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詩作노트

슬프게 아름답다.

샘터 표주박 2010. 8. 23. 17:44


 
여름밤은 아름답다. 한낮의 열기가 대지를 태운다. 화산의 그것과 무엇이 다르랴. 가히 살인적인 기록이라 떠들어댄다. 밭은 매던 노인이 열사병으로 스러진다. 서울사는 새끼들 추석에 바리바리 싸주려고 굽은 허리 땅에 엎어져 흐르는 땀과 싸운다. 뙤약볕 아래에서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에서 자식을 위해 모두를 내 놓는 견디어 내야 살아 남는 지치면 스러지고 마는 거룩한 섭리앞에 충실한 일꾼이다. ...그럼에도 한낮의 열기가 있기에 풍요로운 성숙의 계절이 있지 아니한가... 비가 온다. 땅이 젖는다. 나도 젖고 너도 젖고, 이번엔 또 강둑이 넘어진다. 어제 오늘 내일 쉬임없이 번개를 등에업고 들판을 휘저으면 무서운 뇌우속에서 노인은 또 한번 엎어진다. 서울 새끼들 낱알 먹이려고 김을 매고 물꼬를 트는 등 굽은 허리여! 그럼에도 여름밤은 아름답니다! 섭리에 따라 슬프게 아름답다.
2010/08/23
-표주박~

'표주박의 詩作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디있으랴  (0) 2011.04.05
봄바람  (0) 2011.03.12
여인이여!  (0) 2010.07.22
유리벽  (0) 2010.04.20
한줌 재로 갔습니다  (0) 2010.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