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기막힌 인연!!!

샘터 표주박 2013. 1. 24. 22:43

 

 

 

 

 

 

그녀 손에 이끌리어 집에서 가까운 설렁탕집에 들어섰다.

손님이 가득하다. 낯익은 주인아줌씨가 반가이 맞는다. 어쩌다

이집에 올때는 주로 홀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으나 오늘은 그녀가 온돌방으로 올라가 구석 외진 테이블에 먼저 자리를 잡는다.

 

식사를 마치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내 마음을 열어보인적이 없는데 조언 좀 해주세요"

"........"

 

위로 딸 셋, 막내 아들까지 4자녀를 두었고 모두 결혼시켜 지금은 혼자사는 그녀가 털어놓는 기막힌 사연은 이러했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22살 꽃다운 나이에 8살 많은 신랑과 중매로 연을 맺어 친정에서 신접살림을 꾸렸다.

첫 딸을 출산하고 서울로 올라와 친정의 후광으로 신랑은 60년대 말미에 세운상가에서 사업을 시작하여 크게 성장하였다 한다.

 

그러나 남편의 사업성공은 무절제한 사생활과 낭비벽으로 탈바꿈했고 그녀에게 구타까지 서슴없이 자행되어 결혼생활이 평탄치않았다. 남편의 낭비벽과 방탕한 기행은 사업실패를 불렀고 가정 파탄에 이르러 종내는 집을 나가버렸다.

 

올망졸망한 4자녀는 누가 양육할 것인가?

이미 구제할 수 없는 파국에 이른 남편에게 맡길수는 없는 일,

긴 고민 끝에 내조밖에 몰랐던 나약한 에미품에 네 아이를 보듬고 이 험한 세파를 헤쳐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흐른다 했다.

 

결혼생활 10여년 동안 남편의 기이한 방랑벽과 방탕한 생활로 합방한 날은 손으로 꼽을 수도 있을 정도였으나 그때마다 태기가 있어 4남매를 두었고 어린 고사리 손이 성인손으로 성장하기까지 가슴에 묻어둔 피눈물은 필설로 다 피력할 수 없노라며 가슴을 치며 눈물을 펑펑 쏟는다.

 

막내 아들이자 외아들이 작년에 늦은 혼배를 올려 이제사 쉬임을 얻은지 일년 여... 큰 딸은 벌써 48살, 막내아들은 40살...

그녀는 이미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혼자 살아온 세월은 참혹한 혹한뿐이었다고 고백한다.

 

외아들 결혼 시키고 며느리에게

 '홀시어머니 그림자를 벗어나 너희들만은 행복하게 살아라.. 난 하느님 사랑으로 여생을 보내겠다' 선언하고 교회주변에 방을 얻어 우리들과 어울리며 자녀들의 효심으로 지난 세월을 보상받고 매일 기쁨으로 살고 있다했다.

 

그런데... 며칠 전... 세 딸들이 털어놓은 이야기...

 

막내가 결혼하자 세 딸이 똘똘뭉쳐

 '아버지를 찾아 나섰고 드디어 찾아 냈다'고..

더 가막힌 것은 큰 딸 집에서 불과 30분 거리에 사는 77세의 연로하신 노인을 발견했다니...

 

도대체 몇 십년을 지척에서 모른 채 사는 이런일도 있다니..

수소문끝이 찾아간 딸들을 아버지는 몰라보고....

'누구십니까?'...

 

자기 자식도 못알아 보다니...기가 막힐 일이다.. 막내딸이

 '아버지 저 꼭지여요. 딸 끝이라고 꼭지라고 했잖아요'

 

그제서야 자식을 알아보고는 뒤돌아서 눈을 감고 숨을 쉬지를 못하고.. 평생 볼 수 없으리다 체념했던 자식들과의 돌발 만남인데 어찌 억장이 무너지지 않았겠는가.

 

다행히 아버지는 77세 고령에도 작은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고 속죄하는 의미로 오랜동안 혼자 살며 자식들 부끄럽지 않게 살려고 노력했다고. 변명처럼, 독백처럼, 말을 하시더란다.

 

어머니가 살아온 아픈 삶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세 딸들은 몇 달간 아버지와 왕래 하면서도 어머니에게는 차마 털어놓을 수가 없었단다. 그러다가 드디어 큰 딸은 병이났고.. 할 수 없이 막내딸이 어머니에게 조심조심... 눈치를 살피며...

 

 '아버지를 찾았는데 혼자 사시더라. 어머니도 혼자사시니 두분이 함께..' 하며 말을 잇지 못하고 울기만 하더란다.

 

"엄마, 아버지 용서하면 안될까? 77세이신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두분... 우리가 잘 모실께요..."

 

이 말은 들은 그녀는.. 순간의 분노를 이기지 못하여.. 대뜸..

 

"너희들 내게 용돈 대주는게 아까워서 그러냐. 정히 그렇다면 용돈 다 끊어라... 늙어 병만 남은 몸인데... 너희들 뒷바라지 하느라 평생 무거웠던 짐도 이제사 벗고 신앙에 의존하며 기쁨을 찾았는데.. 말년에 '그 웬수 놈의 똥 오줌 치우라'는 거냐. 난 못한다. 너희들 아버지 늙으막에 간병비가 아까워서 그러는 거라면 그때는 내가 무보수로 치워주마!"

"엄마. 그게 아니고요. 두분이 말년을 오손도손 지내는 거 보고싶어요" 하며 흐느끼기만 하더란다.

 

부부사이는 무촌이기에 배신하여 등 돌리면 두말 할 것도 없는 원수지간 이 된다. 하지만 자녀와 어버지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천륜이 아닌가..

 

어미 피눈물로 키운 자식들이지만 그들에게도 애비의 빈자리는 크나 큰 상처로 남았을 것이다.

 

50을 목전에 둔 딸들이 바라 본 아버지!

혼자 살고있는 77세의 늙고 초라한 아버지!

 

어찌 안타깝지 않겠는가?

늦게나마 외로운 두사람이 한집에서 서로 의지하며 살기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 어찌보면 자식된 도리이자 소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세대는 삼종지의를 교육받으며 살아온 세대다.

결혼전에는 부모로 부터 유교적 교육을 받아 부모 가르침에 순종하기를, 출가하여서는 배필인 남편과 뜻을 받들어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를, 노후에는 자녀의 뜻을 따르는 것을 여자의 삶에 가장 큰 덕목으로 여기며 살아온 세대들이다.

 

자녀들이 그토록 원하는 길이라면 어찌하겠는가?

우린 신앙인이다. 하느님께 어찌할까요?. 물으면..

당연히 용서하여라!!!. 하실것이다.

얼마남지 않은 인생.. 서로 보듬고 살아라.. 하지 않으실까..

 

 

 

 

 

                                 2013/01/24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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