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엄마와 딸

샘터 표주박 2013. 2. 9. 21:04

 

 

 

 

 

 

 



설 준비를 하는데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곳이 없다. 이러다 몸져 눕겠다 싶어 잠시 허리를 펴고 가장 편한 자세로 휴식을 취했다. 잠시 눈을 감은 동안에도 움직여야 할 동선이 머리속에 그려진다. 혼자 떠들던 TV에서 '신달자 시인님.... 엄마와 딸'이라는 멘트가 귀에 걸려들어 눈을 뜨고 '신달자 시인(시인협회장)'과의 대담을 시청했다. 

".... 딸의 이름으로 70, 엄마의 이름으로 45년을 살았습니다. 딸로서 엄마를 바라보고, 엄마로써 딸과 제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들을 썼습니다. 나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도 근 70년을 가슴에 품어온 엄마의 존재... 돌아가신지 어느덧 7주기가 지났건만 마지막을 함께 하지못한 불효여식이었기에 아직도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명치에 쇠뭉치가 매달린 듯, 멍먹해지고 뜨거운 것이 울컥치솟는다. 

"....엄마가 죽고 나야 비로소 엄마가 보였습다. 그전에는 내 식대로만 엄마를 생각고 영원히 곁에 있는 자연처럼 엄마는 산이나 강이나 나무라 생각했습니다. 누구도 엄마가 영원히 떠나간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러다 문득 엄마의 빈자리가 현실이 되었을 때, 진짜 엄마가 보였습니다. 우연히 펼쳐 든 앨범 속에서 엄마가 보였습니다...."  

신달자 시인님의 표현대로 나도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엄마가 보이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괴로워서 개신교 권사님이신 어머님을 위해 내 방식대로 장례미사, 삼우미사에 이어 50일 미사를 봉헌하고 연도를 매일 바쳤지만... 어머님을 위한 미사봉헌과 기도가 결국은 '나를 위로하는 미사와 기도'가 되어 되돌아왔다. 

엄마와 딸의 관계... 엄마는 딸의 거울이고 딸이 걸어야 할 눈길을 먼저 걸어간 엄마의 삶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엄마 살아계실땐 내 곁에 머무시는 것이 감사이고 축복인것을 미처 깨닫지를 못했다. 이 어리석음은 '신달자 시인님'말씀 같이 '...늘 거기에 있는 산이었기에... 늘 청청한 물이었기에.. 늘 묵묵한 바위였기에...' 그렇게 영원히 내곁에 머물러 줄... 영원히 살아있는 엄마로만 여꼈기 때문이었을까... 

친구들이 가끔은 내게 농담 처럼 '딸 없어 불쌍하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하느님께서 내게 딸을 주시지 않으심은... 어쩌면... 엄마를 이해하지 못한 딸에게 내린 '벌'이라 받아들여도 될까...

명절 준비를 하다말고 신달자 시인님의 눈물과 아나운서의 눈물과 내 눈물이... 범벅이 되어 가슴을 적신다. 

"아들아... '엄마와 딸' 엣세이 사 주렴!" 실컷 울어나보게... 

 

 

                                 2013/02/09

                                   -표주박~

 

 

 

 

 

사진 : 민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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