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아들에게 쓰는 편지

남편 얼굴 못알아 봅니까?

샘터 표주박 2011. 9. 12. 21:55
아들....^^ 엄마가 이젠 늙었나봐! 명절을 맞아 한며칠 일 좀 했다고 에휴.. 허리 다리 어깨 무릎, 머리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구나. 이럴줄 알고 소화제에다 몸살약을 미리 먹어가며 조신 했는데도 여기 저기 결리고 아프니 말이다. 오늘은 예년과 달리 너희들이 많이 도와주어 지금 시간에 편지 쓸 여유까지 부리고 있다. 상차림에서 부터 상물림까지 한결 수월했어. 덕분에 추석날에 꿀낮잠으로 피로도 풀었고.... 고맙다는 말......... 들리지? 말이다... 엄마는 요즘에와서 부쩍 손도 굼떠지고 머리속도 헝클어져서 예전처럼 일의 실마리를 풀어내지를 못한단다. 한시간이면 충분한 일에 시간도 힘도 갑절로 들고. 어디 그것 뿐이겠냐. 한번에 서너가지를 해결하려면 몇 번씩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여도 시행착오를 겪기 일수란다. 매일 가는 성당인데도 안경을 벗어 놓고 가는 건 다반사고. 은행에 세금납입 하러 갈때도 지로용지는 집에 두고 가고.. 반대로 지로용지만 챙기고 통장이나 카드를 깜빡하기도 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세월의 흔적이니 어찌할 수 없구나. 우스개 일화가 있다. 얼마전 감기로 안민 병원에 갔더니 '치매 상담합니다' 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와 진료받으면서 '요즘 부쩍 기억력도 떨어지구요. 건망증도 심해진것 같구요.. 아무래도 치매전조증인것 같습니다.'라고 진료 의뢰를 했더니 안민박사께서 "남편 얼굴 못 알아 봅니까? 하나 둘도 헷갈립니까?" "네? 그런건 아니지만.. " "20대도 건망증이 있습니다. 남편 얼굴이 기억에서 왔다 갔다 하면 오세요...." 하하하.... 이거이가 에미 현주소다....^^
2011/09/12 -표주박~

 

La Vita E Bella 인생은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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