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탕웨이의 '晩秋'

샘터 표주박 2011. 3. 16. 08:33



 

1966년 이만희 감독은 한국 영화사 불후의 명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영화 '晩秋'를 만들었다. 45년전 먼 옛날 영화다. 국제영화제에 제출했던 필름원본이 어찌어찌 떠돌다가 유실되었다는 가난한 시절의 안타까움이기도 하다. 다시는 볼 수 없기에 아련한 기억속에 화석이 되어버린 '晩秋'. '晩秋'는 이만희 감독은 연기파 여배우 '문정숙'을 내세워 '만추'를 연출했고 10년 후인 1975년 김기영 감독이 김지미의 '육체의 약속'을, 1981년 김수용 감독이 김혜자 주연 '만추'로 두번 리메이크 된 영화다. 나는 이 두 작품에는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문정숙의 만추>는 외화를 선호하던 뇌리에 리얼리즘 영상미를 남긴 영화이기에 문정숙의 '晩秋'여운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다는 이유로 철저히 외면했었다. 한국 영화의 전설이 되어버린 이만희 감독의 '만추'를 이야기로 전해들었다는 신세대 김태용 감독이 중국 여배우 '탕웨이의 만추'를 만들었다기에 내 기억속에 깊게 각인된 '문정숙의 만추'와 비교하고 싶어졌다. 얼마전 TV 위성전파를 타고 안방까지 점령한 <색'계>의 마지막 10분에 우연히 눈길을 두었다가 '탕웨이'의 묘한 매력에 빨려 들었고 그 10분을 놓쳤다면 '탕웨이 晩秋'도 틀림없이 관심밖이었지 싶다. '탕웨이의 晩秋' 푸르름에서 회색으로 변해가는 늦가을 안개 자욱한 도로를 비틀대며 헤매는 여자로 던져진 탕웨이 애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괴롭히는 남편을 살해하고 영오의 몸이 되어 7년만에 어머니의 3일장 장례외출을 허락받고 시애틀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애나는 세상에 대한 기대도 사람에 대한 사랑의 문도 모두 닫아버린 마음의 불구자다 . 훈은 무임승차한 버스에서 애나를 발견하고는 발동하는 호기심에, 날라리 처럼 가볍게, 또는 능청스럽게, 심심풀이 수작으로, 아님 상습적으로 찔러 본다. 그는 돈을 받고 사랑을 파는 남창이다. 그 두사람의 만남으로 종착점 없는 사랑, 3일간의 이야기다. 이 영화는 화려한 액션이나 걸쭉한 舌談. 값싼 슬픔을 앞세워 흥행에 꿰맞추는 영화가 아니다. 지루하리만치 처절한 외로움과 고독속으로 관객을 흡입한다. 시애틀의 안개가 주인공 애나의 무표정한 처연에 침잠하듯 나 또한 시종일관 먹먹함에 더욱 몰입 된다. 사랑의 배신이 아프다는 걸, 또한 처참다는 걸, 많이 외롭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아는 애나이기에 누군가에게든 한없이 기대고 싶은 심정이 가슴 절절하면서도 선뜻 다가설 수가 없다. 쓸쓸한 안개속 애나와 훈의 숨막히는 열절한 키스가 더욱 가슴아리게 한다. 사랑이란.. 찰나의 순간에 오는 걸까.. 억겁의 시공을 산화하는 운명일까... 남과 녀의 사랑은 그렇게 왔다가 그렇게 가는 것일까... 참으로 아름답고 처연하다...
2011/03/16
-표주박~ 

 

 

 

 

 

 

 

'표주박의 散文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은   (0) 2011.05.13
더불어 행복합니다.  (0) 2011.05.06
MRI 후기  (0) 2011.02.17
함께라는 것  (0) 2011.02.12
금전 출납부가 셋!  (0) 2011.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