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영화 '마더'

샘터 표주박 2009. 6. 8. 13:01



 

영화 '마더'는 김혜자의 '허탈한 춤'으로 시작해 '허무의 춤'으로 끝난다해도 좋겠다. 갈대밭에서 무표정한 얼굴로 비실비실 걸어오더니 어느순간 몸을 뒤틀며 흔들어댄다. 반쯤 풀린 동공과 흐느적거리는 춤사위로 보이지만 고개를 틀어 바라보는 동공이 누군가를 노려보는 듯한 야수의 동물적인 섬뜻함이 옅보인다. '한'이라는 우리네 정서로 설명될수 있을까?. 어딘지 슬프고, 절박한 분노 같은 감정이 뒤섞여 어깨춤으로 풀어내는 그런 것.. 엄마는... 약재상을 하며 홀로 정신박약 아들 도준과 함께 산다. 자식 사랑이 지극한 나머지 길가에서 방뇨하는 아들에게까지 약보시기를 들고 가서 보약을 마시게 하는 '자식사랑 과잉'의 모자란 엄마다. 영화 초반은 '마더'의 엄마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중반에 가서야 산만한 인물중심에서 사건중심으로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을 취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던 중 마을의 여고생이 피살되어 지붕에 빨래처럼 널려진 시체로 발견되고 경찰은 '바보' 도준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구속된다. 경찰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도준을 범인이라고 지목하고.. 누구도 의지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다. 이 영화는 모성이라는 동물적 본성과 이성적인 세계 사이의 괴리를 다루고 있다. 살인사건에 연루된 아들을 구하기 위해 모성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이성적 사고는 함몰된채, 그저 내 아들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동물적인 모성만이 존재한다. '마더'는 심지어 자신이 쫓는 '진실'의 실체도 제대로 모른다. 오직 내 아들이 살인 하지 않았다는 자식에 대한 본능적인 사랑만이 진실이라 여긴다. 오직 아들에 대한 무모한 믿음이 전부다. 대책없는 엄마의 광기만이 번뜩일 뿐이다. 사건의 열쇠를 찾아 진실규명을 해야 할 담당형사는 과학수사와는 거리가 멀고, 정의의 잣대이어야 할 선임변호사는 돈만 탐닉하는 사회모순의 앞잡일 뿐이다. 도준이 친구 진태도 어쩌면 수사놀이를 즐기는 냥, 도준의 엄마에게서 돈만을 요구 하고, 믿을 수도 믿을 구석도 없다. 이성이 기능하지못하는 부조리한 사회이기에. 우리는 황당하고 억울한 일을 겪을제 '본성으로 감싸주는' 엄마의 품에 얼굴을 묻는다. 그러면 엄마는 그저 등을 두드리고 자식에 대한 무한 신뢰로 깜싼다. 그것은 이성과는 상관없는 모성의 본질이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만을 위해 악귀처럼 변신 했다가 살인을 하고 '또 다른 장애아'를 아들대신 죄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회부조리에 일조하는 '맹목적인 사랑의 폐혜'가 관객을 허허롭게 만든다. '무작정 무죄'를 주장하는 엄마의 시선과 엄마의 의지와 엄마의 사고만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끝끝내 아들에 대한 그릇된 욕심을 분출한 주인공의 연기는 박수 받을만 하다. '마더'의 마지막 엔딩은, 도덕의 경계에 선 주인공만큼이나 모호하다. '망각과 도취'를 의미함인가? 아니면 죄의 대가로 화염속에 자신을 태워버리는, '엄마'의 소멸을 뜻함인가? 마지막 군무는 거울에 반사되어 우리에게로 향한다. 내재된 슬픔과 옹이가된 한이 불속에서 소멸되어 버린다는... 묵시로.. 여기고 싶다.
09/06/08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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