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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주박의 散文노트

영화 '왕의 남자'를 보다

샘터 표주박 2006. 1. 16. 17:51

15일, 어제 일요일. 요즘 관객들의 찬사를 받는 화제작 '왕의 남자'를 남편과 함께 관람하였다 CGV 2관 두툼한 커틴을 젖히고 관람석으로 들어가니 이미 시작되었다 상연 시각 2~3분쯤 늦었다 싶었는데 내 느낌의 2~3분은 실제보다 조금 더 길었나보다. 놀이패의 질펀한 한판이 벌어지는 중이다 이미 매스컴을 통하여 널리 알려진 '왕의 남자'는 조선 초기에 일어난 갑자사화를 배경으로한 영화다. 연산군이 왕위에 오른 후, 그의 생모(윤비)를 폐위시킨 자들에게 원한을 품고 아버지(성종)의 후궁들과 왕자들을 죽이고 '윤비폐위'에 관계했던 신하들을 모두 죽인 폭군 연산. 연산일기에서 한 광대가 임금앞에 끌려와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임금이 임금답지 않고 신하가 신하답지 않으니 비록 곡식이 있은들 먹을 수가 있으랴" 하였다는 기록 한 줄을 가지고 그럴싸하게 꾸민 님사당 놀이패 이야기다. 연산군을 소재로한 작품이 다 그러하듯 이 영화도 예외는 아니어서 연산군이 폭군이라는 사실과 요부 장록수가 전제되며 이야기를 끌어낸다 장록수 치마폭에서 정신을 못차리는 연산, 숱한 신하를 죽이거나 파직시킨 연산, 어머니 폐비 윤씨를 죽이는데 앞장섰던 성종의 후궁들을 죽인 연산, 할머니 인수대비를 돌아가시게 한 사실성 위에 연산이 궁중에서 광대놀음을 즐기는 가상의 여러 사건을 접목 시킨다. 역사의 사실성에 허구의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버무린 것이다. 시골 장터에서는 '먹고 살기위해서' 놀이판을 벌이다 한양으로 도망쳐 왔고 내시 처선의 눈에 띄어 왕을 웃기기 위해서 궁에 들어간다. 왕앞에서 '살아남기 위해서'판을 벌였던 장생은 광대들이 공연을 할 때마다 궁이 피바다로 변하는 것을 보고 궁을 떠나려고 한다. 하지만 공길은 모호한 태도로 장생을 따라 나서지 않는다 그 사이 왕의 처사에 반발한 중신들은 광대들을 쫓아내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장록수도 왕을 광대에게 빼앗겼다는 질투심에서 은밀한 계략을 꾸민다 장녹수의 질투와 음모로 장생도 죽음을 각오하면서까지 왕에게 덤벼드는데... 이 설정은 이들 네사람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조금 미약했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는 사건마다 역사적 사실과 맡물려 돌아가는 탄탄한 구성이 돋보인 영화다. 쓸데없는 장면과 맥이 끊기는 대사 없이 간결하다. 그러기에 전혀 지루하지 않고 매끄럽다. 질펀하게 내뱉는 놀이패의 거친 대사 한마디에도 유모어가 있고 해학이 번득인다. 신하들의 반대가 극심해도 광대들은 연산의 명을 받들어 경극을 꾸며 부패한 대신들을 고발한다. 그리고 공길의 인형극을 통해서도 연산이 생모 폐비를 그리며 눈물 그렁거리며 잠든 처연한 모습도 담아낸다. 한마디로 왕의 남자는 우리나라 사극의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충족시켜준 영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원작인 연극<이(爾>에서는 공길과 연산군, 장생과 공길의 관계까지도 동성애로 설정 하였다는데(연극을 못봤음) '왕의 남자'에서는 장생과 공길의 관계는 동성애 보다는 강인한 형과 별스럽게 곱게생긴 동생을 챙기는 형제나 동지 처럼 따스해 보였다. 곤히 잠든 공길에게 이불을 덮어줄 때.. 장생(감우성)의 외줄타기. 사물놀이. 창 등, 다양한 전통 문화를 소화하기위한 배우들의 노력이 보인다. 이준기(공길)의 묘한 분위기도 인상적이었고, 정진영(연산)의 가리스마 넘치는 연기도 출중했다 강성연(장녹수)도 연기에 관록이 붙은것 같고 조연들의 연기력도 주연에 비해 손색이 없다. 이 영화에 참여한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06/01/16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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