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예행연습

샘터 표주박 2014. 11. 19. 19:54

 

 

 

 

 

 

 

바오로가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또 채근이다. 여러번의 재촉에도 

차일피일 미루다 11월 중순을 넘기고 말았다. 그러다가 어제 유명 탈렌트가 대장암이 폐로 전이되어 유명을 달리했다는 보도를 접했고 같은 날 바오로와 절친인 동창도 당뇨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사람이 살고 죽는 생노병사는 절대자의 고유권한이기도 하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육신을 제대로 관리 못한 자기 자신의 잘못이 더 큰게 자명한 이치. 두사람의 부음에 자극 받아 늘 다니는 가까운 동네 병원에 건강검진 예약을 했다.

 

검사전 날, 문진표를 작성하는데 담당 간호사가 전년도 검진결과에 '이상소견'이 있었느냐고 묻는다.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라 즉답을 못하고 머뭇거리니까 내가 통지받은 '간암검사'는 고위험군에만 실시하는 재검이라고 설명해 준다. 나는 바오로와 출생년도, 성별도 다르므로 당연히 '검진종목도 다르겠지' 무신히 여겼는데 바오로는 일반검사고 나는 '의료비지원 대상'라고 적시되었다. 

 

(1차 검진에서 이상이 있었다구? 그럼 작년 검진에서 발견? 매번 결과 통보서를 꼼꼼히 살피는 편인데 왜 발견 못했지? 어쩐지 요즘 많이 피곤하고 속이 울렁거리기도 했어! 오빠도 알콜성이긴 하지만 간암이었고... 확진이 나오면 가족력이 되는 거다... 간병은 투병이 길어서 가족들이 병간하기 힘들텐데.... 물도 떠 줘야 하는 바오로는 누가 돌보나... 혼자사는 연습도 못시켰고.. 그나저나 아직 미혼인 아들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잡다한 생각들...)

 

문진표를 작성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에 왔다. 오후 치과 진료 예약시간을 맞추느라 결근한 바오로에게

 

"점심 먹고 은행에 같이 갑시다."

"은행은 왜?"

"동창회비 송금하라면서요. 치과 시간에 맞춰서 나랑 나가요."

"당신이 해. 난 치과 가고."

"심심해서 그래요. 가까우니까 같이가요."

"심심해? 허허허"

 

은행 자동화 기기마저도 귀찮아하는 바오로에게는 가장 초보적인 '혼자사는 예행연습'이란 말은 차마 꺼내지 못했다.

 

예약신청(목) ->문진표 작성(금) -> 검사(토. 아침 9시)

 

"이상 없습니다."

"그런데... 왜 공단에서 암 검진이 나왔죠?"

"건강검진은 건강할 때 받는 겁니다."

"그렇긴 하지만요. 놀랬잖아요"

 

마음씨 좋고 노련하신 원장 선생님은 그동안 진료받은 기록도 참조하시면서 간을 비롯하여 담도, 신장, 갑상선까지 세밀히 살펴 주셨다. 

일반검진을 마치고 기다리던 바오로는 원장 선생님께 정중히 감사를 표했고..........

 

검사결과 통보서를 받아봐야 '간암'여부가 명확히 밝혀지겠지만 우선 24시간의 마음 고생을 조금은 덜여낸 듯 싶다............^^

 

 

 

 

 

 

 

 

 

 

2014/11/19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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