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따탕 신부님

샘터 표주박 2015. 10. 4. 21:07

 

 

 

             The Coronation of the Virgin-ANGELICO, Fra.

                      1440-41.Fresco, 184 x 167 cm.

                      Convento di San Marco, Florence

                               Beata Vergine Maria Regina

                        The Queenship of the Blessed Virgin Mary



 

요즘 변화와 혁신이라는 단어에 친숙해졌습니다.

정치권이나 기업이나 사회 곳곳에서 변화와 혁신은 더불어 살아가는 지구촌의 과제이자 난제이기도합니다. 시대적인 요청으로 변화와 혁신이 유행어처럼 물들어가는 이시기에, 보수적인 저의 본당에도 신선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새로 부임하신 주임신부님께서는 지금까지의 고정 관습의 틀을 과감하게 헐어내어 '가족이 함께하는 교회, 포용하는 교회'로 이끄시는 '리더 신부님'이지 싶습니다.

 

우선 부임하시자마자 주보에 주임신부님 이메일 주소를 공지하시면서 *'신자들의 모든 질문에 응하겠으며 답신은 일주일 후에 주시겠다'하셨습니다. 이런 일은 저의 본당에서는 일찌기 없었던 대단한 변화입니다.

*또 시작성가 부르기 직전에 주변 교우들과 친교인사를 나누게 하시고

*미디어 시대에 걸맞게 제대 옆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여 기존 신자는 물론이고 교회에 처음 나오시는 분들까지 매일 미사책이나 성가책 없이또는 안내자 없이도 미사전례에 참여하기가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변화는

*영유아들이 부모와 함께 대성전 미사참례를 허용하셨고 오히려 맨 앞자리에 앉기를 권하기까지 하셨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인 영유아들은 통제가 불가능하므로 대성전에서 일반신자들과 함께 미사참례를 한다는 건 예로부터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매주 아들내외와 예서는 이층 유아방으로 올라가고 바오로와 나는 아래층에서 미사를 드리면서 몇 번씩은 이층 유아방 유리창을 힐끔힐끔 훔쳐보곤 했었는데 지난 추석 가족미사에서 '유아방 출입통제'를 선포하셨습니다. 이젠 예서를 보려고 힐끔거리지 않아도 됩니다.

 

일반신자들과 합석하도록 허락하신 이유는 '아기때 부터 부모와 함께하는 미사를 통해 자연스레 미사예절에 익숙해 진다는 논리'입니다. 아기가 운다거나 움직인다고 짜증내거나 눈치 주지 말라는 당부 말씀까지 하셨습니다. 대단한 변화인지라 저도 처음엔 '내가 잘 못들었나?' 귀를 의심하여 바오로에게 묻고 또 묻고 확인했답니다.

 

그로부터 첫 번째 주일인 어제는 성전 맨 뒷좌석 서너줄에 '아기와 부모석' 팻말이 부착됐고 안내자는 아예 2층 유아방으로 올라가지 말라며 지정석으로 안내합니다. 예서에미가 "안돼요.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소리까지 질러요."라며 난색을 표했지만 안내자는 "신부님께서 떠들어도, 울어도 된다고 하셨어요."라며 웃습니다. "영성체 할때는 아기엄마는 제대 앞으로나가서 '아기 축복' 받으세요."

 

며늘아기와 나는 할 수 없이 맨 뒷자리 입구쪽에 앉아 미사 참례했습니다. 여차하면 업고 밖으로 나가려구요. 서커스를 볼 때는 2시간 이상을 꼼짝 않고 집중하던 예서인데 미사는 확실히 재미 없나봅니다..ㅎ 단 5초도 가만있지 않더만요...ㅋ

 

주임신부님이 몇 차례 예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탕을 주셨는데 그걸 

기억하고는 강론하시는 주임신부님을 향해 "따탕"을 외쳐서 에미가 입을 막기도하고 앞자리 교우가 사탕을 넘겨 주기도 했습니다.

 

미사 끝나고 예서에미는 신자들보다 한 발 먼저 신부님을 뵙고 '해산하러 친정에 갈 예정'이라며 특별강복을 청했구요. 신부님은 예서에미 본명과 태아 성별을 물으시고는 엄마 본명에 맞춰 <레지나 첼리>로 하라고 말씀하셨답니다.

 

<레지나> 본명도 당시 혼배 신부님께서 지어주셨는데 이번엔 태아(딸 추정)에는 본당 주임신부님께서 손수 본명까지 내려 주셨으니 특별한 은혜입니다. <레지나>는 '하늘의 여왕'이고 <첼리>는 '부활 삼종기도의 뜻'을 지녔다는 설명과 출생 후 3개월 쯤엔 '유아영세' 준비 하라는 당부까지 하셨답니다. 자상하시고 관심과 사랑이 깊으신 신부님입니다.

 

바오로 생일날에 아직 태중인 손녀딸 <레지나 첼리>본명을 얻었습니다.

이 모든 것.. 하느님의 크나 큰 은혜이고 축복이고 선물입니다....^^


 

 

 

 

따탕 신부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2015/10/04
 
-표주박~

 

 

 

 

 
 
 
 
 

 


 


'표주박의 散文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뒤늦은 예방접종   (0) 2016.01.12
인턴  (0) 2015.10.15
품위있는 막말  (0) 2015.07.02
두오모 성당  (0) 2015.06.23
마스크  (0) 201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