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영혼의 탯줄

샘터 표주박 2011. 12. 2. 20:15



어제 교우들 네명과 해남 땅끝마을 배추 24포기로 김장을 했다. 전날부터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손질하느라 과로하여 예방책으로 쌍화탕 한병 마시고

자리에 들었는데도 아침에 일어나니 관절통 근육통이 심하다. 더구나 춥고

떨리고 두통까지.... 움직일때마다 '에이구.. 에이구..'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온다.....^^

음력 11월 8일. 바로 오늘, 시어머님 기일이다. 바오로와 시어머님 기일 미사

참례 후, 병원에서 몸살주사를 맞고 곧바로 집에 들어섰다. 막 외투를 벗는데

아들방 전화 벨이 울린다. 전화 받기도 귀찮지만 여러번 반복되는 벨 소리에

마지못해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ㅇㅇㅇ집입니까?"

"누구요? 다시 말해 주세요"

심한 경상도 사투리여서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두번인가를 다시 되물었다.

"ㅇㅇㅇ집이냐구요"

"네....맞습니다.."

"ㅇㅇㅇ가 경찰서에 들어왔습니다."
"네?..... 뭐라구요? 경찰서라구요?"

"어머니 되십니까?"

"네 제가 ㅇㅇㅇ엄마되는데요...."

"아들이 머리를 많이 다쳤습니다. 정신도 없다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데요.

아들에게 직접 들어 보세요. 바꿔 드리겠습니다"

'야.. 니 어머니다. 어머니에게 말해라.....' 그 남자가 목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수화기를 받은 웬 남자의 울부짖음이 애처롭게 들린다.

 

"엄마.. 나 좀 살려주세요. 엄마 나 좀 살려주세요."

"뭐라고? 경찰서라고? 어떻게 된거니 자세히 말해봐..."

"엄마... 납치 당했어요. 많이 다쳤어요. 살려주세요..."

머리를 다쳐서 자세히 말 할수 없다며 내가 묻는 말과는 상관없이 살려달라고만

울부짖는다.  어딘지 모르게 억양이며 목소리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감지되는데

이때 안방에 있던 남편이 마눌 당황해 하는 기색을 보고 아들방으로 왔다.

짧은 순간, '남편에게 수화기를 바꿔줄까'... 하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아들의 언어습성이며 억양을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버지보다는 엄마라고

판단했다. 언젠가 아들과 대화 하던중에 했던 말,  

 

'육신의 탯줄은 태어남과 동시에 역할을 다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의 탯줄'은

엄마와 아들을 영원히 연결하기에 天倫이라 한다고...

때문에 자녀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면 하느님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영혼의 탯줄'을

통해 엄마에게 암시성 신호를 보내 주신다고... ' 강조했었다.

 

이러한 믿음으로 극한의 울부짖음에도 동요받지 않고 침착하게 두 귀를 모으고

음성을 구별할 수 있었다. 영문도 모른채 의아해 하는 아버지에게

"ㅇㅇㅇ가 경찰서에 있대요. 납치를 당했다고 하고.. 머리도 다쳤고 하는데...

아무래도 이상해요. 확인해 봐야 해요...."

남편에게 말하는 내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전해졌는지... 띠 띠 띠...

전파 신호음이 들린다. 그쪽에서 전화를 끊었다. 난 즉시 핸폰에 입력된 아들

회사폰 번호를 꾹 눌렀다.

 

 

아들의 믿음직하고 굵은 목소리가 들린다. 휴~~~ 안심이다!

"아들... 아무 일 없지?"

"네.. 아무 일 없습니다!"

"지금 막 네가 납치됐다며 살려달라는 전화가 걸려와서 확인 하는거야. "

" 하하하... 내가 납치 됐다구요?...하하하...."

 

아침에 멀쩡히 출근한 아들을... 아직 점심시간 전인데...

'납치를 당했다느니 머리를 다쳤다느니... ' 낚시전화로 사기를 치다니...

이 무슨 해괘한 일인가! 경찰을 사칭하는 기막힌 세상이 놀랍다...

 

 

 

2011/12/02

 

-표주박~

 

 

 

 

'표주박의 散文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과  (0) 2012.02.08
부러진 화살  (0) 2012.01.30
울 어머니 생각에...  (0) 2011.11.24
자연보호  (0) 2011.11.04
명품보다 더 탐나  (0) 2011.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