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열정과 냉정사이

샘터 표주박 2013. 8. 9. 08:48

 

 

 

 

 

 

 

 

바뀐 폰 벨이 울린다. 얼른 케이스를 열고 손가락으로 밀고 귀에 댄다.

 

"여보세요~ 막달레나씨?"

 

-아~ 네~ 카타리나 형님! 어제는 병원까지 동행했어야 했는데 회합을 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오늘은 생기가 있으시네요~

 

"그래요.. 어제는 고마웠어. 사탕에 쥬스에... 119가지 불러줘서..."

 

- 형님 안색을 보니 사탕만으로는 안되겠다 싶어 얼른 쥬스를 사왔구요. 흔들어도 의식이 없으시길래 119를 부르고, 사무장님께 알리고 수녀님도 오시고.. 혈당이 회복되기까지 힘드셨던 겁니다.

 

"단원들에게 미안해서 어쩌나... 여러번 그러니... 수녀님이 레지오 쉬라고 하셨어..."

 

-네.. 수녀님도 놀라셨을 겁니다.  

 

수요일, 레지오 회합에서 있었던 일이다. 119에 도움을 청했고.. 결국은 수녀님께서 응급실까지 동행하셨다. 우린 주회합을 했고... 

 

카타리나 자매님은 미국 근무를 하는 큰 사위집 방문하기 전날 밤, 잠자리에 든 남편이 갑짝스레 복통을 일으켜 응급실에 실려갔고, 그후 5개월만에 방광암으로 타계했다. 당뇨환자인 마나님을 여왕처럼 받들던 남편을 졸지에 하늘나라에 보낸 아픔을 추스리고 레지오에 다시나와 내 옆자리에 앉았다.

 

예전에도 레지오 회합 도중에 저혈당 쇼크를 여러번 겪었기에 내 옆에 앉은 이후로는 회합 시작때마다 사탕을 미리 입에 넣어 드리곤 하였다.

어제는 '새 단원 선서'를 먼저하고 묵주기도를 시작하려는데 앗차 싶어 얼른 사탕 2개를 입안에 넣어 드렸지만 기어이 또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다른때 보다 앞당겨 저혈당 증세가 나타난 것이다.

 

돌이켜 보면 지금까지 7~8회쯤 된다. 그때마다....

 

#의사 선생님께 증세를 말씀드리고 혈당약 조절을 청해 보세요~

#아침 식사는 거르지 마세요~

#주회합 시작 하기전에 사탕 한두개 미리 입에 넣으세요~

#비상식을 조금씩 갖고 다니세요~

#저혈당 쇼크로 인해 뇌세포가 손상되므로 미리 막아야지 큰일나요~

 

등등... 여러번 말씀을 드렸어도 '가방에 있어... 고마워..' 하실뿐 늘 변함이 없다.  가방에 있으면 무얼하나... 본인 스스로 당뇨관리를 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내가 속해있는 '평화의 모후 Pr.'은 단원이 16명이었다. 얼마전까지 분가 준비를 하였으나 '뮤지컬 연습을 하시던 87세 실비아 할머님'이 '단원들에게 미안하다'며 탈단하셨고, 새로 임무를 맡은 서기는 급작스런 지병악화로 입원하게 되어 현재 14명이다.

 

14명 단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살기 팍팍한 요즘 생활 실상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결손가정 가장으로 '복지사' 취업을 위해 장기 결석중인 前서기, 

#마트 출근하며 격주로 주회합에 참석하는 50대 자매님 2명,

#화. 목, 토 야간 근무하며 가계를 돕는 70을 바라보는 자매님,

#그외 나머지 단원들도 지병 한두개씩은 달고 있어 병원 내왕이 잦아 출석률이 좋지 않은 상태다.

 

다음주 부터는 장기 결석자는 탈단처리 하고, 수녀님께서 카타리나 자매님은 쉬라고 했다하니, 2명이 더 빠지면 12명이 되는 셈이다. 게다가 격주로 출근하는 자매님이 둘이므로 격주로 10명이 회합을 하게된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은 회합 출석이 첫째 의무다.

그러나... 50대 후반 자매들이 마트에서 힘든 일을 하면서도 격주로나마 레지오 마리애 군단의 일원이 되고자 열망하는 이들의 열정을 누가 막을수 있겠는가?

 

7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밤샘 근무를 해야만 생계가 유지되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

 

 

 

                                 2013/08/09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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