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자선남비

샘터 표주박 2012. 12. 13. 21:58

 

 

사진출처 : 구세군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구세군 자선냄비에 1억570만원권 수표를 넣으신분의 선행은 세모에 얼어붙은 우리 마음을 훈훈하게 합니다. '신월동 주민'이라고 밝힌 익명의 후원자가 지난 9일 '부모님의 유지를 받들어 작은 씨앗 하나를 구세군의 거룩하고 숭고한 숲속에 띄워보낸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거액의 수표를 모금함에 넣으셨습니다.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중년의 후원자는 '어려운 노인분들에게 써달라'며 자선냄비에 봉투를 넣으셨다고 전합니다. 지난 화요일(12/11) 우리집에서 2012년 마지막 구역반모임을 했습니다. 오랜 불황은 주부들도 일터에 나가야만 하는 가정이 늘다보니 구역모임에 참석하는 인원도 점차로 줄어들어 연로하신 할머님과 건강이 여의치 못한 자매님들만의 모임이 되었습니다. 안젤라 자매는 항암치료 중인데도 동생이 경영하는 제과점에 시간 알바로 나갑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년말 모임에는 십여명 참석하였는데 올해는 새 영자와 새로 전입 온 자매까지 합쳐서 여덟분이 참석했습니다. 복음나누기 후, 뒤따르는 몇 가지 음식차림이 부담스러워 '구역반모임'을 기피하는 자매도 있기에 저는 표양을 보이려고 떡도 사지않고 작은 돈으로 여러사람이 나눌 수 있는 찐고구마와 따끈한 어묵, 과일과 茶로 조촐한 친교의 시간을 준비했답니다. 자매님들이 자리를 뜨는데 새로 전입 오신 분이 '마음이 편안하다'며 남아 한 시간여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신앙에 몰두하며 살고 싶다'는 소망도 피력하십니다. 올 해 회갑으로 삼십여년 홀로 3남매 뒷바라지 하여 모두 결혼시켰으나 자녀들이 지하방에 사는 어머니 생활비를 보탤만한 여력이 못된다고 합니다. 그간 혼자 사느라 식당일..등등... 힘든 일하며 살다보니 나이 들어 남은 건 病 뿐, 다시 식당에도 나가보았으나 건강이 따라주지 않아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다구요. 젊어서 몸바쳐 키운 자식들, 홀로사는 어머님을 공양하고 싶지 않은 자녀는 아마도 없을 겁니다. 분명 그들의 생활도 여의치 못해 어머님을 모실 방이 없을 수도 있겠고 직장이 변변치 못해 어머님 생활비를 보태드리지 못할 수도 있겠구요. 얼마전 우리 구역반으로 이사온 Pr. 서기도 남편과 이혼하여 두자녀를 데리고 사는데 아직 김장도 못한 눈치입니다. 이렇듯.. 제 주변에 힘들게 사는 분들이 여렷됩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 이 엄동설한이 그들은 더 춥게 느껴지겠지요... 표주박은 가진것이라곤 하느님 빽인 '기도'밖에 없는 데.. 내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는 그들... 당장 필요한 따뜻한 손길이 되어주지 못해 못내 가슴이 아픕니다. 안도현 시 '연탄 한 장'....'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뜨겁게 몸을 태우며 사는 삶, 의미를 더하며 사는 삶이어야 함에도.. 내 코앞의 생활이 우선순위인 팍팍함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지극히 이기적인 존재입니다. 추운 이웃에게 연탄 한 장이 되어 주지못하는 나 자신이 참으로 답답합니다.

2012/12/13 -표주박~

 

 

 

 

연탄 한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놓고 걸어갈

 

 

 

'표주박의 散文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막힌 인연!!!  (0) 2013.01.24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  (0) 2012.12.30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2)  (0) 2012.11.10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1)  (0) 2012.11.05
사랑이란 두글자   (0) 2012.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