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마음선물

샘터 표주박 2013. 12. 3. 09:23

 

 

 

 

 

 

"언니~ 지금 미사 갈건가요?"

"응... 가고 있는 중이야 왜?..."

"누룽지 만들었는데요. 미사 끝나고 봐요!...."

 

토요 특전미사 끝나고 성당마당에서 바오로와 요셉 형제님은 악수로 인사를 나누고, 성전 계단에서 두리번 거리던 A는 나를 발견하고는 쇼핑백을 슬쩍 건네주고 서둘러 자리를 뜬다. 얼핏 눈여겨보니 투명비닐에 싸인 둥그런 누룽지가 실히 5~6장은 됨직하다. 

 

첫 추위가 오기전 날, 작년 고추가루가 꽤 남았기에 메주가루와 매실청을 섞어 고추장을 만들었다. 묵은 고추장까지 자그만치 세 항아리나 된다. 그리 크진 않은 항아리지만 혼자 먹기엔 많은 양이다.

그럴 즈음 안사돈 친정 어머님이 보내주신 '명품된장'이 맛이 일품이라 자랑삼아 여섯 교우에게 나누어 주었고, 혼자사는 A에게는 고추장까지 제법 큰 통에 담아서 보냈다. 그 일로 누룽지를 만들었지 싶다.  

 

요셉 형제님은 우리 구역 모임 구성원이고 우리 쁘리시디움 협조단원이다. 바오로와 함께 집을 향해 걸으면서

 

"일 하다가 미사 오신건가요?'' 

"네.. 아침에 아들 출근시키고 10시에 나갔다가 오후 5시에 들어왔어요. 예전처럼 일에 매달리고 싶지 않아요"

 

개인택시 사업자인 요셉 형제님은 사랑하는 반쪽을 하늘나라로 먼저 보낸 허전함을 주님께 의지하며 기도로 삭히시니 오히려 숙연해 진다.

요셉 형제님과 안젤라 부부는 참으로 열심히 살았다. 안젤라는 쉬임

없이 직장에 다녔고 암 투병중에서도 동생이 경영하는 제과점 일손도보태고, 주말농장 텃밭을 일궈 가꾼 유기농 채소를 교우들과 나누기를 즐겼다. 제과점에서 유통시간이 경과한 빵도 냉동실에 얼렸다 먹으라며 나누어 주곤하였다

 

"요즘도 안젤라 묘역에 자주 가시나요?"

"네... 엊그제도 다녀왔어요"

"다음에 가실땐 빈자리에 저도 좀 태워주세요. 다시한번 가 보게요"

"네... 그러죠... 제가 전화 드릴게요..."

"요셉 형제님, 이거.. 누룽지인데요... 아침에 입맛이 깔깔할 때 끊여 드시면 구수해요. 더운물 부었다가 렌지에 살짝 돌려도 되구요"

"아 휴.. 자매님이 선물한건데.. 형님 끓여드리세요. 제가 가져가면 주신분이......"

 

극구 사양하는 요셉 형제님 손에  쇼핑백을 들려드렸다. 바오로까지

거드니까 '잘 먹겠다' 하며 받으신다. 누룽지를 만들어 온 A도 틀림없이 좋아할 것 같다. 제주도 피정 때, 쉬는 날임에도 이른새벽에 우리 일행을 공항까지 태워다 주셨고 안젤라를 하늘나라로 보낸 사연도 익히 잘 알고 있기에..........^^

 

 

 

2013/12/03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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