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바보들의 해프닝

샘터 표주박 2010. 8. 12. 09:09


 
아침부터 날씨가 흐렸는데도 바람한점 없고 열기와 끈적거림이 느껴진다. 아침 시간대에 서둘러 수건 20여개를 삶고 비눗물이 빠지라고 세탁조에 담가 두었다가 10시 미사 다녀 와서 널었다. 흐렸던 날씨도 활짝 개었으니 일광소독으로 뽀송뽀송하게 말리려고 탈수하여 옥상 건조대에 4장씩 4줄을 널면 안성맞춤이겠으나 수건 갯수가 많다보니 몇몇개는 포개어 널었다. 두시간쯤 지나 옥상에 올라가 겹쳐진 부분도 잘 마르도록 손봐주고 내려왔다. 그 후, 한시간이나 지났을까 주방에서 어물쩡 거리는데 휴가중이라 집에 있던 작은 아들이 "소나기가 내리니 시원해요!" "뭐?.... 비가 온다구? 에구구... 수건 걷어야 해! 수건! 옥상 빨랫줄!" 급하게 내밷은 내 말에 작은 아들이 놀라 옥상으로 후닥닥 올라갔다가 다시 뛰어내려 온다. "빨랫줄이 어디있어요? 우산! 우산!" "뭐? 수건 널린게 안보여? 우산은 무슨 우산이야. 빨리 걷어야지!" 우산을 찾는 아들이 마땅치 않아 내가 단숨에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옥상 출입문에서 남편이 비구경을 하고 있지 않은가! 허겁지겁 뛰어 올라오는 나를 보더니 오히려 활짝 웃으면서 "비가 오니까 시원해서 좋다!" "뭐요? 비가오면 빨래 부터 걷어줘야지 뭐하고 있어요!" "뭐? 빨래가 있다고?" 우리 두사람은 비를 맞으며 빨래를 걷고 아들은 우산을 손에 든 채 어정쩡하게 서있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가 우스꽝 스러운 진풍경을 연출했다. 비를 흠뻑 맞고 한아름씩 안고 내려온 수건으로 머리와 얼굴을 닦으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거의 다 말라가던 수건인데.... 내 어찌 아들과 남편을 향해 한마디 아니할 손가 아들을 향해 "빨래 걷으라는데 우산은 왜 찾냐? 맨발로 뛰쳐나가 두손으로 잽싸게 걷어야지!" 남편을 향해 "아빠도 마찬가지! 옥상에 있으면서 비구경이나 하고.. 소나기가 쏟아지면 빨래부터 살펴야지.. 아이고 내팔자야..." 내말을 들은 남편이 멋적어하며 아들에게 한마디 한다. "야! 아버지가 똑똑하지 못하면 너라도 똑똑해야지! 우산이 뭐냐!" 셋이 합창하듯 "우하하하...." 젖은 수건을 다시 세탁기 속에 넣으면서....... 어차피 비에 젖은 수건인데 셋이서 그 비를 다 맞으며 걷지 않아도 될 걸... .............공연히 난리를 피우며 걷었잖아! .............우린 바보 가족인가벼! .............그나물에 그밥인가벼!
2010/08/12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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