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오늘이 마지막이듯

나.. 버리지 말아요

샘터 표주박 2013. 1. 11. 21:33

 

아침에 현관을 나서려는데 바오로 폰이 울린다. 다시 들어와서 "외출할건가요?" "응.. C박사가 답답한가봐" "그래요.. 마누라 치매 병간하느라 애쓰는데 말동무도 하고 맛난 점심도 먹고 위로도 해 주세요" C박사 덕분에 난 혼자서 간단하게 점심을 때웠다. 서너시쯤 되어 외출에서 돌아온 바오로가 묵직한 검정 비닐 봉투를 식탁에 올려놓는다. "점심을 도가니탕으로 했는데 C박사가 2인분씩 2개 포장해서 하나는 자기 마누라 몫이고 하나는 당신 몫이라며 들고가래잖아.." "네? 나 먹으라구요? 도가니탕을?.... 아이고....." 바오로는 마눌이 무릎이 아파도 무얼 먹어야 하는지 도통 모른다. 그런데는 아예 관심도 없고 표현도 없는 남편이라 그러려니 하며 지낸다. 그런 남편인데 통화를 하면서 '마눌이 무릎이 아파 병원다닌다'고 했던 것 같고 C박사는 귀담아 들었다가 오늘 친구손에 들려보낸 것이지 싶다. 긴 병에 효자 없다하는데 남편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파키슨씨병으로 시작하여 치매에 이르기까지 벌써 5년차 병간이지 싶다. 요즘은 아침결에 잠시 맑은 정신이 들면 울면서 '당신, 나.. 버리지 말아요.' 시설에 가기 싫다고 애원한다는 것이다. 그말을 전해 듣는 순간 나도 멍 해지면서 뜨거운 것이 울컥한다. 마음이 여린 C박사! 이 도가니탕에 담겨진 의미는... 어쩌면... '성한 무릎으로 회복하여 친구를 잘 보살피라'는 마음씀이 아닐까?

2013/01/10 -표주박~

 

재클린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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