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나가사키의 노래

샘터 표주박 2010. 1. 30. 00:10



 
이책은 일본 가톨릭의 역사와 '나가이 다카시' 집안의 가족사와 더불어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이기 까지의 과정을 사실적 체험'을 바탕으로, 더구나 복잡한 일본의 사회상까지 오스트레일리아 신부 '폴 글린'의 신앙적인 시각으로 씌여졌다. 나가사키는 1570년 일본 최초의 무역항으로 개항하였다. 때문에 동서양 상선의 입출항으로 '유일신 사상'이 꽃피울 수 없는 일본에서는 이례적으로 인구대비 가톨릭 신자가 가장 많이 살았던, 때문에 가톨릭 신앙이 뿌리내린 유서깊은 도시다. 냉정한 이성의 소유자 '나가이 다카시'는 의사로서 과학 신봉자이며 평화주의자인 동시에 현실적이며 종교에 비판적인 성품이었다.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을 받아 들이는 과정에서 파스칼의 '팡세'에 깊이 몰두하게 되고 이는 새로운 인생여정의 출발이 되었다. 그는 영적인 세계에 눈뜨면서 자랑스럽게 여겨 오던 일본 전통 문화와 새롭게 발견한 가톨릭 신앙이 충돌하면서 고민을 한다. 그러나 일본 전통의 종교 신도(神道)를 버리고 무신론자에서 하느님을 향한 숭고한 신앙을 받아들인다. 그러기까지는 순교의 피(血)가 흐르는 아내의 지극한 사랑과 정성어린 기도가 나가이의 삶을 송두리째 바뀌어 새로운 영혼의 세계로 인도되는 계기가 됨은 물론이다. 그는 혼신을 다하여 하느님을 섬긴다. 원폭 피해자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한 '일본 가톨릭 신앙의 거인'으로 절망에 빠진 희생자들을 돌보고 폐허를 재건하는데 헌신하였으며 원폭 현장의 증인으로서 혁혁한 족적을 남겼다. 이 책은 나가이의 영적 순례를 통해 일본교회사를 이해할 수 있고 그가 평화를 추구한 한 인간으로서의 삶의 고뇌와 원폭의 엄청난 비극적인 결과가 인류사에 미친 참혹한 기록이기도 하다. 이미 수년동안 전쟁을 치르고 있었던 일본. 45년 8월,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은 그가 사랑하는 부인과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갔고 그도 원폭 후유증으로 생을 마감 할 때까지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된다. 그럼에도 하느님을 원망하기 보다는 세상의 평화를 위해 20여권의 저서로 참된 신앙인의 표양을 제시해 준다. 그는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확인한 순간에도 하느님을 원망하기 보다는 '원폭으로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아내가 기도하면서 죽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하느님께 기도를 드릴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는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라는 성경 구절을 몸소 실천한 것이다. 우리는 그런 원폭의 현장에서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면 과연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 있을가? 기도 보다는 '하느님 이럴 수가 있습니까' 하며 원망을 할께 뻔하다. 그가 바친 감사기도는 '내 신앙의 현주소'를 돌아 보게 한다. 그 구절을 옮겨보면...
비록 구슬은 모두 녹아버렸지만 줄과 십자가는 흔적이 남아 있어 그것이 아내가 
자주 손가락으로 굴리며 기도하던 묵주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머리를 숙이고 
흐느끼며 하느님께 아뢰었다. 
"제게 가장 소중하신 하느님, 아내가 기도하면서 죽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고통의 어머니시여, 죽는 순간까지 신실한 아내와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
니다." (p.210)
 
