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오늘이 마지막이듯

하얀 쌀밥이 더 맛나요

샘터 표주박 2022. 8. 27. 15:23

8/25(목) 11:15분, 서울대 진료다.

예약시간에 맞춰 대한외래 외과 자동입력기에

진료카드를 대고 쏘옥 밀려나온 핑크빛

출력지를 받았다.

 

그런데... 어?

1번 진료실에 박규주 교수님 이름이 없다.  

 

대기 환자들 사이를 비집고 진료실마다

확인해 봐도 박교수님 방은 없다.

 

핑크색 출력지를 꺼내보니 하단에

'암병동 지하 1층'이란 활자가 눈에 들어온다.

폰엔 6개월 전, 진료시간만 입력됐다.

진료 안내서엔 암병동 지하라고 분명히

명기됐을 터이고,

앱으로도 2번이나 확인 안내를 받았건만..

이건 완전 내 실수다.

 

암병동 지하 1층 진료실 대기석엔

늘 그렇듯이 이미 수많은 대기 환자들로

북적인다.

 

간호사실 전광 안내판엔

'10시 예약 진료중. 120분 상담지연'

자막으로 알린다.

 

대기 환자 대열에 서서 기다리다가

이른 점심을 해결하고 온 사이에

대기시간이 160분으로 더 길어졌다.

 

이 생각 저 생각에 넋놓고 있다가

우연히 출력 받은 핑크색 종이를 다시보니

상단에 '위치 안내문' 이란 활자가

한눈에 들어온다.

 

앗 차!

이건 도착 접수증이 아니잖아!

 

 그간 숱하게 출력받은 도착 접수증.

오늘 받은 안내 출력지 길이는 1/2,

활자 크기도 훨씬 작고 박코드도 없고.

이걸 도착 접수증으로 착각하다니

어이가 없다..!!!

 

시야가 그만큼 좁아졌다는 증표다.

 오늘 두번째 실수.

 

 

 

 2시간이나 지나서야 도착접수를 하고

이후 30여분을 더 기다려 진료 받았다.

 

 

집에 오니 오후 4시...

오자마자 급하게 바오로 점심겸 저녁 챙기고

한 숨 돌리려니 세 손자 손녀가 왔다.

 

에미는 아이들 개학전 학부모 회의 참석으로

오늘 아이들 저녁 당번은 할미다.

 

퀴노아를 섞어 할아버지 죽을 끓였고

남은 퀴노아 밥으로

참기름에 양파를 볶다가

당근,햄,버섯,달걀,부추,밥 순서로 마무리.

쇠고기 무우 두부 맑은 국으로  

아이들 저녁을 차려주었는데

예정이가 국을 맛보더니

 

"맛있다!

할머니 하얀 쌀밥이 먹고 싶어요"

 

"볶음밥이 맛 없어?"

 

"맛있는데요.

이 국엔 하얀밥이 더 맛나요"

 

 

 

아 하~~~~

그 생각을 못했구나.

 

그러고 보니

오늘, 세번째 실수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시야도, 생각도 좁아지고

순발력도 둔해지고

.

.

.

ㅋㅋㅋ

 

 

 

 

 

 

 

 

 

 

 

2022/08/27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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