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할머니의 유머

샘터 표주박 2010. 1. 25. 07:09

 
얼마전 막내아들 혼사를 치룬 안나 할머니가 아들내외가 신혼여행 다녀온 
이튿날 방안에서 넘어져 척추 골절로 입원하셨다고 한다. 전에도 여러번 
골절상을 입으셨고 이번이 4번째로 기억된다. 안나 할머니는 '여러번이라 
남 부끄러워' 입원하신 것을 쉬쉬 하신단다.  
신임구역장과 반장과 입원하신 병원을 방문하였다. 마침 직장을 다니는 
새 며느리가 병간을 하고 있었다. 마음으로는 기다리고 계신듯.. 우리를 
반기신다. 이런 저런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기도를 바친후 할머니 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쪽으로 걸어가는데 교우 할머님을 복도에서 만났다.
"할머니 웬일이세요?"
"우리 할아버지가 여기 병실에 계셔..."
"네? 그럼 뵙고 가야겠네요"
"기도해 주면 고맙지... 거기에 교우 환자 한분 더 계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늘 같이 성당에 다니셔서 본명은 모르지만 안면이 
익은 노부부시다. 두분 다 키도 훤칠하시고 특히 할아버지는 젊으셨을때는 
영화배우 못지 않게 미남이셨다. 병실에 들어가니 오래 전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었음에도 전동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여 '매일 미사 참례'은총을 
함께 나누던 '루까 형제님'이 소변 주머니를 매달고 계시지 않은가.
"언제 입원하셨어요?"
"작년 10월에... 눈을 떠보니까 병원이어요. 쓰러졌다고 해요"
"병명이 무언데요?"
"아직 병명이 안나왔다네요. 잘 모르겠어요. 혈액쪽에 이상이 있다는데.."
"네.. 그렇군요.. 봉성체 신청하시고 한달에 한번이라도 성체를 영하세요"
"1월은 봉성체가 없다고 해서 신청하지 못했어요"
위로의 말 몇마디, 기도문 몇줄에 큰 위로가 될까만은 두 분 눈빛에서 
'치유자이신 주님이 함께하심'을 느낄 수 있었다. 기도를 마치고 병실문을 
나서는데 할머니가 빨대를 꽂은 야쿠르트를 들고 쫓아 나오며 마시라고 
성화다. 할 수 없이 의자대용인 턱에 걸터앉아 할머니가 주신 야쿠르트를 
받아 마셨다. 할머니가 흐믓해 하시며 내게 덕담 한말씀 건네신다.......
"에구.. 옛날엔 고왔는데 이젠 늙었네..."
"제가 고왔다구요? "
"그럼 고왔지.."
" 저는 평생 곱다는 말 못들은 걸요..."
"아니야 고왔어...젊어서는 고왔어..."
"그럼 그때 곱다는말 해주지 그랬어요. 뻐기고 다니게...ㅎㅎㅎ"
병원을 나서서 걷는데 '할머니의 유머'가 생각나 혼자서 실실 웃었다. 
....젊어서 내얼굴이 고왔다고?... 
...그럼 내가 좋아하는 헵번을 내 젊은 얼굴에 그려 넣어 볼까나?..하하하..
2010/01/25 -표주박~

'표주박의 散文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리차 드릴까요.  (0) 2010.03.16
나가사키의 노래  (0) 2010.01.30
새해 첫날 첫 선물  (0) 2010.01.13
위대한 침묵  (0) 2010.01.07
5만원을 팔뚝에  (0) 2009.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