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오늘이 마지막이듯

할머니, 괜찮아?

샘터 표주박 2022. 10. 10. 14:07

 

 

 

가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한글 날인

어제,

 

9살 초등 3학년 예서,

7살 초등 1학년 예정,

엊그제 생일지나 5살이 된 예원이가

점심때 지나 할머니집에 왔다.

 

가족 모두 코로나에 감염, 15일 넘도록

APT에 갇혀 격리, 치료하느라

(7일간 격리 해제지만 

2주 넘도록 양성반응 나와서)

할머니집에 올 수가 없었다.

때문에 아이들 못 본지 2주가 넘었다.

 

오늘 오전, 인천 외할머니댁에서

점심 먹고 출발한다는 아들 전화다.

 

아이들 간식은 몇가지 사 둔게 있으나

저녁준비를 해야 할텐데 기운이 없다.

 

오후 2시쯤,

아이들이 현관에 들어서는데

 막내 예원이가

 

"할머니 괜찮아?"

 

예기치 않은 인사말이라 얼떨결에

 

"응? 뭐라구?"

 

"할머니 아픈거 괜찮냐구요"

 

어른스런 예원이 말에

할미는 미처 대답을 못했다.

애비가 할머니 아프다고 말했나보다.

 

오빠가 할머니 괜찮냐고 물었다면

'오~ 많이 컷구나!'

 머리를 쓰다듬었을 텐데..

 

다섯살 막내가 근심스런 표정으로

청력이 약한 할머니를 위해

큰 소리로 또박또박 다시 말해 준다.

 

"할 머 니 괜 찮 아 요?"

 

기특한 우리 예원이..^^

할머니 아픈 것들이 싹 날아갔다!

 

 

옹고집 할아버지 모시고

서울대병원 5개과 검사, 진료 받으랴

진이 다 빠졌는데

어린 꼬맹이의 기특한 한마디에

어지러워 쓰러질 것 같던 온갖 증세들이

 

'싹~ 다~ 치유됐다!'

 

말 한마디가 천냥빛을 갚는다 하더니

다섯살짜리 막내 손녀의 걱정으로

할머니는 되살아 났고 힘을 얻었다.

 

저녁은 길 건너 양지촌, 갈비구이로 했다.

맛나게 먹는 아이들로부터 받은 에너지가

할아버지, 할머니, 입맛까지 되돌려 놨다

 

그간 할아버지는 죽,

할머니는 미음만 몇 모금씩 마셨는데

아이들과 함께 갈비도 몇 점 먹었다.

ㅎㅎㅎ

 

사람은 사회적=가정적 동물이고

가족의 사랑을 먹고 사는 관계임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예원이 자랑 하나 더.

 

코로나 걸리기 3일전 예서에미 전화다.

아이들 학교 학부모 회의에 참석하려는데

예원이가 수족구에 걸려 등원을 못해

할머니에게 맡겨도 되겠냐고.

 

며늘은 할아버지가 면역력이 약해서

수족구에 감염 될까봐 망설여진다고.

어른이 감염되는 건 드물긴 하지만..

 

두말할 것도 없이 데려오라고 했다.

 

잠시후 예원이가 왔다.

수족구病, 이름답게 손발에만 붉은 반점이

몇개 돋았다.

 

엄마는 학교에 갔고 예원인 소파에 앉아

미동도 없이 TV 어린이 만화만 보며

화장실 갈때만 움직인다.

 

다람쥐처럼 드나들던 할아버지 안방은

얼씬도 않고

어쩌다 할아버지가 거실로 나오면

 

"할아버지 나한테 오지마세요.

수족구 걸려요"

 

엄마가 올때까지 무려 3시간이나

소파에만 그림처럼 머물다

엄마와 함께 갔다.

 

ㅎㅎㅎ 

 

 

 

 

 

 

2022/10/10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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