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아들에게 쓰는 편지

백미밥과 미역국

샘터 표주박 2011. 8. 1. 08:38




스테파노야... 오늘 너의 생일, 축하한다....^^ 중부지방을 강타한 폭우의 상처는 깊구나. 산이 무너져내린 산사태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애통함에 가슴을 치는데... 삶의 터전이 폐허로 변해버린 참담함에 몸을 떠는데... 이렇듯 한가롭게 생일 축하글이나 올리는 이 에미!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린 진수성찬도, 그렇다고 특별히 값비싼 선물을 해 준 것도 아니고, 생일 아침에 고작 하얀 쌀밥에 미역국, 묵은 김치 몇조각 달랑 얹저주고 글 같지 않은 글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 에미... 참 한심하지? 아무래도 정신연령이 의심스럽다. 그치? 그러고보니 좀 부끄럽기도 하넹.ㅋ 실은... 지난 6개월동안, 네가 그토록 싫어하는 잡곡밥인데 군소리 없이 먹어주어 고맙다는 말, 꼭 전해 주고 싶어서다. 엄마가 당뇨라는 진단이 내려진 그날 부터 백미는 한톨없이 현미와 잡곡뿐인 깔깔한 밥, 묵묵히 먹어주는게 안스러워 오늘 생일날 만은 네가 좋아하는 하얀 백미로만 밥을 지어 주고 싶었어. 그게 또 무슨 자랑거리라고... 동네 방네 떠들어대니 아들앞에서 이에미는 늘 푼수다.....하하하.... 미역국도 싫어하는 줄 뻔히 알면서 생일 날만 되면 왠지 모르게 꼭 끊여주고 싶어지는 에미 마음! 굳이 변명을 하자면.... 머지않아 결혼하게 되면 네 마눌은 '사랑하는 남편 좋아하는 음식'만 해 줄테고. 그리되면... 보나마나 마눌이 끊여준 미역국은 평생 못먹어보겠다...는... 이런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에미는 오늘도 빠지지 않고 미역국을 끓였단다. 싫어하는 잡곡밥도 군말없이 먹어주어 고맙고 싫어하는 미역국에 밥말아 먹어주어 고맙고... 암튼 오늘 무진장 고맙다!!!.....^^
2011/08/01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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