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첫 생일

샘터 표주박 2013. 11. 22. 16:31

 

 

 

 

 

 

 

 

"토요일 출발할 때 전화 해..!"

"네... 어머님. 아침 먹고 곧 바로 떠날게요"

 

망우역 부근엔 대형마트가 2개나 있어 소소한 생활 용품을 구입하기엔 제격이다. 며늘 아기 첫 생일 선물로 주방에 꼭 필요한 도구를 사 줄 요량으로 아들 내외가 용산역에서 중앙선으로 갈아 탈 시각에 맞추어 집을 나섰다. 망우역에 거의 왔을 즈음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병원 검진 받고 오느라 좀 늦어지겠단다. 

 

약속 장소에 당도하여 잘보이는 벤취에 앉았다. 이번엔 큰 아들이 '막 출발했는데 차가 밀려조금 늦을 것 같다'는 전화다. 어제 통화할 때는 바빠서 제수씨 첫 생일 자리에 참석하기 '어렵겠다' 하더니만 오늘은 '좀 늦겠다'로 바뀌여 오히려 더 반갑다. 이런 이야기들을 바오로에게 보고하는데 작은 아들과 며늘 아기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다. 마시던 자판기 커피를 휴지통에 얼른 버리고 잰걸음으로 대형 매장을 향해 앞장 서 걸었다.

 

'Costco'는 토요일 낮시간인데도 카트를 밀고 다니는 가족들로 뭄빈다. 매장을 두루 살피다가는 점심이 너무 늦어지겠기에 지난 번에 눈여겨 봐 둔 주방용품 코너로 직행하여 필요한 것을 카트에 담으라고 했다. 며늘 아기는 조심스러워서인지 사양한다. 시어머니가 여러번 권하니까 멋적어하며 눈앞에 보이는 과일,야채 건조기(리큅)를 만지작 거린다. 

 

"마음에 들면 카트에 실어.."

"아기 이유식 만들 때 필요할 것 같아서요.."

"그거 카트에 싣고 하나 더 골라......"

 

또 망설인다. 야채 건조기 옆에 '부라운 다용도 카터기'도 나란히 놓여있다. '저거 있냐?' 물으니 머뭇거리는 게 없는 것 같다. 내가 카트에 실으려 하니까 며늘 아기가 행사차 나온 판촉 직원에게 사용법에 관해 자세히 문의한다. 내가 웃으며 거들었다.

 

"과일을 말려서.. 카터기로 갈고.. 이유식에 섞어야지!" 

 

 

 

 

 

 

지하 식품코너에서 몇 가지 더 담고 서둘러 집에 오니 큰 아들이 먼저 와 있다. 바오로는 요즘 어금니 4대를 보정중이다. 명색은 며느리 생일상인데도 음식은 시아버님 치아에 맞춰 몽땅 물렁하게 조리를 했다. 꽃등심도 곱게 다져서 떡갈비로 굽고, 미역국 소고기 마저도 부드럽게 칼집을 내어 끊이고.. 시아버님이 불편없이 맛나게 드셔야 며느리 마음도 편할 것 같아서....ㅎ

 

큰 아들이 사 온 쵸콜렛을 입은 생일 케익에 촛불을 밝히고 어색하게나마 손벽도 치며 생일 노래도 부르고.. 축하 해 주었다.... ㅋ

 

 

 

 

 

2013/11/23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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