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명품보다 더 탐나

샘터 표주박 2011. 8. 22. 08:55
바오로와 점심을 한술뜨고 창밖을 내다보려니 두달가까이나 비를 뿌린 궂은 날씨 탓인가 머리도 띵하고 온몸이 찌푸둥한게 공연히 짜증이 난다. 딱히 밖에 볼 일도 없건만 편안한 신발에 편안한 옷을 걸치고 우산 둘을 울러메고 둘이 집을 나섰다. 지하철에 발을 디미는 순간 후덥지근하던 등줄기가 시원해 지는 게 숨통이 트인다. 을지로 4가에서 걷는 청계천이 예전과 달리 한산하다. 상가 입구마다 휴가라는 쪽지가 붙은걸보니 비때문이 아니라 휴가철이라서 철시를 한거였다. 30여분 찔끔 대는 빗길을 어슬렁거리다가 "집에나 갑시다...^^" 그로부터 며칠 후, 이번엔 7월 22일 영명축일에 대녀가 선물로 사준 정갱이까지 펄럭이는 마소재 자루옷을 걸쳐입고 또 집을 나섰다. 딴엔 받쳐 입을 홀쭉한 바지나 하나 고르려고... 바오로는 간이 찻집에서 종이컵 커피를 마시라 하고. 나는 천천히 걸으며 바지를 눈여겨 보았으나 딱히 눈에 드는 것이 없다. 그러던 중 어느 가게앞 마네킹이 입은 마바지 앞에 멈췄다. 새로 입점한 가게로 인견, 실크, 마.. 자연소재 전문점이다. 내가 입은 자루 옷 질감과 색상이 거의 같다. 게다가 편안한 몸뻬 스타일로 디자인도 괜찮고... "이거 얼마죠? "00000원입니다." "좀 비싸네요..." 비싸다는 말에 대꾸도 없다.. 비싸면 사지 말라는 눈치다...ㅎㅎㅎ 백화점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싸지만 이곳 수준으로는 바지 2개를 구입하고도 남을 높은 가격대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거 주세요...' 그러나 점원이 내게 건네준 바지는 마네킹것과 색상이 달랐다. 진하고 검붉어 내 친옷과 색감이 전혀 맞지 않았다. "이것과 저것과는 색상이 다르네요" "천연 나염이라 물건이 들어올때마다 조금씩 달라요. 이물건은 오늘 들어온겁니다." "그럼 마네킹이 입은 바지를 제게 주세요. 이옷과 색상이 비슷해서요." "그건 S싸이즈여요.." "어쩌나.. 사고 싶은데.. 그럼 줄자로 제 몸 칫수나 한번 재봐 주실래요? 맞지 않으면 어쩔 수 없구요." 나이든 점원이 줄자로 내 허리도 재고 히프도 재고.... S싸이즈는 허리 27이란다. 양옆 고무밴드에 샤링이 있으니 그럭저럭 입긴하겠지만 히프가 힘들겠단다. 아쉬워하며 점포를 나오려는데 이번엔 벽에 걸린 면가방이 눈에 확 들어온다. 퀼트 가방과는 전혀 느낌이 다른 봉제핸드백이다. 자연나염 소재라서 그런지 깊은 쥐색에 파스텔톤의 겨자색 조각문양도 무척 고급스러워 보인다. 팔뚝에 걸치고 거울을 보니 썩 어울린다. 양장에도 한복에도 무난할 것 같다. "이건 얼마죠?" "00000이요" 그래봐야 십만원 안짝이다.... 그럼에도 여긴 인사동도 아니고 값싼 물건이 넘치는 평화 시장아닌가? 살까 말까 또 망서렸다. 값싼 물건일지라도 충동구매를 피하려고 아예 카드도 두고 나왔기에 어느것 하나는 포기해야만 했다. 결국은 바지도 빽도 못사고 집에 거의 왔을때 바오로에게 "실은 마음에 드는 가방이 있었는데 눈을 딱 감았어요. 명품보다 더 탐나던데요. 인사동에나 있음직한 핸드백인데 어째 거기에 걸렸지?" "그럼 내게 전화하지 그랬어. 돈 있는데.. 십만원도 아닌데 뭘 망설여. 다시 가자!" "이번 달 지출이 넘 많아서 눈 딱 감았죠." 그날 저녁 교우들 모임에서 문제의 헝겁 핸드백이야기를 꺼냈다. 하나같이 내일 당장 사라고 부추킨다. 다음 날, 기어이 남편에게 끌리다 싶이 다시 그점포에 갔다. 난 못이기는 척 했고..ㅎㅎ ........그런데.... 팔렸단다!.... 하나뿐인 쌤풀이었단다!.... ........내 것이 아니었나보다! 아주 예쁜 물건.. 꼭 필요하진 않지만 갖고 싶은 제품.. 언젠가 쓰일 것 같은 할인품들.. 자본주의 사회가 발달할수록 탐나는 물건은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눈길 닿는 곳마다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하고 인기 스타까지 앞세워 소비자를 끝없이 쇼핑의 세계로 유혹합니다. 이런 현상은 경제성장과 더불어 확산되었습니다. 현란한 조명과 상술에 매료된 신종 질환이 바로 '쇼핑 중독증'이라고 합니다. 충동구매 또한 '쇼핑 중독증'의 일환이구요... 망설이다가 놓쳐버린.. 답답한 바보.. 굳이 이런 이유를 들이대자면... 표주박 정신건강은 아직은... 양호한 편인가요? 애써 위로해 봅니다...하하하.... .........유괘한 일만 가득한 하루 되세요~
2011/08/22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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