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수다속의 우정

샘터 표주박 2006. 1. 25. 18:04


새해를 넘긴지 일주일 쯤 지났을 때, 큰 아들이 유치원 다닐 때 친하게 지냈던 엄마들이 만나자고 성화다. 신년들어 감기에 장염까지 겹쳐 링커를 두번이나 맞을 정도로 힘든데 말이다. 작년 년말에도 만나자는 제의를 새해로 미루었기에 이번에도 못나간다고 하면 핑계를 댄다고 오해를 할 소지도 있겠기에 약속을 하였다. 며칠 여유가 있으니 그때가지는 회복 되겠지 싶어 응했던 거였다. X와는 양재동 낙엽진 거리를 걸은 게 재작년 가을이었지 싶고, N과 0는 3년전 인가? 오랜만에 우리집에 왔는데 그날이 마침 시아버님 기일 이어서 제사를 다 지내도록 기다렸다가 우리 친척들과 저녁을 함께 하였다. Y는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딸 혼례 때 봤으니 6년은 족히 되었나보다.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27~8년된 오랜 친구들이다. 그다지 먼 곳에 사는 것도 아닌데, 마음만 먹으면 한시간이면 족히 얼굴을 마주 할 수 있는 거리에 살면서도 서로 사는게 바쁘다는 이유로 근자에는 간간히 안부만 전하고 지냈다. 약속한 토요일, 레지오 회합을 마치고 병원으로 갔다. 남편이 미리 접수해서 기다리지 않고 진료를 받았지만 의사는 대상포진약까지 더 얹어 준다. 한번 먹을 것만 챙기고 약봉지를 남편에게 건네주었다. 그 몸으로 레지오 회합에 나가는 것도 무리 인데 평촌까지 갈 수 있겠냐며 염려를 한다. 그렇게 걱정을 하면서도 마눌과 동행하기는 싫은가보다. Y가 이사했다는 평촌역에서 X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어제 만난 듯 낯설지 않다. 곧바로 O가 차를 몰고 나타나 Y아파트로 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엘리베이터 바닥재 교체 작업을 한단다. 막 시작한 듯 바닥재를 뜯어내고 있다. 25분을 기다리란다. 난감한 일이다. "아저씨, 이사람은 환자거든요. 13층까지 걸어서 올라가는 건 무리이니 한번만 가동해 주세요" 소라도 잡을 듯한 건장한 중년여인들이 딱 한 번만 운행해 달라고 애원(?) 을 해도 들은척 만척, 요지부동이다. 이쯤 되면 우리가 포기할 수 밖에. 기어이 교체가 끝나고 마감 청소까지 마친 후에야 엘레베이터를 가동해 올라갈 수 있었다...후후후... Y가 정성껏 마련한 소박한 점심이 정갈하다. 하도 오랫만에 만나니 느긋하게 나눌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아서 집으로 장소를 정했다고. 난 편안히 누워서 들을 것 다 듣고 참견할 것 다 하였다.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힘듬까지도 아름다운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우리 사위는 어머님 이제부터 제가 다 해 드릴께요. 뭐 든지 말씀만 하세요. 하지만 아직은 말만이야. 딸은 엄마 한번만 더 해볼께. 어떻게. 하고 싶은 거 해야잖아" Y는 한창 꽃다운 나이에 강원도 군부대부근에서 어찌 어찌 대학생과 연을 맺어 첫사랑에 빠졌고, 그가 제대할 때 그를 따라 시댁으로 동행했으나 시댁은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았단다. 그 후 긴긴세월 딸 하나만을 바라보며 뒷바라지하였고 딸은 엄마의 기대만큼 성장해 주어 최고의 명문대 석사를 거처 같은 대학 법대 출신과 결혼하여 고시촌에 묻혀 딸은 행시, 사위는 사시공부를 하였고, 사위는 지난해 합격하여 지금은 연수원에서 연수중이다. O는 사위에게 "집에서는 아무개야 이름을 부르지만 교회에서는 깎듯이 목사님이라는 존칭을 쓰지. 이것 잡숴보세요." 신도들 앞에서는 교수 남편보다 목사 사위를 먼저 대접한다고 하여 한참을 웃었다. 딸이 신학대학 다닐때 친구를 데려왔는데 장모 마음에 들어 이날까지 사위 뒷바라지를 한다. 교회를 개척하여 목사님이 되었지만 장모님 손끝에서 다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X는 남편이 언어 장애자다. 2남 1녀를 훌륭히 잘 키워 큰아들이 ROTC장교로 임관하여 중위 때, 부대내 안전사고로 부하들을 구하고 유명을 달리하였다. 남편보다 더 의지하며 기대온 장남인데...그때 우리 모두 얼마나 아파했던가. 막내딸이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묵은 친구가 좋다고 너희들이 보고 싶어"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마음은 옛마음 그대로야" "H는 음식을 맛깔스럽게 잘했어." "그래 맞어. 우리들 가끔 모이면 H이야기를 많이 해" "왜 X도 시어머님에게서 전수 받은 솜씨로 짭짤했어" "그래. 난 시어머님한테 다 배웠어. 지금도 그대로 해" "O는 약아서 어떻하면 조리시간을 줄일까 늘 창작을 했지" "N는 조리사 자격증을 딴 다음 훨~ 맛있어 졌어" 이렇게... 하하...호호...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X의 남동생과 Y의 여동생까지 와서 합석을 하였다. 이 둘은 부부다. 우리 아이들 유치원 다닐 때, 언니 누나 친구들이 건넨 농담이 진담이 되어 맺어진 부부다. 딸 둘을 두었는데 큰 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기자가 되었단다. 이리하여 저녁은 차 두대에 나눠 타고 밤길을 질주하여 길눈이 어두워 알 수도 없는 멋드러진 곳(?)에서 기분을 냈다.

06/01/25
-표주박~
주부님들, 날씨가 많이 풀렸지요? 올 구정은 푸근할거라고 하네요. 명절 증후군이라는 단어는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답니다. 가족들, 총동원령을 내리시어 건강 보존하시길 바랍니다. 제가 몸이 부실하다보니 별 생각을 다 합니다. 힘들인 것 만큼 복된 구정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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