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2)

샘터 표주박 2012. 11. 10. 08:03

 

 

 

남편 겨울 잠바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전철에서 큰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큰아들, 오늘 아버지 거위털 잠바를 샀는데 너도 시간이 허락되면 엄마와 종로에서 데이트하자. 떡이 생길수도 있다-- 문자를 보냈더니 ==요즘 많이 바쁩니다. 저녁은 시간내기가 더 어려워요. 봐서 다시 연락드릴게요== 곧바로 답장이 왔다. 하긴.. 출퇴근에 소요되는 1시간이 아깝다고, 매일 늦은 귀가에 에미가 잠을 설친다고, 원룸으로 짐을 꾸려 살림났는데 어련하겠는가. 종로는 근무처와 거리가 멀지않으니 점심시간에 잠시 짬을 내면 좋겠다는 문자를 또 보냈다. 그 일이 있고난 후 지난 화요일, 아들한테서 문자가 왔다. ==저는 오늘 점심에 시간 낼 수 있습니다. 어머니는요?== --응 그래라. 10시 미사 마치고 나가도 시간 충분하겠다. 종로 매장에서 만나자....-- ==네.. 11시 40분까지 가겠습니다== --.....OK....-- 미사가 끝난 시각이 10시 30분, 바오로에게 큰 아들과 점심 약속했으니 전철역으로 나올 수 있느냐고 전화했더니 흔쾌히 승낙한다. 지하철역에서 바오로를 만나 5호선 환승역 군자에 왔을 때 아들이10분정도 늦을 것 같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매장 2층 신사복 코너에 올라가 아들에 어울릴만한 '순모 캐시미아 코트'에 눈도장 찍어 놓고 점원이 건네준 종이컵 커피를 홀짝이며 가을비 오는 종묘공원 풍경을 내다 보는데 택시에서 우산들고 내리는 아들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고르셨어요?" "글쎄다. 몇 개 봐두긴 했는데 세련된 디자인은 없고 이게 그중 제일 나아 보인다만 너무 평범하지?" 점원 아가씨에게 벨트 매는 디자인은 없냐고 물으니 '헤지스' 매장에 가야 한단다. 아들이 에미를 처다보며 의미있게 씩 웃는다. 에미가 아들 들으라고 한 번 해 본 말임을 안다는 듯...ㅋㅋ 미리 점찍어둔 쥐색 코트를 망설임없이 입으면서 "집에 검정 오바가 있으니까 이게 좋겠어요.. 이걸로 하죠.." "말 잘 들으니 자다가 떡이 생겼네... 이담에도 필히 마눌 말 잘 들으래이....." 쇼핑하는데 10분도 안걸렸다... 하하하....
2012/11/10 -표주박~

 

 

 

<사진출처 :LG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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