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종소리는 울리는데...

샘터 표주박 2003. 4. 28. 14:50








종소리 / 정호승

사람은 죽을 때에
한 번은 아름다운 종소리를 내고 죽는다는데

새들도 죽을 때에 푸른하늘을 향해
한 번은 맑고 아름다운 종소리를 내고 죽는다는데

나 죽을 때에
한번도 아름다운 종소리를 내지 못하고
눈길에 핏방울만 남기게 될까봐 두려워라

풀잎도 죽을 때에
아름다운 종소리를 남기고 죽는다는데




어느새 벌써 또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한해의 매듭을 짓는 12월로 접어들면 지난 일년을 허비하지나 않았는지 뒤돌아
보게 된다. 어찌 나만 그러랴마는......

눈이라도 내릴것 같이 을씨년스런, 그렇게 춥고 스산한 날이면 더 더욱
마음길과 눈길을 나누고픈 친구가 그리워진다.

빈 마음을 헤치고 귓전을 스치는 구세군의 자선냄비 종소리가 겨울 열매를
드리우고 있다. 가난한 이웃에게 "따뜻한 국 한 대접을 나누어 주어요" 라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간간히 바쁜 발걸음 멈추며 환한 미소로 마음과 마음을
모으는 이들, 훈훈한 정이 넘친다

엄마 손을 잡고 일삼아 나온 유치원 어린이는 고사리 손으로 일년 동안 모은
돼지저금통을 냄비속에 넣는다. 어린 새싹들의 두 볼이 장미빛처럼 예쁘다.
따뜻한 고사리 마음이 피워 낼 건강한 미래가 보인다.

구세군 자선냄비와 종소리...
거슬러 올라가면 영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유래된 것이라 한다.

1891년 성탄 무렵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는 불우한
이웃을 돕고자 이리 저리 궁리하던 구세군 사관 (조셉 맥피 정위)이 오클랜드
부둣가에 큰 쇠솥을 내걸고 그 쇠솥 위에 이렇게 써 붙였다고 한다.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굶주리고 병든 이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기금이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한사람의 기도가 오늘날 전 세계 100 여개국에서 해마다 성탄이
가까워지면 춥고 병들고 가난한 이들의 구제를 위해 구세군 자선냄비 종소리가,
마음과 마음을 모으는 사랑실천의 열매가 되었다


지금은 들을수 없지만 아직도 마음에 새겨져 있는 교회의 종소리....
조용한 시골에는 아직 종소리가 살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 새벽녘 따스한 아랫목 이불깃속을 파고 들때 꿈결인 듯, 생시인듯
울려 퍼지던 은은한 종소리...

밤새 내린 눈 위로 울려 퍼지던 은은한 종소리는 온 세상을 순결과 고요속으로
이끌었고 경견한 마음으로 두손 모아 막연한 소망을 종소리에 싣기도 했었다
그러면 온 세상을 품어 안으시는 하느님의 소리가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작은
내 가슴을 포근히 감싸던 순백의 천상의 소리였다

아직 마음속에 살아 있는 영원의 소리.....

언제 부턴가 우리 본당에서는 평일 미사 때 복사가 등교하는 시간대엔
"딸랑 딸랑..."
이 작은 종소리는, 고단한 삶도 여유로운 삶으로 변화시켜 주곤 했다.

기쁜 마음으로 거울을 들여다 보면 밝은 얼굴이 나를 반기고,
노여운 마음으로 거울을 들여다 보면 성난 모습이 낯설다
이런 내 마음의 종소리 어떤 음색일까?
기쁜 마음, 밝은 마음의 울림은 청아한 음색일 것이고
노여움이 배인 성난 마음의 울림은 보릿자루 터지는 볼멘 소리일 것이다

빨간색 안경을 쓰고 보는 하늘은 온통 빨간 하늘,
노란색 안경을 쓰고 걷는 눈길은 온통 노란 길,
검정색 안경을 쓰고 대하는 사람은 모두 검은 사람,

겨울에 비추인 구겨진 얼굴...
보릿자루 터지는 비굴한 소리...

내 눈에, 내 마음에, 드리운 장막을 찢어야만 새 세상을 볼 수 있겠지...
그래야만 맑고 투명한 겨울 하늘의 따사로운 햇살을 만날 수 있겠지...

나를 결박하는 모든 유혹에서 자유로와 질 때
내 마음의 거울이 깨끗이 닦여 질 때,
비로소 받은 만큼의 빛을 반사시킬 수 있으리니.
내 마음의 종소리와 함께 화음을 이룰수 있을 것이리니.

떨기를 마친 나목이....고사목이 되지 않기 위해서
이 겨울...언땅에서 생명줄을 거머 쥐어야겠다....이 즈음에...





밀레의 만종....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들린다

가난 속에서 흙을 갈고, 씨를 뿌리는 사람들,
때가 되면 김매고 거두어들이는 농부들의 평범한 삶을,
종교적인 시각으로 그려낸 밀레의 사랑과 만난다

고단한 농사일을 끝낼 무렵,
멀리서 들려오는 예배당의 종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면,
일손을 멈추고 다소곳이 머리숙여 주님을 향해 기도드리는 모습,
진실된 삶의 모습, 성실하고 겸손한 모습,
고됨속에서도 보람과 가치를 느끼는 평화로움,
절대자를 향해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부부 일치의 사랑,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의 울림까지 그려내고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한 삶인가?

보는 이로 하여금... 영혼의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게 하고
영원한 사랑과 희망과 감사와 그리고 평화를 우리의 가슴에 파종하고 있다

그러기에 미국의 미술평론가 반다이크는 만종을 가리켜
"사랑과 신앙과 노동을 그린 인생의 성화" 라고 극찬하였다.



보물 제2호인 보신각종은 약 550년 전에 주조되어 원각사에 있다가 보신각으로
옮겨져 파루(오전4시)에 33번, 인정(오후7시)에 28번 울려 도성의 문을 여닫고
하루의 시각을 알리는데 쓰였다한다.

현재의 보신각 종은 일년에 한번, 서른 세 번 울림을 갖는 '제야의 종소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쉽게도 높은 건물과 자동차 소음으로 종소리의 은은한
여운을 느낄수 없다. 다만 12월 31일 자정... TV를 통해서...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묵은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 새날을 맞으며 가족의 건강과, 소망을 새로이 다짐하곤 한다.

이제 며칠 후면 울려 퍼질 '제야의 종소리'



고대 그리스에서도 신선한 생선이 도착했을 때,
전쟁 때는 적군이 가까이 왔음을 경고하기 위해 종을 울렸다 한다.

로마에서는 종교의식 때, 그리고 장례식 때,
영국에서는 저녁에 소등을 알릴 때, 화재를 알릴 때,
그리고 사또 람들을 불러 모을 때에 종을 사용하였단다.

미국의 '자유의 종'은 미국의 독립을 선포하는 것을 알리기 위해 울렸다고 한다.
그 종에는 성서 레위기 25장 10절을 인용해서
'모든 만민에게 자유를 선포한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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