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함께라는 것

샘터 표주박 2011. 2. 12. 01:05



작년 여름이던가? 봄이던가? 머리를 감고 손질하는데 왼쪽 귀 뒤 머리아래에 손톱만한 멍울이 집힌다. 약간 부불어 오른 듯하여 몇 달 유심히 관찰해 보아도 아무런 통증도 없고 크기도 그만하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지냈다. 그러다가 구정전 손톱2개 정도로 커진것이 느껴진다. "아니... 꽤 커졌네" 느낌이 이상해서 남편에게 만져보라고 했더니 정색을 하면서 이렇게 커지도록 병원에도 안가고 뭐하는거냐고 야단 법석이다. 자가 진단으로 혹시 지방 덩어리가 아닐까? 하는 추측으로 우선 집부근에 있는 외과에 갔다. 의사도 내가 추측한 대로 지방이 뭉친것 같으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수술을 하고 싶다니까 머리는 과다 출혈 우려가 있으므로 종합병원에 가는 것이 좋겠단다. "수술하려면 어느과가 좋겠습니다? " "외과나 신경외과 가보세요" 구정 지난 며칠 전, 모대학병원 홈페이지를 두루 살펴보고 '신경외과' 모 교수님께 예약했다. 위풍당당한 교수님이 내 머리를 만져보더니 아무 설명도 없이 '성형외과'로 보낸다. 간호사가 지정해 주는 성형외과 교수님 진료일에 다시 예약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어디가 편찮으셔서 오셨습니까" "네.. 머리... 여기에 이런 멍울이.... 근래에... 커졌습니다..." 머리 멍울을 유심히 만져 보더니... "연세가 있으시기에 여러가지 고려해 봐야 합니다. 혹시 다른 곳에 이와 비슷한 멍울이 잡히지는 않습니까" "네.. 다른 곳엔 없습니다" "그게요... 림프종 멍물이 만져지지 않을 수도 있어요" "네? 림프라면... 임파선이요?" "네.. 그럴 수도 있어요. 아무래도 MRI를 찍어보는게 좋을 것 같아요. MRI가 정확한데.. 그게.. 비보험이라 비용이 100만원 정도 됩니다." "네????............." "요 근래에 멍울이 자랐다고 하시고 연세도 있으시기에 만약을 위해서..." "........??.... 밖에 보호자가 있으니 잠시 의논하고 오겠습니다" 림프라는 말에 저으기 당황했다. 남편에게 상황을 설명하니 당연히 찍어야지 무얼 망서 리느냐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떠밀리다 싶이 다시 진료실에 들어갔다. "남편이 찍으라고 하네요" "네.. 결정 잘하셨습니다. MRI를 찍으면... 쉽게 말해서 답안지를 먼저 보고 시험을 치는 겁니다. 그만큼 정확한거지요." 대학병원은 검사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대단한 질병은 아니라 여겨 MRI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어찌되었건간에 예약을 했다. MRI 검사비 720,590원. 진료비까지 합계 741,222원. 거금 지출이다. 남편이 '백만원 아니네!' 한다. 비싸다는 느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이런걸 충격 효과라고 하나보다..ㅋ 목요일, MRI 예약일이다. 저녁 6시 20분까지 병원에 가려는데 남편이 굳이 따라나선다. 검사를 마치고 나는 성당 Cu회합에 참석하고 늦게 집에 들어왔고 집에 먼저 온 바오로는 잠이 들어 있었다. 자정이 지나자 가슴이 답답하다면서 여러차례 화장실을 들락 거린다. 감기 기운도 있고 체한 것 같단다. "당신이 MRI찍으러 들어갔다 못 나올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기분이 영 좋지를 않아" "뭐요? MRI 찍다가 죽는 사람봤어요? 간호사가 여러가지 이상반응에 대해 설명할 때 약간 긴장하긴 했지만 막상 통속에 들어가서는 오히려 안정 되던데요. 손가락 짚으며 묵주기도를 천천히 20단 바쳤어요. 40분간 분심없이 편안하게요" 마눌을 극진히 사랑하는 울 남편...ㅋ 어젯밤 걱정한 수고로 오늘 팔뚝에 링거와 영양제를 꽂았고... 나는 죽을 끓였다...^^ '남편 자리에 있어주어서 고맙습니다!!'
2011/02/11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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