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들'을 주고 '참'을 받다

샘터 표주박 2009. 8. 10. 16:14
 

미사후에 야고버의 집 휴계실에서 일곱명이 둘러앉아 차를 마시면서 환담을
나누다가 바쁜사람은 먼저가고 셋만남았다. 한사람은 지난해 구역분과 부회장 
'아델라'이고 한사람은 나와 동갑내기 '엘리사벳'으로 레지오 단장을 맡고있다. 
엘리사벳이 시계를 보더니.
"갑장. 우리 냉면이나 먹자"
"......." 
"이번엔 내가 낼차례잖아"
"내가 낼 차례가 어디있어. 지갑이 두둑한 사람이 내는거지"
"그래. 내 지갑 두둑하다!"
엘리사벳이 이끄는대로 따라가 시원한 물냉면 한대접씩 맛있게 먹고 냉면집을 
나서는데 이번엔 아델라가 한마디 던진다. 
"형님, 우리집에 가서 맛있는 차한잔 마십시다"
"차 마셨는데 또 마셔?"
"형님, 기도해 주이소!"
쪼기 보이는 집이 자기네 집이라고 팔을 잡아끈다. 총구역장을 도와 교회살림을 
도맡아 했건만 늘상 말로만 인사치례를 했을 뿐, 그러고보니 첫방문이다.
냉면집을 나서서 100m정도 걸으니 아델라집이다. 
현관에 들어서며 '이댁에 평화를 빕니다'로 이어진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두시간정도 실타래를 풀어내고 일어서려는데 냉동실에서 쌀가루를 꺼내 두뭉치를
만든다. 며칠전에 쌀가루를 빻았는데 필요할때 쓰라면서 제법 많이도 싸준다....
지난 봄에 쌀가루가 없어서 밀가루로 쑥범벅을 했던 일을 떠올리며 속으로 빙그레 
웃었다. 에그... 반가운 쌀가루...^^ 
"그럼 난 뭘주나.. 들기름 1병씩에 들깨가루 조금씩 줄게. 내일 미사나와.."
했더니 동갑나기 엘리사벳이 
"미사 안나가면 안주겠네. 그래...좋다. 다 주라. 난 얻어만 먹을게"
"무슨 소리야. 봄에 쑥개떡 빚은거 한보따리 줬잖아. 을매나 맛나게 먹었다구"
지난 봄에 쑥개떡을 만들었다며 반죽하여 빚은걸 얼려서 20개도 넘게 주어 바오로
간식으로 맛있게 먹었었다. 
"마침 들기름이 떨어졌는데 잘됐어요. 들깨가루도 귀한데... 잘 먹을게요"
아델라는 주기도 전에 인사부터 한다.
"내일 미사에 나오면 줄께. 안나오면 없음".......하하하....
이렇게 해서 다음날 머리에 쥐가나도록 심혈을 기울여...들기름병과 들깨를 담은 
비닐주머니를 곱게 포장하여 들고 나갔다. 성전에 들어서자 휘~둘러보니 두사람 
자리에 앉아있다. 
내가 앉는 자리에 미리와 있던 엘리사벳이 내게 귓속말로 '오늘 기름짜러 간다'
고 한다.  엘리사벳은 내 단골집에서 몇번 기름을 짠 일이 있다. 
미사끝나고 기름집에서 참기름 한말, 들기름 한말, 기름짜고.. 들깨도 한말 계피내어
두사람이 나누었다. 머리에 쥐나도록 곱게? 포장해간 선물은 의미가 퇴색되긴 했어도 
받아주어 고마운데... 대신 참기름 한병씩... 2병을 준다.
지난 구정때 '유기농 참기름'이 선물로 들어와 아직 서너병 남았다고 하여도
굳이 한병씩을 건네준다. 그러고보니 '들기름' 2병 주고 '참기름' 2병을 얻었다. 
.....참 이상한 선물 나눔이다.... 하하하...

 

09/08/10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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