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공연한 고집

샘터 표주박 2013. 12. 14. 21:34

 

 

 

 

 

 

 

며늘아기가 해산할 병원위치를 인터넷을 통하여 미리 숙지해 두었음에도 지하철 자리에 앉자마자 폰을 꺼내 병원주변 약도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본다. 그리고 묵주를 꺼내 들었다. 멍한 머리속인데 무슨 기도가 되겠냐만 가슴벅찬 일에 '감사할 절대자'가 있다는 것은 크나 큰 행복이 아닐수 없다....^^

 

묵주 할알 한알에 '주님! 감사합니다!......'를 새기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인천행 1호선을 갈아타실 분은....' 하는 멘트가 스피카에서 흘러나오고 온수역 터널 길을 걸어 1호선 환승 승강장 계단을 오르니 판이하게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컴컴한 땅속에 익숙해서 일까? 자갈이 갈린 철길 위에 흩뿌려지는 굵은 겨울 빗줄기 때문일까? 고적한 시골역 내음이 난다. 몸살약과 쌍화탕으로 몸을 덥혔음에도 음습한 냉기에 몸이 움츠려들고... 

 

 

 

 

 

 

 

안내 전광판에는 7분후에 열차가 도착한다는 멧세지가 뜬다. 비오고 바람부는 텅텅빈 승강장이 을씨년 스러운데 기다리는 7분은 꽤 길다.

마침 내가 서 있는데서 제법 먼 거리에 아무도 찾지 않는 커피자판기가 댕그러니 혼자 서있는게 시야에 들어온다. 

 

'옳지... 커피나 마시자!...

천천히 걸어가 자판기 앞에 섰다. 순간, 마음 한켠에선 '안돼!...^^'

카페인이 어지러움증을 자극한다 하여 오래전 부터 커피마저도 마음놓고 마시지 못하는 처지다. '그럼 율뮤?  아니... 생강차?...  그것도 불안정한 혈당탓에...않되겠지? 그래도... 아무거나 마시자'...

자판기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눈에 확 들어오는 제일 윗칸에 진열된 에스프레소 커피!... 자그마치 600원이다...ㅋㅋ

'손자도 태어났으니 기분으로 비싼 커피 함 마셔보자!'.......하하하...

 

 

 

 

 

 

투입구에 동전을 넣고 맨 위칸에 배열된 비싼 커피 버튼을 눌렀다.

순간, 길쭉한 컵이 덜컥 내려앉는다.

 '역시! 비싸니까 컵도 격이 다르군!'....ㅋㅋ 

컵 높이가 깊어 커피 흘러내리는 게 보이지 않고 빨간 신호불빛이 서너개 버튼 사이를 몇차례 왔다갔다 하다가 불이 꺼진다.

컵을 꺼내어 보니.... 어? 커피는 반모금도 않되게 바닥에 깔렸다...

'아니... 이 자판기가... 600원... 잡수셨어!'

 

옆에 서 있는 대학생인듯 싶은 청년에게 커피 내용물을 보여주며

 

"600원 짜리 커피인데 이러네요. 어디다 신고하죠?"

"글쎄요....."

 

그 청년이나 나나 당연히 모를 수 밖에...

커피잔을 쓰레기 통에 확~ 버리고 들어온 전동차에 올랐다.

 

 

 

 

 

 

 

 

집으로 오는 상행선 제물포 역 개찰구 바로 옆에 똑 같은 자판기가 서 있다. 이번엔 일부러 또 600원을 넣었다. 아까 보다는 몇 초 더 불빛이 왔다갔다 하더니 꺼져서 종이컵을 꺼냈다. 이번엔 길다란 종이컵에 7홉정도 담겨졌고... 혼자마시기엔 많은 양이다. 크림 커피를 눌러서인지 '거품도 부글거리고 색상도 히뿌연게 왠지 맛이 없을 것 같은 느낌..'... 아니나 다를까 한모금 마시고는 또 버렸다....ㅋㅋ 

다음엔 블랙 커피는 어떤지 다시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 

 

 

 

 

 

 

 

 

 

지금까지 숱하게 먹어본 자판기 커피중....

어린이 대공원 400원짜리 자판기 커피가 제일 맛있던 것 같다.

때문에 그곳에 가면 늘 그자리에 서 있는 자판기 앞에 선다.

 

 

 

 
2013/12/14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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