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금전 출납부가 셋!

샘터 표주박 2011. 1. 28. 13:05



 

 

오래 전부터 숫자를 암기하기가 귀찮아져서 가족 전화번호는 단축키만 꾹 누르고 마켓에서 발부하는 영수증도 받기만 할 뿐 확인하지도 않고 주머니에 넣고 산다. 심지어는 거스름돈 마저도 주는대로만 받는 어수룩한 표주박이다. 그러던 표주박이... 올 한 해... 생각지도 않던 장부를 3개씩이나 맡았다. 이 무슨 늦복인가. 이러다 늙으막에 골머리가 터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장부 하나.. 엊그제는 신자 10명이 매월 정기적으로 모이는 날이었다. 봄, 가을, 피정과 성지순례. 그리고 년 1~2회 이웃돕기를 목적으로 매월 일정 회비를 거둔다. 거의 매일 만나는 교우들이기에 회비를 관리할 총무만 나이 순으로 맡다는 회칙을 정했단다. 나는 두어달 늦게 합세하여 그런 회칙이 있는 줄도 몰랐다. 총무 임기는 1년. 회원은 승용차 2대에 승차할 수 있는 10명으로 제한 하고. 모임 명칭은 나눈다는 의미의 '나누어리'이다. 2011년 1월부터 12월까지 표주박이 총무를 맡을 순번이라니 피할 도리가 없다.....^^ 장부 둘... 레지오회합에서 내 자리는 회계옆이다. 젊은 회계가 작년여름 발 뒤굼치뼈가 골절되어 옆에 앉은 내가 도와 주었다. 수술 예후가 좋지않아 2차수술까지 받고 병가가 길어져 일단 퇴단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옆자리서 도와주었다는 이유만으로 회계장부가 내몫이 되었다. 장부 셋....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레지오 상급평의회에서 금지하는 '2차헌금'이라는게 있다. 단원들의 친목 도모를 위해 얼마간 회비를 걷고 회계가 장부를 정리해 왔다. 이또한 내몫이 되었다. 레지오 비밀 헌금은 레지오 규정 봉투에 차곡차곡 모았다가 꾸리아 월례회 참석하여 제출하면 되고. 2차 헌금도 소액이므로 입지출 기록과 영수증 정리 하면 되므로 어려운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누어리' 회비는 그간 모아둔 금액이 얼마간 되므로 은행통장에 입출금 기록을 남겨야 한다. 전임총무가 짐이 무거웠던지 기존의 통장까지 해약하여 내게 인계를 했기에 내 이름으로 새통장을 개설해야 했다. 쇠뿔은 단김에 빼야한다기에 모임 다음 날, 집에서 2분거리인 H은행에 갔다. 대기표를 뽑고 금리가 높은 통장정보를 얻으려고 두리번 거리는데 잘 아는 교우가 손짓을 한다. "무얼 찾으세요?" "네... 통장하나 만들려고 하는데... 금리를 비교하고 싶어서요" "나 따라오세요" 나를 데리고 작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원래 이 은행은 오랜동안 남편의 급여 통장을 맡긴 K은행이었으나 수년 전 횡단보도 건너 500m로 이전하여 그 자리에 지금의 H은행이 들어 왔다. K은행을 다니기가 다소 불편하여 작년 8월에는 내 통장만 이곳 H은행으로 옮겼다. 은행 여직원이 따끈한 녹차를 내오고... 지점장이 직접 찾아와 정중히 인사를 하고... 나이든 차장은 서서 대기하고... 완전 VIP 접대다. 대접이 융숭하다. 지점장님이 합석을 하자 앞에 앉은 교우가 나를 소개한다. "이분이 통장을 개설하려는데 잘 부탁드립니다." "제 이름으로 통장을 개설하려구요. 액수는 작아도 몇명이 뜻을 모아 이웃돕기에 쓰려고 월회비를 모으는 공적인 돈입니다. 때문에 금리가 높으면서 입출금이 가능하면 좋겠습니다. 금리가 3%정도면 좋겠는데...." "좋은 일을 하시는데.. 그런데... 적금이외엔 금리가 높지 않아요. 우리 은행에서 가장 금리가 높은 통장으로 해 드릴게요." 이후 여직원이 가져온 첵크된 용지에 주민번호와 주소와 이름을 여러장 썼다. 직무에 충실한 은행장은 역시 장사꾼이다! 잠시 자리를 비우더니 내 통장 내역을 다 들여다 본 듯하다. "주택부금 가입하셨습니까?" "아니요. 제 나이에 주택부금은 들어서 뭣하게요. 집 넓혀가는데 관심없어요." "그럼 자녀분이라도" "작은 아들은 이은행에 주택부금 기입했구요. 큰 아들은 자기집이 있기에 관심밖일겁니다." "주택부금은 금리가 제일 높습니다. 세금공제도 받구요. 그럼 어머님이 아드님 이름으로 한구좌 가입하셔서 관리해 주세요" "본인 와야만 되는거잖아요. 신분증도 도장도 아무것도 없는데......." "주민등록만 되어있으면 됩니다." 얼떨결에 궁핍한 핑계를 두서없이 꺼냈다가 딱 걸려들었다......^^. "작은 금액으로 일단 가입하시고 차후에 아드님이 불입액을 조정하시면 됩니다. 자동이체로 해 드릴게요" "그럼.... 개설해 주세요. 나중에 아들에게 불입금 재조정하라고 하죠." 이렇게 해서... 총무를 맡은 덕분에... 생각지도 않은 주택부금 통장 하나 더 늘었다. 은행문을 나서는데 높은 사람이 입구까지 나와서 정중히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

 

 

2011/01/28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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