마코토가 열네살, 가야노가 여덟살, 두아이들이 홀로 남겨질 것에 대비하여 
아이들의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해 나가이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 찾아온 극심한 
고통에도 펜을 놓지 않은 그의 의지와 부성애에 존경을 보내고 싶다. 나가이는 
특별히 이 아이들을 위해 쓴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너희들은 곧 고아가 될 테고 따라서 가파르고 거칠고 외로운 길을 걷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너희들의 그리스도교 신앙이 고통을 잠재우는 약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히 말 할 수 있다. 너희들이 걸어야 할 외로운 길은 
하느님께서 특별히 너희들을 위해 택하신 것이다. 그 길을 하느님의 섭리로 받아
들이도록 하여라. 그리고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어떻게 그 길을 걸어갈 것인지 
자주 하느님께 기도로 물어보아라. 
기도란 불행을 떨쳐버리기 위한 심리전술도, 현명한 방법도 아니다. 기도는 오직 
삶의 신비를 드러내는 진실한 자세다. 너희들이 행복하면 그것도 하느님의 섭리로 
받아 들여라. 그리고 그 행복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수 있도록 기도하여라"
(p.293)
 
'일본'하면 식민지 시절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사소한 부댐에도 촉수를 곤두
세우곤 하는 못난 선입견으로.. 일본 가톨릭에 전혀 관심을 두지도 않았다. 우리가 
인식하는 막연한 적대감 이랄까. 일본에 대해서는 마음의 빗장부터 굳게 걸어 잠그고
살았던게 사실이다. 그러다가 '나가사키의 노래'를 통해 일본 가톨릭과 일본교회사와 
문화에도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지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기도하시오. 제발 기도하시오." 
나가이 다카시가 죽어가면서 남긴 마지막 충고다. '나가사키의 노래'는 지난 시대를 
살다간 특별한 사람의 기록이라기 보다는 오늘을 사는 우리 신앙인들이 두고두고 
가슴에 담아 실천 해야할 신앙인의 지표가 아닐까 싶다. 하느님을 믿는 우리는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고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하느님을 믿지 않는 이도 '평화를 위해 
헌신했던 나가이 다카시의 일생'이 감동적으로 심금을 울릴 것이라 믿는다. 
 
1951년초, 나가이에게 용기를 북돋우고 창작에 불을 지핌으로써 생애 마지막 책을 
쓰도록 만든 뉴스가 날아들었다. 뉴스란 예수회에서 쓰와노의 오토메 도게에 순례자들을 
위한 성당을 짓는다는 것이었다. 그곳은 나가이에게 세례를 준 신부의 부친 '모리야마 
진자부로'가 얼음고문과 불고문으로 고통받고, 그의 열네살된 남동생 우지로와 35명의 
신자가 신앙을 지키기위해 참혹하게 죽음을 당한곳이다. 
나가이는 연로한 진자부로와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이 바빌론 유수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했다. 그는 오랫동안 이 사건을 책으로 쓰고 싶어했고 자료도 수집해 놓았는데 
갑자기 지금 쓰지 않으면 영원히 못 쓸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는 이 책을 
1951년 4월 1일에 쓰기 시작하여 오른팔이 마비되기 3일전인 4월 22일에 끝마쳤다. 
그리고 1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했다. 
나가이가 마지막에 쓴 '순결한 길'은 그리스도인이 투옥되고 고문당한 쓰와노 교외의 
산길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영적. 문학적 호소력이 있는 81쪽분량의 이책을 쓰와노를 
많은 이들이 즐겨찾는 그리스도교 순례지로 만드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나가이가 
사망후 사체부검한 의사들은 신체와 신경조직이 파열될 때가지 책을 썼다는 사실에 
놀랐다 (p.302)
 
 
2010/01/30 
-표주박~ 

나가이 다가시 박사

 

원폭투하

 

나가이 다가시 저서 진열대

 

나가이 다가시 기념관

 

우라카미 성당(피폭된 조각상)

 

막시밀리안 콜베 신부님 동상

 

26성인 기념비

 

평화의 종

 

조각상(평화의 동상)

 

평화의 종 Erste Liebe Meines Lebens (내 인생의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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