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별일도 겪습니다...

샘터 표주박 2005. 12. 11. 22:54



지난 수요일 아침, 남편이 출근한지 10여분쯤 지났을 무렵 휴대폰 벨이 울린다. 남편이다. "놀라지마. 교통사고났는데 다치지는 않았어. **경찰서로 간다." 남편의 다급한 목소리에 출근하려던 큰아들을 대동하고 황급히 **경찰서로 달려갔다. 노란머리 아가씨와 실갱이를 한다. 남편은 극도의 흥분 상태다. 매우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어찌할 바를 모른다. 교통사고의 요지는 이러하다. ●남편의 주장: T자 도로에서 좌회전 신호가 떨어지자 남편은 2차선에서 2차선으로 좌회전 하였고, 아가씨는 1차선에서 2차선으로 차선변경하여 진입하다가 남편차의 좌측 후미를 추돌한 것이다... ●아가씨의 주장은 달랐다. 남편이 자기차 우측을 들이 받고 진행했다는 것이다. 서로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다.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기 보다는 '서로 잘못이 없다'고 발뺌하기 바쁘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자기 보호 본능이므로 이쯤되면 담당 경찰관의 판단여하에 따라 가해차량과 피해차량으로 갈릴 수 밖에... 담당 경찰관이 경찰서 정문앞에 주차시킨 사고차를 이리저리 살핀다. 우리들 가족들도 따라나섰다. 우리차를 한번 슬쩍 보고 아가씨 차에 가서 부숴진 밤바를 내려 대충 맞춰보고는 당사자만 데리고 사건 현장에 갔다. 한시간 정도 경과후 담당결찰관 앞에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았다. 판정의 순간이다. ●담당경찰관: "사고의 순간은 0.3초 이내라고 합니다. 본인이 사고를 인지하고 제어하기엔 너무 짧은 순간이어서 본인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게마련입니다. 이 부분 이해 하시고 억울한 마음이 들더라도 서로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이 사고는 '선생님 과실' 입니다....." 남편이 가만 있을리 없다. "내 차도 보고 사건 현장에도 가 보았는데 어째서 이런 판정이 나올 수 있는 겁니까. 좌회전 신호를 받고 2차선에서 2차선으로 주행하였는데 아가씨차가 끼어들면서 추돌하였는데..." 너무 억울해 한다. "담당관님께서 제 차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십시요. 저 아가씨의 주장은 거짓입니다. 제가 받혔다니까요." "다시 나가는 일 없습니다. 끝났습니다" 단호하게 거절한다. '끝났습니다'라는 마침표까지 찍어버린다. 나감한 노릇이다. 나는 솔찍히 그 순간까지도 사고상황이 내 머리속에 그려지지를 않았다. 담당 경찰관이 부숴진 밤바를 늘어놓고 꿰맞출 때 밤바의 좌측과 우측이 맞지도 않을 뿐더러 어딘가 서둘러 봉합하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가 끼어들었다. "담당자님. 저렇게 억울해 하는데 수고 스럽지만 한번 더 확인해 주세요. 아무리 가벼운 첩촉사고라도 본인이 억울해서 승복할 수 없다잖습니까. 우리차가 먼곳에있는 것도 아니고 정문앞에 있으니 다시 한번 살펴 봐 주십시요." 간청을 하였다. ●그러자 담당경찰관이 서랍에서 돋보기를 꺼내들고 차 있는 곳으로 나간다. 2차 검증인 셈이다. 나도 따라나갔다. 이번엔 아가씨차에서 부숴진 밤바를 가져와 우리차 좌측 앞밤바에 대보이며 돋보기로 여기에 이 밤바가 이렇게 긁혔다고 설명을 한다.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 끼어들었다. 돋보기를 달라고하여 내가 직접확인하였다. "경찰관님. 이상합니다. 우리차 밤바는 오늘 긁힌 자국이 아니고 오래전에 벗겨져서 변색된 자국입니다. 이밤바는 넓게 거칠게 패여있는데 우리차는 긁힌 흔적이 아닙니다. 긁힌 부위가 서로 맞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남편은 우리차 뒤쪽 밤바 좌측의 작은 흠집을 가리키며 "이곳입니다. 돋보기로 확인해 주십시요." "아닙니다" 한마디로 자르고는 서둘러 들어가 버린다. 재 검증이라는 절차도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나는 남편에게 더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말자고 했다. 아가씨가 가슴이 아프다고하니 보험처리 해 주고 신경쓰지 말자고도 했다. 아들도 한번 판정이 나면 번복이 어려우니 억울하더라도 보험회사에 맡기고 신경쓰지 말라고 당부하며 출근했기에... 경찰서에 들어오자 남편은 도저히 승복할 수 없다며 밖으로 다시 나가버린다. 