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꽃진 자리에 핀 하얀꽃

샘터 표주박 2005. 7. 7. 17:00

 





평일 날,
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오전 10시를 10여분 쯤 남긴 시각의 행복!
...뭘까요?...ㅎ



이 시각이면 저는 사랑하는 분을 만나기 위하여 약간 경사진 화단을 끼고
걷는 시각입니다...^^



열심한 신자라 자처하기는 뭣하고..
평일미사라도 챙겨야 '열심한 척'하는 대열에 끼겠기에...  발만 분주한 부류에
속할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하하하~

(남이 요렇게 꼬집으면 섭하지만 스스로 고백하면...^^)



갖가지 여름꽃들이 형형색색의 자태를 뽐내는 화사한 7월 화단..
이시각이면 14처를 품고 있는 화단은 잎새마다에 투명한 이슬이 조롱조롱 맺혀
있습니다. 비가 올 때는 하늘 연못에서, 개인 날에는 요셉 아저씨가 뿌려준 영롱한
보석을 매달고,  촉촉한 미소로 우리들 동공을 적셔 줍니다.



하느님 창조물 가운데 볼 품 없는 것이 어디 있을까만
외진 자리에서 피어난 작은 풀꽃일지라도 생명의 원천인 수분을 입고 있으면
조용한 서정으로, 자신만의 향기로, 우리들의 메마른 가슴을 소롯이 이끌어 줍니다.
'경이로운 신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순시기에는 14처만 눈에 들어왔는데...여름으로 접어드니
자연석 돌 틈 사이에서, 큰 나무 그늘진 곳에서, 올망 졸망한 꽃들이 일제히 자기가
얼장이라고 애교스런 몸짓으로 수런대고, 14처는 묘하게도 뒤켠으로 쓸쩍 비켜 서
키를 낮춘 듯 젊잖게 자리를 지킵니다...^^


1년초들에게 이 한계절만 왕의 자리를 내어 주는 것이겠지요...호호호...



그런데 말입니다. 며칠 전,
얼장들의 잔치에서 이상한 꽃을 발견하였습니다.


삐죽히 자란 꽃대위에서 꽃도 아닌 것이 꽃인양 하얗게 웃고 있는 것입니다.
안경 너머로 몇 번을 보아도 이상하기에 가까이 가서 보니 긴 대궁위에 스치로폼
조각이 꽂혀 있습니다.



'이유가 있을 텐데...' 또 궁금해 집니다



그날은 미사 시간이 임박한지라 고개만 갸웃뚱하며 성전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며칠이 지난 오늘, 마침내 관리 아저씨께 여쭈었습니다.



"요셉아저씨.. 저 스치로폼은 왜 꽂아 두셨나요?"


"아. 그거요? 할머니들이 꽃을 만지다가 삐죽 자란 대궁에 눈이 찔릴까봐서요.
저도 화단을 돌보다가 몇 번 찔렸는데 눈이 어두운 할머니들은 더 위험해요"



저희 본당은 연세드신 할머니들이 유난히 많으십니다.
갖가지 1년초 꽃들이 가득한 여름 꽃밭을 아끼시는 등 굽은 할머니들,
마른 꽃잎이라도 따 주고 싶고 잡초라도 뽑아주고 싶으신 할머니들의 눈 보호를
위해 꽃진 자리에 부드러운 스치로폼 하얀 꽃을 다시 피워내시는 그 마음씨...



'예수님 마음이 바로 이런것일 거야....!!'



05/07/07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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