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사람이 더 무서워요...^^

샘터 표주박 2010. 9. 19. 14:52


 
한여름 땡볕이 대지에 쏟아지는 정오 즈음, 성당에서 집으로 향하는 8m도로는 양쪽 주차차량으로 인해 차 한대가 간신히 빠져나갈 공간뿐이기에 보행자는 늘 신경이 쓰인다. 여늬때와 마찬가지로 작은 파라솔로 뜨거운 햇볕을 가리고 전후좌우를 살피면서 우측에 바짝 붙어 걷고 있었다. 우측은 6m도로, 좌측은 경사가 3~40도 쯤되는 우리집 방향인 오르막길이고 시장으로 내려가는 지점에 부동산과 정육점 상가가 있다. 부동산 앞에서 무엇인가 나의 왼쪽 엉덩이 아랫 부분을 '쾅' 하고 때린다. 뒤에서 소리없이 달려든 승용차에 받힌 것이다. 순간 나는 중심을 잃고 서너발자국 앞으로 떠밀려 비틀거리다가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몸을 추스려 들이받은 차를 바라보았다. "크락숀을 눌러야지요!".....하고 소리를 질렀다. 조수석에 앉은 사람이 웃으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흥분한 내가 한마디 더 쏟아내려니까 조수석 문을 열고 젊은 남자가 내린다. 운전석을 보니 젊은 아가씨가 핸들을 잡고 있다. 주행연습? 아님 운전미숙? 이라 짐작된다. 너무나도 놀라고 화가나서 얼굴이 일그러질 정도로 흥분한 나와는 달리 차에서 내린 청년은 침착하고 공손하게 머리를 숙인다. 그러나 그 청년의 팔뚝을 보는 순간 기가 팍 질려버렸다. 흰색 반팔 T셔츠 아래에 드러난..어깨에서 손목까지 꿈틀대는 그림.. ....시커먼 문신.... 검정옷을 걸친거나 진배 없이 온통 검고 푸른색이다... 영화에서나 봐 왔던 그런 어마어마한 문신을 육안으로 처음보는 순간... 내 머리속이 하얗게 뭉개져서.... 무슨말을 해야 할지...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경우엔... 한마디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보세요! 여기는 골목이예요! 운전자가 특별히 조심해야 하는 골목이라구요! 보행자가 뒤에는 눈이 없으니까 '빵 빵' 소리를 내야죠!. 그래야 피할게 아닙니까...!" "죄송합니다. 괜찮으십니까?" "글세.. 아직은 모르겠지만.. 넘어지지는 않았으니.." "죄송합니다" "그냥 가세요. 오늘 좋은 사람 만났어요!" 청년이 차에오르자 아가씨가 빙그레 웃으며 인사를 하고 미끌어져 갔다. 이 광경을 보고있던 안면이 있는 정육점 아저씨가 내게로 걸어와 "다치지 않으셨습니까" 하고 걱정스레 묻는다. "글쎄요.. 아직은 모르겠어요.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아프지 말아야 할텐데... 차 번호와 전화번호쯤은 적어 두고 보내야 하는데... 저 청년 문신이 넘 무서워서.. 그냥 보냈어요... 요즘은 사람이 더 무서워요.."
2010/09/19 -표주박~

 

-베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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