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예쁜 새싹들

샘터 표주박 2010. 12. 26. 22:01


 

 

 

얼마전 외출에서 돌아온 남편이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을 느낌까지 담아서 소상하게 들려준다. 평소에 말수가 적어 마눌이 묻는 말에 마지못해서 '응. 아니. 그래.' 이런식으로 대답을 하는 단답형인데 이날따라 활짝 웃으며 장황하게 설명까지 한다. "지하철을 탔더니 내가 탄 칸에 꼬맹이들이 많이 탔어. 한쪽에 서 있으려니까 남자아이가 옆으로 비켜앉더니 제 옆에 앉으래. 인솔 선생으로 보이는 이는 나를보고 웃고 있고..." "그래서... 꼬맹이가... 앉으란다고 덥썩 앉았어요?" "앉았지..." "앉았다구요? 몇살이나 되어보였는데요?" "다섯살? 여섯살? 취학전 아이들인가봐. 그리고는 고사리 손으로 내 어깨를 주물러주잖아. 무릎도 주물러주고...허허..." 남편은 교통사고 이후 허리에 박힌 철심으로 체중을 지탱하기에 오랜시간 서 있기 힘들어 한다. ....어린아이가 자리를 내어주니 기특하기도 하고... 게다가 허리도 불편하고.... 염치를 무릅쓰고 앉았으리라... 짐작을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한들 초등생도 아닌 유치원생 아이가 앉으란다고 냉큼 앉다니. 이야기를 전해듣는 내 얼굴까지 확 붉어지는 듯 하다. 지하철 7호선은 '어린이 대공원'을 경유하기에 현장학습장으로 견학오는 어린이들이 많이 승차 한다. 인솔선생님처럼 보이는 이도 옆에 있었다는 걸 보면 그날도 현장학습날임에 틀림이 없을 듯 싶다. 나는 내 자신에게 변명을 하듯.. 한마디 보탰다. 아니 중얼거렸다. "그 아이는 틀림없이 할아버지 할머니 모시고 사는 집 아이일겁니다. 그리고 그 아이 엄마 아빠가 할아버지 할머니 주물러드리는 것을 봤기때문에 그대로 따라 하는 걸겁니다. 배운대로 하는 거지요. 부모의 행동이 산교육이지요." "고녀석 웃는 얼굴이.. 고사리 손 감촉이.. 문득문득 생각나...." 요즘은 초등생까지 선생님에게 대들고 심지어는 희롱까지 한다는데... ....무엇이 이토록 예쁜 새싹들을... 그토록 험하게.. 병들게 하는가...
2010/12/26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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