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작은 행복

샘터 표주박 2011. 1. 6. 00:21



 
지난 년말, 친구들 송년모임에 다녀온 둘째 아들이 핑크색 리본을 매단 예쁜 병포장을 멋없이 불쑥 내민다. "이거 준석이 와이프가 엄마 드리래요." "응? 준석이 와이프? 그럼 와이프도 같이 만났니?" "준석이네 집에 모였어요. 끝나고 나올 때 저만 주던데요" "새 애기도 태어났는데 거기에 친구들이 다 모였다구? 참 철딱서니도 없네. 아들이니? 딸? 그런데 이게 뭔데 이렇게 이쁜옷을 입었어!" "딸이구요.. 자기가 만든 매실청이래요. 찾아 뵙지 못해서 죄송하다구요" 대학다닐 때 다섯녀석이 뭉쳐 벤처 바람에 휩쓸리면서 5년여 동안 혹독한 인생 수업료를 지불했던 쓰디쓴 경험을 안고 있는 녀석들이다. 지금은 제각기 다른길을 걷고 있다. 내 아들이나 다름없이 소중한 녀석들이기에 결혼식에는 꼭 참석을 한다. 작년인가? 이른 봄 작은녀석 친구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준석이가 짝꿍이라며 다소곳이 인사 시키던 아가씨. 첫 인상이 참하다 했는데 역시 다르다. 매실 수확철에 누런 설탕에 재어 액즙를 낸 매실청은 우리집에도 있다. 소주병보다 조금 더 길쭉한 와인 병에 담겨진 매실 액즙이 얼마나 되겠냐만 직장 다니랴 신랑 조석 챙기랴.. 더구나 임신과 해산까지 겪으면서도 살림에 서툰 새내기 주부가 어찌 매실청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을꼬.. 게다가 딱 한번 인사한 신랑친구 엄마에게까지 보내다니.. 새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기까지의 힘든 과정과 육아의 어려움을 다 겪어본 우리들아닌가? 직장과 가정에 충실하려면 일인 몇 역을 해야 하는데 애써만든 아까운 것을 남편 친구 엄마에게까지 보내다니.. 마음씀이 기특하고 가상해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매실 담은병에 예쁜 리본을 묶으면서 행복해 했을 젊은 부부의 표정을, 대화를, 상상해 본다. 선물은 주는 행복이 크다지만 실은 받은 내가 몇 곱절 더 행복하다. 이번엔 내가 아기 백일선물 장만해 보내야겠다. 작은아들 아무개 엄마 이름으로.
2011/01/06
-표주박~

'표주박의 散文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전 출납부가 셋!  (0) 2011.01.28
연습이 덜 되었나봐요  (0) 2011.01.14
예쁜 새싹들  (0) 2010.12.26
희망 전도사 '애니'  (0) 2010.12.19
친구야!  (0) 2010.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