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사랑이란 두글자

샘터 표주박 2012. 10. 16. 09:06

 

 

 

"C박사가 점심이나 먹자고 전화가 왔어." "오늘은 주일이니 아들과 교대를 했나보군요. 혹시라도 아들, 며느리에 대해 섭한 감정 드러내면 절대로 맞장구 치지 말고 듣기만 하세요." C박사는 바오로가 교통사고로 35일간 대학병원에 입원했던 07년에는 하루가 멀게 병실에 왔었고 이후 집앞으로 병원을 옮겨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친구들을 대동하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던 요즘말로 둘도 없는 절친이다. 그토록 정이 많은 C박사가 2~3년 전부터 마눌님이 파킨스시병을 앓아 친구들과의 만남이 많이 뜸해졌다. 발병 초기에는 오후 3시 운동시간에 맞춰 바쁜 걸음을 옮기 더니 올 봄 부터는 마눌의 병세가 심해져서 꼼짝을 못한다. 호출 전화가 오면 바오로가 아파트 단지로 찾아가 잠시 조우하곤한다. 파킨슨씨병은 근육의 떨림과 경직, 느린 움직임, 부정확한 조준으로 골절 우려가있어 더 큰 사고를 부르기에 24시간 보호자가 따라다녀야 한다. 더욱 안타까운것은 요즘은 정신줄마저 놓았다고... C박사는 1남 1녀를 두어 모두 결혼시켰다. 딸은 어지러움증으로 몹시 시달리다가 지난 봄 아산병원에서 메니에르씨병 진단을 받아 현재 치료중이므로 친정 엄마 곁을 지켜드릴 수 없는 처지다. 아들은 같은 아파트단지에 살지만 아이들이 어려 손가는데가 많아 며느리도 나름 바쁘고... 전업주부여도 친정과 시댁에 대한 '애착의 온도 차이'가 있는게 사실이니까. 그렇다고 나무랄 수도 없는 일, 긴병에 효자가 없다는 옛말 또한 그른말이 아니니 절친인 바오로를 만나면 섭한 마음을 조금씩 털어놓는다고. 저녁 때 식탁에 앉은 바오로가 "C박사 아들이 아버지가 너무 힘드시니까 엄마를 시설에 보내자고 해서 무지 서운 했나보더라." "어쩔 수 없잖아요. 아버지만큼 엄마를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버지는 연노하셨고 자녀들이 엄마곁에서 간병할 수도 없고. 도우미 아줌마에게 맡겨도 비용또한 만만치 않으니 어쩔수 없잖아요." "지 놈이 뭘 했다고. 엄마가 아파트도 사줬는데 아버지 고생한다는 핑계로 시설에 보내자 하냐고 노발대발하더라" 아들도 아버지가 먼저 시설에 보내자 제안 했으면 '엄마를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아버지 못지않게 아들도 섭섭했을 것이다. 다들 마음 아파서 하는 말일거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도리가 없는 것을. 마음아프더라도 '가족이 다 사는 길'은 어머니를 시설에 보내는 것도 차선책이겠다고 위로해 드리라고 말했다. 요양병원은 전문인력들이 돌보기에 안전하게 편안하게 보살펴주어 환자에게도 더 좋을 거라고. 요즘은 시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아졌다고. 나도 더 나이들어정신줄 놓게되면 마음 아파하지 말고 시설에 보내라고... 덧붙였다.
2012/10/16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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