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아빠자격

샘터 표주박 2014. 11. 11. 06:40

 

 

 

 

 

 

남대문 시장에서 바오로 작업복 바지를 구입하고 아동복 상가도 

기웃거려 보았는데 마침 검정색 멜방 바지에 모자까지 코디한 '앙징스러운 예술가 풍' 아가옷이 눈에 확 들어온다. 예서 돌 때 입히면 예쁘겠다 싶어서 며칠 후, 며늘에게 

 

'인터넷 몰이 편하지만 남대문 아동복 상가 옷도 그럭저럭 입힐만 해. 며칠 전 모자까지 삐딱하게 코디한 돌쟁이 옷이 '예술가 풍'이더라. 예서를 애비에게 맡기고 한번 둘러 보자'고 했었다. 

 

엊그제 토요일, 예서를 재웠으니 출발하자는 전화를 받고 급히 현관을 나섰다. 난생 처음으로 애비에게 예서를 맡겼기에 쇼핑 동선을 최대로 줄여 동대문 역사공원 환승역에서 에미를 만나 4호선으로 남대문에 갔다. 그런데 찜해 둔 그 옷은 눈에 뜨이지 않는거다. 더 난감한 것은 어느 점포였는지 조차도 가물가물. 여기가 거기 같고 거기가 여기같고, 도무지 헷갈린다.

 

'이럴줄 알았으면 상호 명함이라도 받아 둘 껄... 에미에게 물을 것도 없이 딱 사버리는 건데...' 투덜거리는 열마디 변명이 무색할 뿐이다.

 

"어머니 모두 겨울옷으로 바뀌어서 그래요."

"할 수 없지... 에미 마음에 드는 걸로... 2벌 골라..."

 

옹기종기 마주보는 수많은 점포 사이를 두세번 누비고 나서야 방향 감각이 잡히고 어디에 어떤 옷이 걸린 것도 눈에 들기 시작했다. 예서 에미는 첫 걸음임에도 요것 조것 현명하게 잘도 살핀다.

내가 찜했던 옷과는 색상이 전혀 다른 아이보리, 베이지 톤으로 디자인도 각기 다른 2벌에 유아용 퍼목도리까지 골라냈다.

 

다음날, 할아버지는 감기중이라서 예서애비만 집에 왔다. 

 

"아버님, 많이 편찮으세요? 어머님, 고맙습니다!"

"그래... 어제 혼났지? 4시간, 어떻게 견뎠냐?" 

"한시간쯤은 잤구요. 밥도 먹이고 장난감 갖고 잘 놀았는데 서랍을 열고 닫고 하다가 거기서 나온 엄마 사진을 보더니 울어서..."

"사진속 엄마를 알아 봐? '엄마~' 하면서 울어?"

" 울 땐 '엄마~ 엄마~' 해요.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났는지 안아줘도 소용이 없어서 업고 한참 동안 흔들흔들 해주까 진정하던데요"

"우는 애도 달랠 줄 알아야 해. 그래야 아빠자격이 있는 거야! 에미 숨통도 트이고...."

 

 

 

 

 


 
 
 
 
 
 
2014/11/11
 
-표주박~
 
 

 

 

 

 
 

  

 

'표주박의 散文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기 예수님 오셨네!  (0) 2014.12.18
예행연습  (0) 2014.11.19
선물  (0) 2014.10.28
충전  (0) 2014.10.13
황새 이야기  (0) 2014.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