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동막골 댕겨왔습니다...^^

샘터 표주박 2005. 8. 8. 14:28
아름다운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희망을 발견하게 합니다. 냉혹하고 차가운 현실에 지친 우리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영화 한 편. 순수하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합니다. 어쩌면, 우리 사는 세상에는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를, 순백의 사람들일지도 모를, 그들과 함께, 그 무엇으로도 살수없는 아름다운 미소가 팝콘이 되어 우리들 머리위에도 우수수 쏟아집니다. 이 영화는 한국전쟁 당시, 전쟁이 일어난 줄도 모를 만큼 깊은 두메 산골에 전투 중 길을 잃은 국군, 낙오된 북한군, 그리고 비행기에서 추락한 미군, 제각각 다른 이유로 방향을 잃고 헤매다 동막골 마을에 접어듭니다. 이 묘하고도 기막힌 사연의 군인들이 어색한 동거를 하며 빚어지는 일들을 몽상적인 접근으로 풀어냅니다. 아이들(童)처럼 '막' 살라는 의미의 '순수한 동막골' 함께 있기엔 도저히 불가능한 존재들이기에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팽팽한 긴장감이 고조되는데 "손들어" 호통치는 인민군의 명령에 "한 손 드나 두 손 드나" 라고 대꾸하는 팔푼이 같은 순진무구한 마을 주민들. 이처럼....이 영화는 상상속에서만 존재 하는 순진한 동막골을 무대로 인간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상처받은 군인들이 동막골로 모여들 때 화약연기 자욱한 전장터에 하늘거리며 나타난 나비떼는 인간의 상처 받는 몸과 마음을 아름다운 영혼으로 이끌어 주는 매개체로 상징되었고, 서로의 목숨을 담보로한 이틀 낮과 밤의 대치의 결말은 수류탄을 '감자 닮은 돌멩이'라 여기는 여일(강혜정)의 천진난만한 행동으로 핀이 뽑힌 수류탄은 얼떨결에 옥수수 창고에 던저졌고... 폭발과 동시에 옥수수들이 일제히 깨어나 팝콘이 되어 하늘을 날고. 갈색 털들이 물결을 이루며 내달리는 멧돼지의 질주는 이성과 비이성이 교차하는 인간성의 회복의 내달음이었지 싶습니다. 죽음이라는 현실에 동거의 적들과 함께 감자를 캐고, 멧돼지의 살점을 나누고, 나무껍질로 엮은 럭비공을 서로에게 던지면서 정을 릴레이 하는 이들, 동막골 전쟁이야기는 현실의 고통을 뛰어넘는 판타지와 유머러스가 곳곳에서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합니다. 처절한 전쟁의 참상을 뛰어넘어 훈훈한 가슴을 만들어낸 상상속의 휴먼 드라마라고 말하고 싶네요. 세상살이에 지친 어른들을 위한 동화 한 편을 보고온 느낌입니다. 05/08/08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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