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월 8일. 여느때와 다르게 가슴이 저리고 아리다 폐공 깊은 곳으로 파고드는 그 무엇 유년의 기억을 헤집고 한순배 공간을 되짚고 스멀스멀 움직이는 무수한 잔영들 어머니의 초상화 모시 조각보의 고운 문양이 커틴으로 드리워지고 한 땀 한 땀에 서린 눈물이 내 기억의 공간 맨 윗칸에서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린다 어느날, 어머님은 혼잣말 처럼 "아버지가 오빠 태어나던 날, 이걸 샀다고 방학 때 와서 주더라.." 1943년 정월, 첫 아들 '득남'을 알리는 전보를 받고 고향 본가에서 홀로 산고를 치룬 아내를 생각하며 동경 번화가에서 구입했다는 말씀을 또 하신다. 18개월전 타계하신 어머님이 한창 고우실 때, 애지중지 아끼시던 물건이 있었다. 펄이 박힌 상아색 뿔 분첩. 지금이야 플라스틱이 흔해 길거리에 지천으로 깔렸지만 해방전이었으니 그당시에는 상당히 값나가는 귀한 명품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희미한 옛 기억을 더듬어 보면 가로 6Cm x 세로 9Cm 정도?.. 몸체에 고정된 뚜껑 안쪽은 작은 거울이고, 가루분을 담는 동그란 홈에는 작은 구멍이 송송 뚫린 덮개와 분첩. 위쪽에 작은 직사각형 칸도 2개 인데 구리무를 덜어 두는 데라 했다. 분첩은 늘 깨끗했다. 화장 하실 때 한번씩 만져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토록 아끼셨다. 초등 3년때인가? 어머님 몰래 분첩을 가방에 넣고 학교에 갔다. 반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였는데 그게 그만 깜쪽같이 없어졌다. 학교가 끝난 후에도 찾아 보았지만 끝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어머니의 성난 얼굴만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거짓말하면 감옥가고, 지옥간다 믿던 시절이라 가슴이 콩당거리고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집에 오자마자 무릎 꿇고 겁먹은 소리로 이실직고 하였고, ....결국은 용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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