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9월이 오면

샘터 표주박 2013. 8. 25. 12:50

 

 

 

 

 

 

 

9월이 오면....

 

금년 여름은 유난스레 6월부터 더웠다. 아직도 8월의 마지막 열기가 남아 있긴해도 9월이 오면 무더워도 꼬리를 내릴터이므로 그런대로 견딜만 하다.  

 

9월이 오면 할 일이 참 많다.

우선 추석 명절이 코앞이니 명절맞이 준비부터 해야되겠다. 여름내내 더위에 지쳐 대충 지냈는데 새며느리 맞은 첫 추석이라서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그로부터 6일지나면 남편 바오로 생일이어서 이런 저런 그림을 그렸다 지웠다를 몇 번이나 반복했고. 

 

언젠가 큰아들이 내게 의미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어머니, 며느리들이 제일 싫어하는게 뭔지 아세요?"

"시금치라며.....?.....하하하...."

"시어머님들이 우리집안은~ 이렇단다~ 저렇단다~ 하면서 그동안 하지도 않던 전통을 만들어내는 거래요..."

"그래? 그런말 하는 며늘들은 새로 만들어진 전통이라는 건 어찌 알았을까? 아들들이 정보(?)를 주었겠지!"

 

오래전 부터 아들들이 결혼하면 우리와 다른 세대에서 성장한 며느리들인지라 전통제례를 승계하기엔 무리다 싶어 무려 30여년 전부터 차근 차근 조상님 산소를 정리하였고, 3년전 부터는 기제사까지도 '미사'로 봉헌하는 일대 변화를 주도하면서 그에 대한 만만치 않은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었다.

일년에 두번, 명절 제사만 지내기까지 40여년이란 오랜 시일이 걸렸음에... '너희들을 위한 노고'를 아들들이 몰라주면 섭할거라고 분명하게 말했었다.

 

이제 나이가 드니 모든것에 힘이 부치고 다발성 골관절염(퇴행성)이어서 몸을 운신하는데 제약이 따른다. 하여 며느리를 맞은 올해는 예전보다 제수를 더 줄여... 삼색나물에 산적은 식구들이 잘 먹는 갈비로 대신하고, 생선도 3가지... 9가지에서 11가지 부쳐대던 전도 대폭 줄여 5가지로 줄이고... 그중 녹두전과 완자는 '종로 5가 순이네'에서 몇 쪽 사다가 젯상에 올리면 3가지만 한접시씩 구워내면 되지 싶다.

 

새며느리 맞아 시댁 가풍을 과시하기보다는 오히려 가족들이 먹지 않은 메뉴는 과감히 줄여 효율적인 새질서를 만들어낼 참이다.  

 

9월을 더 기다리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나의 일상을 풍성하게 채워 줄 관악골 '교양강좌'도 9월 개강이다. 비록 수요일마다 레지오 회합끝내고 2시에 도착하려면 점심도 걸러야 하지만 내 생애 마지막 '에너지'를 충전한다는 설레임으로 무척 기다려진다. 바오로가 출근하는 낮시간은 완전한 자유인이니 말이다. 

 

9월이 오면 태풍도 불게고 여기 저기서 아우성 소리도 들리겠지만 가을의 풍요로움을 맞는 희망으로 9월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2013/08/25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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