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보고서

샘터 표주박 2013. 7. 23. 15:27

 

 

 

 

"어머님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쉬고 내일 찾아 뵙겠습니다"

 

며늘 아기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왔다는 전화다.

그런데... 이 일을 어쩌나... 시아버지가 결혼식 끝나고 집에 와서 소주 한 잔 한것이 꼬투리가 되어 고열로 환자복을 입고 있으니말이다.

 

"응... 좋은 추억 많이 만들었겠지? 그런데 말이다. 홀몸도 아닌데 피곤할테니까 토요일, 일요일 푹 쉬고... 여긴 안와도 돼"

"아닙니다. 오늘 하룻밤 쉬면 내일은 괜찮아요"

"아니야.. 여긴 신경쓰지 말고 푹 쉬어!"

"어머님! 내일 찾아 뵙겠습니다...."

 

며늘 아기에게 시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말을 차마 못했다. 사돈댁에서 더 신경쓰실 것 같아서...

 

남편은 혼배 날(토요일), 예식을 마치고 집에와서 한잔하고 잠자리에 들었고 다음날 일요일 아침에 편도선이 부어올랐어도 미사참례했다. 다음날 월요일은 예식마치고 대전에 내려가신 큰시누님이 다시 오신다고해서 상봉역으로 마중 나가느라 바오로 혼자 진료를 받았다. 

 

"의사가 링케르 맞으라기에 감기에 무슨 링게르까지 맞습니까?"

하면서 약만 받아 왔다고했고...

그날 밤, 열이 40도까지 올라 냉찜질로 밤새 열을 식혔으나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다음 날(화요일)아침, 병원에서 링게르를 맞고 열이 내려 바오로와 집에 왔다. 그러나 왠지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들어 바오로 모르게 다시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입원을 의뢰했다.

 

"의사 선생님을 다시 찾아 뵈었는데요... 슬리퍼만 신고 잠시 내려와 보세요"

"왜?"

"검사 하나가 더 있나봐요"  

"귀찮아 죽겠는데.... 에잇.... 알았어!"

 

바오로에게 입원하라면 펄펄 뛸 것이 뻔 하기에 지혜를 짜냈다.

의사도 처음엔 심한 열감기 정도라 했으나 열이 떨어지지 않아 여러 검사를 한 결과 '신우신염' 진단이다.

 

입원 5일째인 토요일 아침엔 주치의께서 심각한 표정으로 무려 5~6종의 의료서적을 참고하시고 이런 저런 메모도 들춰보시고... 약국과 통화도 하시고... 결국 내실에서 귀한(?)약을 꺼내 주셨다. 바뀐약 복용하고... 2시30분쯤 되었을 때, 퇴근하시기 직전 원장님이 보호자를 불렀다.

 

"신우신염과 요로감염에 항생제를 집중적으로 투여하면 대략 3일이면 열이 내려가는데 5일동안 치료했는데도 이상하게 듣지 않습니다. 때문에 약처방을 바꿨는데요... 오늘 오후부터 내일 일요일은 제가 자리를 비우므로... 만약... 계속 열이 내려가지 않아 환자가 '죽을 것만 같다'라는 느낌이 들면 큰 병원 응급실로 가십시요. 비상시를 대비해서 필요한 서류를 작성 해 놨습니다. 장티프스 검사도 했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머리속이 복잡하다. 지금은 토요일 오후다. 큰 병원 응급실로 이송한다한들... 중환자들이 복도까지 점령하고 있는 실정인데... 다시 검사하고 대기하노라면 바오로에게 별 도움이 되겠는가? 더구나 토요일과 일요일은 의료진들이 근무를 하지 않으니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기기도 하고. 낮엔 37~8도를 오르내리다가 밤 11시경부터 새벽 5시경까지는 40도 가까운 고열에 시달리는 남편에게 의사 말씀을 전하면서...

 

"열이 오를 때 숨이 답답하고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드나요?"

"그렇지는 않아....."

"그럼... 오늘 바뀐약을 점심에 첫 복용했으니 저녁에 한번 더 복용해 보고... 그래도 차도가 없으면 내일 대학병원 응급실로 갑시다."

 

하지만.... 하느님이 도와 주시어....^^

바뀐약을 복용한 이후 서서히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하더니 저녁에 한번 더 복용한 후는 신통하게도 40도를 치닫던 열 그래프가 내리막을 그었다.

 

그날, 오후 여섯시경에 병실을 찾은 두 형제와 며늘아기도 아버님 체온이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았고....... 

 

오늘(화요일) 12시, 입원 8일만에 퇴원을 했다.

현재 체온 36.5도 정상......^^

 

 

 

2013/07/23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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