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선물

샘터 표주박 2014. 10. 28. 23:03

 

 

 

 

 

 

 

 

 

휴일 낮시간 바오로가 몇 시간 째 옷장을 열었다 닫았다 무얼 찾는 눈치다. 걸린 옷을 죄다 꺼내 주머니마다 손을 넣어 보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뭐 하느냐 물으니까 올 겨울에 입을 옷을 살피는 중이란다. 그렇게 자상한 사람이 아닌데... 

결국 저녁 때가 되어서야 

 

"내 겨울 옷 안주머니에서 돈 못봤어?"

"돈이요?... 난 모르는데요..."

"용돈을 모은건데... 며칠 전에도 있었어......"

"얼만데요?"

"치과에 보탤려고 모은건데..."

"어느 옷인데요..."

"기억이 안나. 며칠 전에도 확인했어!"

"도대체 얼마예요?"

".........*백......"

"아니... 그렇게 많이... 내게 맡기지....ㅎ"

"치과에 비상금 여러번 냈어...."

"???"

 

바오로 말을 들은 즉시 주머니마다 다시 살펴와도 없다. 순간 뇌리를 스치는... 혹시?  올 봄,아들은 블랙, 아버지는 브라운으로 브랜도 싸이즈도 같은 거위털 잠바를 세탁소에서 찾아와 투명비닐에 싸인 그대로 여름내내 아버지 옷장에 보관했다가 아침 기온이 내려간 며칠 전 아들방으로 옮겼었다. 아들 잠바 속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두둑한 것이 잡힌다.

   

바오로는 우리들 약혼식 날에 뽑은 어금니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치아를 손봤다. 오랜동안 간질환을 앓은 후유증에다 과도한 흡연과 음주로 치아가 거의 삭아 지난 7년간은 부분틀니로 버티고 작년 초 부터 잇몸 염증이 심해 요즘은 치아 14개를 뜯어내고 다시 심는 중이다.

 

진료 시간이 길게는 두시간도 넘게 소요되어 일일이 따라다니지는 못했어도 카드결재여서 지출 액수만은 훤히 알고있다 싶었는데  현금 결재도 병행? 했다니 도대체 총액이 얼마인지도 모른거다. 년말 정산을 기다려 볼 수밖에...ㅋ

 

돌이켜보면 알게 모르게 수없이 속아 살아 온 세월이다. 까마득한 신혼 시절 곱게 손뜨게한 탁상시계 카바에서 빳빳한 수표 두장이 툭 떨어졌다. 뭐냐고 물으니 모른단다. 비자금이 분명한데도 '모른다'고 딱 잡아떼기에 어이없었지만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넘어간 게 시발점이다. 

 

그 후 공직 사직때도 퇴직금 행방에 대해서도 한마디 의논도 설명도 없이 마눌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멋대로 퇴직하고 멋대로 사업을 저지르고, 게다가 10여번의 교통사고, 이 모든 일들이 종내는 내 짐이 되어 삶을 압박했었다.

 

심지어는 어찌어찌한 일로... 의사 앞에서까지 시침 '딱!'이다...ㅋ 

결핵, 연이은 급성 간염에서 만성으로 간경화로 진전되어 완치까지의 40년 넘는 긴긴 투병생활.  훗날 이 모두가 마눌을 속인 형벌이었다고... 바오로 스스로가 인정한바다....^0^

 

이러한 일들을 겪으면서 바오로가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내 기도이자 소원이었던 '부부가 나란히 미사 참례'하는 모습을 하느님께 봉헌하고 있으니 이는 철저히 그분의 계획안에서 이루어진 '축복'임이 분명하다!

 

수많은 고난의 언덕을 넘어 온 길, 돌아보니 지난 날의 크고 작은 일화들이 휴먼다큐처럼 느껴진다. 치과 진료 예약일인 오늘 28일, 오후 시간을 낸 바오로를 기다렸다가 은행으로 함께 들어가 바오로 비자금에 '내 비자금'을 더한 봉투를 내밀며 정기예금을 권했다. '필요할 땐 언제든지 해약해 쓰셔요!!!.'라고 했다....^^ 

 

 

 

 

 

 

 

 

 

 

 

 

                                                2014/10/28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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