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듯' 사랑하고 기도하고 후회없이 살자

표주박의 散文노트

명절과 아구찜

샘터 표주박 2006. 2. 6. 21:52


구정 전날, 오전에 약식을 찌는데 동서가 왔다. 여늬 때 보다 좀 일찍 서둘러 왔단다. 얼마전 둘째 시누님 칠순잔치 때 핼슥해 보였던 게 동서 마음에 걸렸나보다. 비실 거리면서도 며칠 전 부터 두어차례에 걸쳐 경동시장도 보고 손가는 것은 미리 해 두었기에 동서가 오면 점심먹고 느긋하게 전만 부치려고 일찍 서두르던 참이다. "내일 우리집에 회사사람들이 온다네요" "몇명이나?" "아무래도 열명 쯤은 될것 같아요" "메뉴는 뭘하게?" "아구찜이나 하려구요" "장이나 봐 뒀어?" "집에가면서 보죠" "저녁먹고 한잔하면 늦을 텐데 더구나 그믐날 밤에 뭐가 있을라구.." "우리동네는 가게에 다 있어요" 동서네는 시장이 멀어서 웬만한 것은 마트나 동네 가게에서 해결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아구찜 거리가 구색마추어 있을성 싶지가 않다. 차례상에 오른 나물이나 전, 그외에도 몇가지 싸 주긴 하겠지만 술안주로는 부실하다 싶어서 "큰아버지가 아구찜을 좋아해서 아구 커다란 거 세마리 사다둔게 있어. 살이 깊은 부분은 찜거리로 가시가 많은 부분은 탕거리로 나누어 두었는데 찜은 야채를 섞으면 10인분은 충분할거야 탕거리도 2뭉치이니까 그거 다 갖고가. 미더덕도 많이 넣었으니 미나리와 콩나물만 사면 되겠다. 아니 그럴거 없이 내가 지금 시장가서 사다 줄께. 그믐이라 야채전이 일찍 파장할 지도 모르니까" 집 앞, 큰길 하나만 건너면 시장이므로 아구찜 재료를 구해다 놓고 일해도 될것 같아서 급하게 현관문을 나서려는데 "형님 풋마늘이 좋은데요 어디서 사셨어요? "경동시장" "이거 무쳐 먹어도 맛있어요. 한단 사다 주세요" 잰 걸음으로 시장으로 내려갔다. 우선 눈에 띄는 퉁퉁한 콩나물을 먼저 사고 야채전 몇군데 둘러보았으나 미나리는 벌써 동이 났다. 풋마늘도 큰단은 없단다. 할 수 없이 시장속으로 들어가 마트로 갔다. 거기에는 시든 미나리가 딱 한단 있다. 이게 어디냐 싶어서 장바구니에 얼른 담으니 담당 판매원이 1500원인데 떨이라서 싸게 준다며 천원짜리 스티커를 붙여준다. 고맙기도 해라. 2.000원이라도 감지덕지 할텐데... 마트를 나와 마지막으로 저 아래 골목 노전 야채기게로 발길을 돌려 보았다. 마침 큰단 풋마눌이 하나 있는데 나누어서 팔거라며 망설인다. "나누어 파는 대로 받으세요 대목이잖아요...^^" 야채전 아줌마가 씽긋 웃으며 싸준다. 급히 집으로 올라와 사 두었던 무우도 탕에 넣으라고 풋마늘 봉투에 넣어 주었다. 동서는 능숙한 솜씨로 9가지 전을 부치고, 나는 나물을 다섯가지 볶고, 한켠에서는 세가지 생선찜에 김이 오르고... 그야말로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도록 바쁘게 손을 놀리며 이런저런 이야기 꽃을 피워낸다. 이때... 안방에서 나온 남편이 젊잖게 한말씀 거드신다. "오늘 저녁은 아구찜으로 한잔하는거야?" 동서끼리 주고 받는 이야기를 듣긴 들은 것 같은데 아구찜 메뉴가 오늘 저녁 동생과 일배를 하기 위한 술안주로 착각한 모양이다. "아구찜이 생각나세요?" "응" "아구찜은 나중에 해드리구요. 오늘은 아구탕 끓일게요" "왜?" 동서와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씩 웃을 수 밖에... "전도 많으니까 얼큰한 국물 곁들어 한잔하세요" 에궁... 눈치 없는 울 냄푠... 바빠서 못한다고 어린아이 달래듯 달랬다우....호호호... 이런 사연이 있는 아구찜...^^ 오늘에서야 약속을 지켰습니다...^0^
06/02/06
-표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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