나는 보험회사에 담당자를 파견해 줄것을 요청하였다. 아가씨측도 보험회사에 연락을 하였고 경찰관은 남편을 불러와 종결을 짓자고 거듭 재촉을 한다. 아가씨는 가슴이 아프다며 병원에도 입원해야 하고 차도 손봐야 하는데 언제까지 시간을 끌거냐며 성질을 부린다. 보호자인 아버지도 합세를 한다. "경찰관님 저렇게 펄펄 뛰는데 제가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다시한번 부탁드립니다. 보험회사 직원과 함께 사건 현장을 다시한번 확인해 주십시요.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사고원인을 규명하시어 운전자가 인지하지 못한 부분을 짚어 주시면 승복할 겁니다. 순간적인 착오는 누구나 있을 수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남편은 어느새 재심을 요청하였고 그사이 양쪽 보험사 직원도 당도했다. .....직원들 책상에서 몇차레 벨이 울리는 가 싶더니..... ●다른 경찰관이 현장 재검을 실시 한단다. 사고현장답사는 두번째인 셈이다. 담당경찰관과 또 한명의 경찰관, 당사자들, 양쪽 보험회사 직원, 보호자 2명, 나도 보호자 자격으로 경찰차에 동승했다. 동승하였던 경찰관이 현장에 당도하자 주행 차선과 우리차 위치가 표시된 지점을 살피더니 딱 부러진 한마디... "앞차는 잘못이 없습니다" 간단 명료하다. 우리측 보험사 직원도 고개를 끄덕인다. 경찰관이 그쪽 보험사 직원을 불러 차도 중앙으로 데리고 나가 아가씨 차의 차선 변경위치를 확인 시킨다. 사진도 몇 장 찍고. 5분도 채안된 듯한 짧은 시간에 두번째 현장 재답사는 끝났다. 다시 경찰서로 와서 커다랗게 주행선을 그린 위에 소형 모형차 두대를 올려 놓고 우리차가 주행한 위치와 아가씨차의 차선 변경위치를 상세하게 재현하며 두세번 되풀이하여 설명해 주었다. "현대는 어떻게 생각하나" "네 저희쪽은 100% 과실이 없습니다" "동부는 어떻게 생각하나"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아가씨 보호자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담당경찰관이 조서를 꾸미기 전에 "선생님 죄송합니다. 하루에도 수건을 처리하다보니 이런 실수를 했습니다. 저도 신이 아닌이상 실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요." 남편은 번복이 되었다고 기뻐하지도 않는다. 당연한 귀결을 가지고 속을 끓인 것이 괘씸하다는 표정이고 경찰관에게도 한마디 할 기색이다. 이번에는 내가 남편에게로 다가갔다. "우리도 공직 생활을 했었잖아요. 너그럽게 봐드리세요. 큰 사고가 아니어서 천만 다행인데요 그리고 아가씨한테도 홧김에 심한 말 했다면서요. 본의 아니게 심한 말 했으니 담아두지 말라고 한마디 건네 주세요. 딸 같잖아요" "아가씨. 아까는 화가나서 지나친 말을 했다. 미안하다" 나 같은 문외한이라도 사고 현장 페인트 자국만 보아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눈에 식별되는 사건이었다. 우리차는 2차선 주행선 중앙에 직선으로 정차되어 있고 아가씨 차는 1차선에서 2차선으로 차선변경을 하면서 진입한 흔적이 그대로 그러져있었다. ●두번 째 차량 검증 때 담당경찰관이 아가씨 진술대로 우리차가 아가씨차 앞 밤바를 치고 나갔다며 들어 보였던 증거물(밤바조각)은 아이러니하게도 아가씨차 좌측 앞 밤바였다. 아가씨 주장대로 우리차가 밀어 부쳤다(들이받았다) 가정하여도 정면 충돌이 아닌 다음에야 어찌 좌측 앞밤바끼리 키스를 할 수 있겠는가? 또 아가씨차를 앞질러 나갔다면 우리차가 아가씨차를 온전히 뛰어 넘어 정확한 착지의 곡예를 하지않고는 어떻게 2차선 정중앙에 가지런한 정차가 가능했겠는가?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다. 왜 그랬을까??? 그쪽 보험회사 직원이 남편에게 "선생님 어떻게 해 드릴까요?" "내 차는 10년된 차인데 손볼곳이 왜 없겠습니까? 새차 한번 만들어 볼까요? 그러나 난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저 아가씨가 가슴이 아프다는데 나도 같은 충격이었을 겁니다. 아직은 목이 괜찮으니 이상이 발견되면 보험사를 통해서 연락하지요" 담당경찰관의 사고현장조사가 얼마나 허술하였는가를, 아니 엉터리였는가를 보여주는 단면 같아 몹씨도 우울한 며칠이었다. 05/12/12 -표주박~

'표주박의 散文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다속의 우정  (0) 2006.01.25
영화 '왕의 남자'를 보다  (0) 2006.01.16
여기가 무릉도원이라던가?  (0) 2005.10.18
음치男 박치女의 노래방  (0) 2005.10.12
어떤 선물  (0) 200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