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봄향기

샘터 표주박 2013. 2. 16. 20:31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물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겨우내내 성당과 병원 드나든 것 외에는 거의 외출을 삼가고 지내다 오랜만에 맞는 영상의 날씨라서 바람도 쐬일겸 볼 일 몇가지를 챙겨들고 바오로와 서울거리를 활보하였다. 한 낮으로 접어드니 두툼한 겉옷이 제법 무겁고 가로수 마디에도 봄의 전령이 매달린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봄이 느껴진다.

볼 일을 마치고 을지로 4가에서 5호선을 탔다. 열차엔 입석승객이 많지 않아 빈 곳을 찾아가 손잡이 잡고 허리를 폈다. 이때 내 앞에 앉은여자 어린이가 일어나며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옆에 앉은 꼬마 어린이 마저 덩달아 일어난다. 화사한 옷을 입은 뽀얀 얼굴에 커다란 나비 안경을 쓴 5살? 6살? 여자 아이 얼굴이 무척이나 해맑다. 

"오... 예뻐라... 할머니 할아버지는 괜찮아. 너희들이 앉아야지..."    

엉덩이를 반쯤 일으킨 아이들 어깨를 살포시 눌러 자리에 앉혔다. 나도 모르게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어린이집이나 혹은 유치원 쯤 다닐것 같은 또래 아이들이 우리 부부에게 자리를 양보하다니... 어찌 상상이나 했을까... 예기치 못한 아가들 행동에 크게 감동하여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누가 가르쳐줬지? 엄마? 선생님?..." 

얼굴보다 큰 하늘색 나비안경을 쓴 조금 커보이는 어린이가

"엄마가 가르쳐줬어요"

옆에 조금작은 어린이가 질 수 없다는 듯 작은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엄마도 가르쳐 줬구요 선생님도 가르쳐 줬어요"

꽃이 그려진 이름표를 목에 걸고 있는 걸로 마루어 날씨도 푸근하니까 '어린이 대공원'에 나들이 가는 유치원 아이들이지 싶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열차안에는 열명 남짓한 남녀 어린이들이 둘씩 셋씩 무리 지어 앉아있다. 아마도 열차안 어느곳에 선가 아이들 보호자 선생님이나 엄마가 동승하여 예의 주시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 때묻지 않은 맑고 순수한 아이들이 좋은 인성교육을 받으며 성장하여 맑고 고운 성품이 훼손되지 말아야 할텐데 작금의 사회면은 우울한 보도가 넘쳐나지 않은가?

자라나는 아이들을 상대로한 범죄가 급증하여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어린이 유괴에, 성폭력에, 정부 보조금을 불법편취하는 어린이집에, 어디 그뿐인가 학원폭력의 대명사 처럼 불리워지는 일진의 등골브레이크도 있고, 부패한 교육감이 수사선상에 올려졌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병든 어른들이 병든 사회를 만들고 그 폐해는 고스란히 우리 후손들이 물려받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가방속에 저혈당을 대비하여 사탕 한줌을 늘 갖고 다니므로 이 귀여운 아이들에게 몇개 나누어 줄가 망설이다가 꾹 참았다.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건 받아 먹지 마라!'는 교육도 받았을지 모르니까.. 사랑스러워서 베푼 행위가 자칫 아이들에게 경계심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아 기특한 미소를 지은채 머리만 쓰다듬어 주고 내렸다. 

 

                                 2013/02/16

                                  -표주박~

 

                               

 

 

 

 

 

 

 

'표주박의 散文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고서  (0) 2013.07.23
더 리더  (0) 2013.03.01
엄마와 딸  (0) 2013.02.09
해후...  (0) 2013.02.01
기막힌 인연!!!  (0) 2013.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