른 내가 실로 부끄러웠다. 그리고 마지막... 내시경...이다. 바오로는 남자라서 진도가 빨라 나보다 거의 3~40분전에 내시경을 접수하였고 나는 까마득히 밀려난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그와중에도 입원환자들이 검진받으러 오고 건강검진환자와 뒤섞여 혼란스럽다. 지루한 시간을 견디느라 폰에 매달린 묵주를 꺼내 기도를 바치는데 드디어 바오로가 호명되어 내시경실로 들어갔다. 10여분 지나 바오로가 검진을 마치고 나왔고 뒤따라 나온 간호사가 3층 내과 외래 지정 의사선생님 이름까지 기록된 쪽지가 건네준다.'십이지장에 잡힌 작은 물체'를 확인하는 절차다. 지정의는 오**로 적혀있다. 의사 소견을 듣고 정밀검사를 받아야 하므로 곧바로 바오로와 내과진료실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가 다시 외래 접수를 하고 바오로는 그곳에서 대기하고 나는 내시경실이 있는 2층으로 내려왔다. 오래전 바오로가 B형 간염으로 15년 투병때 이 병원 내과 과장님이 주치의셨다. 한달 넘게 입원하였고 이후 만성으로 넘어가 간경화까지 진행되었으나 기적적으로 회복되어 완치된 경험이 있다. 그 과장님은 오래전에 병원을 떠나 셨다. 그당시 과장님 밑에서 수련을 쌓던 최** 선생님이 '간,위, 담도계' 권위자가 되어 10년전 담낭절제 수술을 망설이는 내게 거의 강요하다싶이 '염증이 오면 암으로 진전될 수도 있다'고 겁을 주며 수술을 권했었다. 그리고 2년전, 바오로 건강검진때 발견된 위염도 2달간 치료해 주었기에 담당의사를 변경 하여 신청할까도 생각했으나 그냥 병원에서 지정해 준 의사로 접수를 하였다. 바오로가 있는 3층으로 내 촉각이 다 열려져 있다. 무엇이든지 내 귀로 들어야 하고 내 눈으로 확인 해야만 하는 이 못된 성질 탓....^^ 산부인과 검진방에 의사가 왔나보다. 이사람 저사람 불려들어간다. 나는 용케도 피했다 싶었는데 드디어 내 이름도 호명된다. 어찌해야 하나.. 생략하고 싶은데.. "저는 내시경 순서가 다 됐는데요. 여기가 더 급해요" "시간 얼마 걸리지 않아요. 금방 됩니다" 하면서 궂이 내게로 까지 걸어와 손을 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대기하고 있는데 의사가 11시가 넘어 나오다니.. 기분이 몹시 얹잖다. 내키지 않지만 어쩔수 없이 내진을 받고 나왔더니 아니나 다를까 내시경실에서 내이름이 호명되었고 뒷사람이 내 대신 검사하러 들어 갔단다. 3층 진찰실도 궁금한데 더 가다려야 하다니.. 확 짜증이 난다. 불만이 가득한 기분으로 검사실에 들어갔고 담당자는 내 목에 스프레이를 슬쩍? 한번 뿌리고 곧바로 침대에 눕히더니 이내 검사가 시작됐다. 참을성이 많기로 알아주는 나도 울컥거림을 여러번 겪었다. 수차례 내시경을 해왔지만 이번처럼 힘들기는 처음이다. 간신히 일어나 정신을 가다듬고 밖으로 나오니 담당자가 쪽지를 주며 목에 이상 증상 느낌이 있느냐고 묻는다. 아무런 증상이 없다고 하니까 정밀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단다. 쪽지에는 '역류성 식도염이나 증상이 없으면 진료받지 않아도 됨' 이라고 적혀있다 그런데 여늬때와 다르게 울렁거림이 오래 지속된다. 혹 역류성 식도염? 아님 지루함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내 탓으로 스프레이로 뿌린 목마취제가 제대로 먹히지 않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비실비실 3층으로 올라갔다. 바오로가 접수대에 줄서있다. 다가가 확인해 보니 'CT 촬영'을 해야 한단다. 예약한 영수증을 들고 2층에 다시 내려가 'CT 촬영 시간배정'을 받았다. 오전은 이미 마감되었고 오후 3시 15분에나 가능하단다. 그때가지 굶은채로 3시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한단다.... 에휴... 바오로는 담당의사가 'CT 촬영'을 하고 올라오면 곧바로 결과까지 봐주겠다고 했으므로 시간이 더 걸릴테니 나는 집에 들어가 쉬라고 재촉한다. 남편은 속이 빈채 오랜시간 혼자 가다리기에도 힘겨울 텐데... 나 혼자 집에 먼저들어간다고 해서 편안하게 누워있을 수도 없겠기에 차라리 여기에 같이 있으면서 말동무나 하다가 결과까지 보고 같이 들어 하는게 한결 편하지 싶었다. 오늘 받은 영수증을 한데 모으는데 일주일 후 수요일 29일 오전 11시 예약까지 되어있다. 드디어 3시가 되자 1층에서 'CT'를 찍고 방사선 선생님께 3층 내과선생님이 곧바로 올라 오면 결과를 설명해 주신다고 했는데 지금 올라가면 되겠느냐고 물으니 그러라고 한다. 3층 진료실로 급히 올라갔다. 진료실 밖으로 말소리가 들린다. 환자 진료 시간이 길어지나 보다. 진료실 문앞에 '지금은 진료중이오니 기다리시면 간호사가 나옵니다' 라는 팻발이 서있다. 지루한 시간이 흐른후에 간호사가 나왔다. 오전에는 옆방에서 최**의사 진료를 돕던 낮익은 간호사가 오후엔 오**의사방으로 옮겼다. 옮긴 간호사가 오전환자인 바오로를 기억할리가 없겠기에 오전에 진료를 받은 '건강검진' 환자라 밝히고 선생님이 'CT'촬영하고 곧바로 올라오면 결과까지 봐 주신다고 했다는... 긴 설명하였더니 확인해 보겠다고 2번이나 바삐 들락거리며 갸웃댄다. 이리저리 알아보더니 결국은 1주일 후에 결과가 나옵니다..란다. 그러면 왜 오전엔 곧바로 올라오라고 했고... 아래에서도 올라가도 된다고 한거는 뭐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래저래 1시간이나 더 잡아먹었다. 지칠대로 지쳐 집에오니 오후 다섯시가 거의 다 되었다..... 참 나.... 이렇게 힘들어서야 어디 건간검진 받겠는가? 어떤 할머니는 아드님이 동행했음에도 다음엔 다시는 안받겠노라고..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2년전에 받을때도 사람이 많긴했지만 이토록 북새통은 아니었고 이토록 오랜시간 기다리느라 지치지도 않았다. 검진에 할애된 병원 면적은 줄고 검진 받으려는 사람은 늘어 의료 서비스 차원에서도 더 개선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후퇴한 느낌이 드는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닐듯 싶다.... 보험공단측 책임인가? 병원측 책임인가?
09/04/24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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