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1)

샘터 표주박 2012. 11. 5. 09:37

 

 

 

"오늘 저랑 같이 시내에 나갑시다." "어디 가려구?"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따라만와요" "마누라 말 들으면 떡이 생긴다니 따라가볼까?" 예년 같으면 몇 차례 단풍 길 걷자고 했을 이 계절, 대종상에서 15관을 했다는 영화도 보자고 했을 터인데 매일 한방을 드나드느라 소중한 삶의 일부를 생략한채로 늦가을을 보내고 있다. 30년이 넘도록 봄에 맡긴 겨울 옷을 찬바람이 불어야 찾아오곤 하던 단골 세탁소가 지난 여름 폐업했다. 세탁소 아저씨는 80넘도록 평생의 천직으로 여겼으나 아버님 건강을 염려한 자녀들의 간곡한 요청으로 아들사는 아파트단지로 이사를 한다했다. 아저씨는 평생 '컴퓨터'라는 소리를 들으실 정도로 기억력이 좋으셨다. 지난 8월 초에 점포를 정리하면서 챙겨주신 겨울 옷들을 대충 걸어두었다가 요즘에서야 점검해 보니 큰 아들 거위털 잠바가 보이지 않는다. 추석지나고 큰 아들이 직장과 가까운 원룸으로 짐을 옮길 때 겨울 잠바도 챙겼나하여 물어보니 아니란다. 같은 시기에 부자가 공히 입어보고 구입한 잠바인데도 아버지는 이러쿵 저러쿵 까탈을 부린다. 마지못해 아들 것과 바꿔입으라 했더니만 앞자락에 오염자국을 만들어와서 세탁소 아저씨 손을 여러번 빌려도 도무지 지워지지 않았다. 다시 세탁소에 보낸것 같은데... 결국은 증발해 버린것이다 비 몇방울에도 기온이 곤두박질 치는 가을 날씨여서 큰 아들이 집에 다니러 왔을 때 입지않는 아버지 잠바를 아들차에 실려보냈다. 아들은 에미가 주는대로 입는 편이다. "아무리 찾아봐도 잠바가 없어요. 혹시.. 나 몰래 또 버렸나요?" "아들 옷을 왜버려" "얼룩만들었다. 안빠진다 들먹이니까. 옛날에도 맘에 들지 않으면 나 몰래 여러번 버렸잖아요. 그 비싼 닥스 잠바 2개씩이나... 아직도 아까워서 눈에 선해요.." "........" '영감탱이가 얼룩이 지워지지 않으니까 마눌 몰래 또 버렸구나'하는 심증이 굳어진 후로는 잠바에 대해 두번다시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그렇게 보름정도 지났다. 무릎이 불편하여 성당과 병원가는 것 외에는 거의 외출을 삼가다가 오랜만에 함께 나가자는 말에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라는 주문에도, 영문도 모르고 의심도 없이 뒤따른다....ㅎ 종로 4가 지하철 출구쪽으로 방향을 잡으니까 그제서야... "당신 어디가는 거야"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따라오기만 하세요. 떡이 생길테니까요!" "........" 파고다 공원앞 '종로 LG 아울렛' 문을 밀치고 들어섰다.

2012/11/05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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