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아들에게 쓰는 편지

스테파노 축일에

샘터 표주박 2013. 12. 26. 15:02

 

 

 

 
 
 

   두 탄생 -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글 : 이제민 에드워드 신부님 / 마산교구

 

 

 

12월 25일 예수 성탄을 지낸 바로 다음 날인 12월 26일 가톨릭교회는 스테파노 순교축일을 지낸다. 첫 순교자 스테파노의 죽음을 예수님의 탄생 바로 다음 날 지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스테파노의 순교를 하늘나라의 탄생으로 본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도는 지상에서 구유에 탄생하시고 스테파노는 순교로 하늘에 탄생하였다.

 

이를 사도행전은 이렇게 서술한다.

“스테파노는 성령이 충만하였다. 그가 하늘을 유심히 바라보니, 하느님의 영광과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예수님이 보였다. 그래서 그는 ‘보십시오, 하늘이 열려 있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 하고 말하였다.” (사도 7, 55-56)

 

스테파노는 하늘이 열려 있는 것을 보았다. 이는 하늘이 그를 받아들이고 있음을 암시한다.

스테파노는 그 열린 하늘에서 십자가에 처형된 사람의 아들을 본다. 이는 놀라운 일이다.

 

우리에게 하늘은 어떤 곳인가? 행복을 보장하는 곳이 아닌가?

우리에게 슬픔의 눈물을 다 씻어주는 곳, 십자가를 내려놓고 고통이 없어진 곳이 아닌가? 그런데 스테파노는 십자가에서 처형된 사람의 아들 예수님을 본다. 스테파노가 본 천국은 슬픔과 괴로움과 고통과 죽음이 다 씻어져 없어진 곳이 아니다.

 

놀랍게도 천국에도 슬픔과 눈물과 고통과 죽음이 있다. 하지만 그 슬픔은 남과 함께 하는 슬픔이며 눈물은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이다.

그 고통은 남으로 말미암아 당하는 고통이며 십자가는 남을 위해 지는 십자가이다.

 

남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죽음이 있는 곳, 그곳에 천국이 열려 있다. 천국은 나만 슬프지 않으면 되고, 나만 괴롭지 않으면 되고, 나만 고통 받지 않으면 되고, 나만 죽지 않으면 되는 그런 이기적인 곳이 아니다.

 

나만 행복하면 되는 그런 이기적인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 아니다. 남을 위해서 같이 슬퍼하고, 남을 위해서 같이 괴로워하고, 남을 위해서 같이 고통을 받고, 남을 위해 십자가를 지고, 남을 위해 죽을 때 바로 거기에 천국이 열린다.

 

언제 나에게도 저 스테파노에게서처럼 하늘이 열려 있는 것이 보이는 날이 올까? 구유를 향하여 탄생하고 십자가를 향하여 죽을 때이다.

 

 

 

 

 

 

 

 

 

 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 
 
 
 
 



  ※ 고 김수환 추기경님의 어록.

 


"바보 같이 안보여요? 저 모습대로는 아니지만 바보 가까워...
제가 잘났으면 뭘 그렇게 크게 잘났겠어요. 다 같은 인간인데... 안다고 나대는 것이 바보지. 그런 식으로 보면 내가 제일 바보스럽게 살았는지도 몰라요."
       (2007년 동성고 100주년 전시회에

                         '바보야'라고 쓴 자화상을 내놓은 뒤)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복이나 원수를 갚는다는 차원이 아니라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섭니다. 책임자는 분명히 나타나야 하고, 법에 의해 공정한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1996년 신년 특별대담 중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만득이 시리즈 아세요? 만득이가 삶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에 빠졌어요. 그걸 알기 위해 생각을 하다가 정처 없이 기차를 타고 가는데,
누가 지나가면서 '삶은 계란, 삶은 계란'." (웃음)
       (2003년 서울대 초청강연)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추기경의 사목(司牧) 표어 中)
“물질은 공장에 들어가면 좋은 상품이 되어 나오는데 사람이 공장에 들어가면 폐품이 되어 나옵니다” 
       (1974년 7월 박정희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교회가 왜 노동문제에 개입하느냐”에 대한 답변 중

             교황 비오 11세가 1931년 발표한 회칙 ‘사십주년’을 인용)

 

 


“공권력이 인권 탄압에 쓰여지면 이것은 공권력이 아니요, 오히려 폭력입니다”
        (1980년 강론 “광주 유혈 사태에 대해 정부는 사과하라” 中)

 

 


“경찰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를 보게 될 것이고 나를 쓰러뜨리고야 신부님들을 볼 것이고 신부님들을 쓰러뜨리고야 수녀님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그 다음에나 볼 수 있을 것이다”
         (1987년 6 10 항쟁 때 농성 중인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의 명동 성당 진입을 통보하러 온 공안관계자에게)

 


“화해와 일치는 남을 받아주고 용서하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용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1989년 9월 본보 창간 24돌 기념 인터뷰 中)

 

 


“지도자가 민심을 바로 읽지 못하면 국민은 지도자에게 등을 돌릴 것이다”  (1997년 3월 언론 인터뷰에서

                      김영삼 대통령의 연두회견을 비판하며)

 



“말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룰을 존중하는 사람,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애정을 가진 사람”
         (2002년 1월 언론 인터뷰에서 바람직한 대통령의 조건에 대해)



“교도소에 가면 거기 사람들은 대부분 밖에 있어야 할 사람이고, 감옥에 있어야 할 사람들은 모두 밖에 있는 것 같습니다” 
            (2004년 성탄절 교도소 미사를 집전한 소감으로)

 


“말로만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우리의 말을 듣고 새기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 할 것” 
              (2006년 주교수품 40주년 기념 특별 대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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